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다운 남자, 여자다운 여자

회사에서 당연히 함께 일하는 사람들중에는 남자들도 있고, 여자들도 있다.
특히 지금 내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project들에는 여자들이 많다.
보통 미팅을 하면 절반 정도가 여자이고, 어떤땐 여자가 더 많을 때도 있다.

음…
국민학교 이후로 나는 이런 환경은 사실 처음이다. -.-;
뭐 여자들이 더 많다고 해서 특별히 더 불편하다거나 더 좋다거나 하는 것은 없는데,
그중에는 특별히 자신이 ‘여성’임을 많이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말투라던가, 옷을 입는 것이라던가, 손짓같은 작은 것들에서,
정말 ‘여자, 여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자만 그러느냐.
사실 그렇진 않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중에는 괜히 ‘마초’스타일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앉을때도 쩍벌남하고, 말투도 괜히 터프하게 하고, 화끈하게 의리있게… 완전 그런 스타일이랄까.
싸나이~ 뭐 그렇게 외치면서 다닌다고나 할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회사에서 좀 더 편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유난히 마초인척 하는 남자라던가, 여자라는거 마구 ‘티내는’ 여자들이 아니라,
함께 있으면 이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별로 신경이 쓰여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어제도 저녁 7시가 다 되도록 미팅을 하나 했는데, 거기 참석했던 한국 회사의 방문객이 미팅 끝나고 나서 내게
‘그런데 오늘 그 여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셨죠?’
라고 물어보는데… 여자분? 누구? 하고 잠깐 멍~ 해졌다.
분명히 그 사람이 여자인건 맞는데 나는 그 Roxana라는 사람과 일을 했지 Roxana라는 여자와 일을 하지 않았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 사람이 막 못생겼다거나 그런것도 아니다. 다만 ‘여자 여자’ 하면서 지내지 않을 뿐.

왜 그럴까?
왜 나는 강한 남성성이나 여성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덜 편하게 느낄까?

몇가지 생각을 해보았는데,
아마도 professional field에서 어떤 사람의 gender가 job functionality에 영향을 주도록 행동하는 사람들을 싫어하는게 아닌가 싶다.

남자이건 여자이건 그 일을 하는 ‘동료’이자 ‘사람’으로 알고 싶은 것이지,
‘그 남자’ 혹은 ‘그 여자’로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내 성향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자,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이렇게까지 어제 저녁에 생각을 해 보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혹시 내가 기득권의 gender를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status quo가 불편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과연,
‘여자’라는 이유 만으로 계속 불이익을 당하는 세상이라던가,
좀 더 나아가서…
‘동성애자’ 혹은 ‘트랜스 젠더’ 등과 같은 소수자여서… 그런 자신의 gender identity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불이익이 되는 세상 속에서,
내가 약자로 살고 있다면…
그래도 나는 여전히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될까?

marginality라는 이슈를 머리에 담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한번 더 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