많이 많이 미안했다.

간사 모임에서…

첫째날 저녁에 조금 일찍 집에 들어갔고,
둘째날 저녁 즈음에 다시 가서 보니… 그 전날밤에 간사들이 소위 ‘옛날 간사’들을 ‘우상화’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은 느낌이 좀 있었다.

둘째날 저녁 늦게까지 여러 토론을 마치고 흩어지려는 간사들을 잠시 붙들어 두고…
대충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여기 쓴것처럼 조리있기 이야기하지 못했다. 아주 즉흥적으로 갑자기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저는 휘튼에 학생만 1800명씩 모이는 집회를 간사 15여명 가지고 돌려보았던 시대를 경험했었습니다.
참 대단해 보이나요?
아닙니다.
그때는 정말 사정이 좋을 때였습니다.
아직은 그래도 한국 교회에서 건강한 흐름이 유입되고 있었고, 학생 리더십도 어느정도 있었고, 섬길 수 있는 사람들의 pool도 꽤 넉넉했고, 재정 사정도 지금과 같이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는 그냥 그렇게 상황이 좋았던 것이었습니다.
섬기는 사람이 대단해서 뭐가 잘 되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전의 시대는, 우리가 돌아갈 황금시대가 아닙니다.

지금 여러분은,
훨씬 더 어려운 시대에 섬기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면서 참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고 대견하고 기특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 하시는 간사님들의 모습에 정말 눈물이 핑 돕니다.

그렇지만,
때로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힘이 많이 고갈되었을때에야 비로소… 그분이 통치하고 계시다는 것을 드러내십니다.
저는 여러분이 바로 그런 시대에 계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코스타를 섬기면서 가장 영광스럽게 느꼈던 것은, 우리가 섬기는 학생들의 아픔을 간사들이 삶으로 살아내도록 하나님께서 시키시는 것을 경험할때 였습니다. 직장 문제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상황을, 간사들이 그래도 경험하거나… 재정 문제로 힘든 상황을 간사들이 경험하게 되거나.
아… 하나님께서 그래도 부족한 우리를…. 이 학생들을 섬기는 사람으로 봐주시는 거구나…

좋은 강사 한 사람 찾는 것도 어렵고, 돈도 없고, 사람도 부족하고… 정말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이시지요?
그렇지만, 그런 열악한 상황이 바로 우리가 섬기는 학생들이 처해있는 상황 아닙니까?
다니는 교회는 분열되고, 강단에선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설교라는 이름으로 선포되고 있고, 함께 섬길 사람이 없어 말로 다 할 수 없이 외롭고, 세상의 벽 앞에 두렵기만 하고…

학생들의 그 어려움을 우리 섬김의 장에서 여러분이 경험하신다는 것이…
아직 하나님께서 우리를 섬기는 사람으로 여겨주신다는 위로입니다.

벌써 거의 20년전부터 코스타를 섬겨왔으니…
여러분이 지금 이렇게 힘든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저 같은 사람이 제대로 섬기지 못해서 여러분들에게 어려운 환경을 물려드렸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사람이 섬겼던 시대를 golden age로 우상화 하지 마십시오.
용기를 내십시오.
하나님의 통치를 바라십시오.
많이 감사하고, 많이 죄송합니다.

우리 간사 후배들에게….
정말 많이, 많이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