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후기 (4)

이번 출장을 처음 계획할땐, 나름대로 좀 널럴하게 짰었다. ^^
뭐 가서 놀겠다고 작정을 했던 것은 아니었고, 일단 좀 여유있게 짜고나서 혹시 더 필요한 meeting들을 더 채워넣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출장 일정이 잡히고 나니… 회사에서 사람들이,
야… 너 한국이랑 일본 간다면서? 가는 김에 이 회사도 한번 들려보지?
가는 김에 이 도시도 한번 들려보지?
가서 이 project에 대한 것도 한번 얘기를 해보면 어때?

우…씨….
이 인간들이, 자기 하는 일 아니라고…

그래서 결국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빡빡한 일정이 되고 말았다.

뭐 그렇지만…
원래 내가 그렇게 널럴하게 계획을 하면서, 만일 하루쯤 한국에서 시간이 빈다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뭐 그런 상상을 혼자서 해본 적이 있었다.

먼저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은 ‘연극’ 이었다.
아… 그래… 요즘도 연우무대 뭐 그런 극단들이 있나. 나머지는 극단 이름도 생각도 안나네.
그리고서 생각해보니, 내가 한국 연극을 본건 벌써 25년이 훨씬 지났군.

그.런.데. 이에 웬일?
졸지에 한국에서 하루가 비었다!
원래 일본에 가려고 했던 날에, 일본에 태풍이 오는 바람에 한국에 하루 더 묶이게 되었다.
그럼… 한번 대학로로 혼자서 가볼까?

그런데…
California 쪽에서 작은 일이 하나 터졌다.
그래서 그거 오전에 주섬주섬 좀 수습을 하고 이메일 몇개 날리고…
오후가 되니… 하악.
웬만하면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날씨가 장난 아니게 더운 지라.

이걸 어쩌나… 하다가 결국 시간을 놓치고,
그냥 그날 집에서 퍼질러 앉아서 있다가 동네 한바퀴 돌고 편의점에서 캔커피 사먹고 왔더니만 완전 땀 범벅.
그렇게 오후 보내고,
일찍 퇴근한 동생하고 맛난거 사 먹었다.

결론: 내가 못노는 가장 큰 이유는 게으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