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양육 – follow up

우리 목사님께서도 교육과 양육을 너무 이분법적으로 나눈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셨고,
더가까이님께서 교육과 양육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질문을 하시는 바람에…
깊은 생각없이 후다닥 쓴 생각에 바닥이 났다.

그래서 나름대로 좀 더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해 보았는데…
여전히 얕은 바닥이다. -.-;

그래도 약간 생각을 해보자면,

가령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그 아이를 건강한 성인으로 키우는 일을 할때…
어릴때는 거의 교육의 부분이 없다. 말을 해도 못 알아 먹으므로.
그때는 그야말로 잠 못자면서 밤에 젖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그렇게 ‘양육’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좀 더 크면서,
소위 ‘버릇’을 가르치면서 비로소 양육 안에 교육의 요소가 들어가게 된다.
어른을 만나면 공손하게 인사해라.
길에 휴지를 버리지 말아라.
신호등을 잘 지켜서 길을 건너라.
밥을 먹기전에는 식사를 하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해라… 등등.

그리고 좀 크면,
학교를 보내고 학교에서 숙제를 가지고 오면 그것을 도와주는 일을 하게되고…
점차 돌보아주는 것보다는 아이에게 ‘지식’을 가르쳐 주는 일들이 늘어나게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 아이가 어떤 성품을 가지고 자라게 되는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게 되는가 하는 것에 대한 것은 중요한 양육의 요소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들이 integrate되어서 지혜로 자리잡을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역시 부모가 해야하는 중요한 일일 수 있다.
건강한 식사를 하도록 도시락을 싸주는 일이라던가, 학교 왔다 갔다 ride를 해주는 일이라던가.

심지어는 대학을 가고, 더 나이가 들어도…
이때가 되면 자녀가 전공한 분야에 대해선 부모보다 자녀가 더 잘 알게될 수 있으므로 부모가 제공해줄 수 있는 교육은 더 줄어들게 된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남자친구에게 차여서 울고 있는 딸의 어깨를 감싸주면서 따뜻하게 격려해 주는 것이라든지,
취직이 잘 되지 않아서 좌절하는 아들에게 진심어린 충고와 함께 용기를 주는 것이라든지,
그 속에서 신앙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해주는 것은 여전히 부모의 양육이다.

양육은 양육자(부모)가 initiative를 가지고 피양육자(자녀)를 이끌어 주는 요소가 더 크고,
교육은 피교육자의 필요에 따라서 공급해주는 요소가 더 크다고 하겠다.

요즘 교회에서는,
영양이 결핍되어…영양실조에 걸려 아사직전에 있는 아이에게, 건강한 식단에 대한 교육을 시켜주려고 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많이 발견한다.
당장 그 배고픈 아이를 보면서 많이 가슴아파하며… 그 아이를 내 무릎에 앉히고 죽을 먹여야 하는 건데 말이다.
그 아이가 심지어는 안먹겠다고 해도, 그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거 먹어야 너 산다… 그렇게 눈물을 흘려가며 죽을 떠먹이는게 양육의 모습이라는 거다.

내가 정형화되어있는 ‘(제자)훈련’ 같은 것들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아 물론 다른 이유도 한참 더 많이 있다. ㅋㅋ)

시간이 지날수록,
그 양육자의 마음을 갖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내 안에서 그 양육자의 마음을 찾는 것이
더 희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고린도전서 4:15-16
그리스도 안에서 일만 스승이 있으되 아비는 많지 아니하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복음으로써 내가 너희를 낳았음이라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권하노니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 되라

1년 기념

어제 얼핏 날짜를 세어보니,
작년 오늘이 내가 이전 회사에서 lay-off 당하고 마지막으로 출근했던 날이었다.

지금 직장에와서 아직 10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벌써 한 2-3년은 일한 기분이다. -.-;

정신없이 살다가…
어제 날짜를 확인해보고는 문득 숙연해졌다.

불과 일년전 오늘은,
다음 직장이 언제 잡힐지도 모르는 채로 마지막 퇴근을 했었구나…

그리고는,
작년에 lay-off 통보를 처음 받고 새 직장 출근을 하기까지 3개월동안 적었던 글들을 다시 읽어 보았다.

그땐 나름대로 힘이들기도 했고,
하루에도 몇번씩 감정기복이 심해서 그걸 다스리는데 애도 많이 썼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래서 다시 직장을 잡게 인도해주신 것이 참 물론 감사하지만,
그 모든 과정 중에 한순간도 나를 놓치않고 나를 붙들어주셨던 하나님이 정말 감사하다.

매년 오늘을 기념하고 기억하지도 못할테고,
내년쯤 되면 이런 기억도 많이 흐릿해 지겠지만…

적어도 오늘은,
그 하나님이 내게 어떤 분이신가 하는 것을 다시한번 마음에 조용히 더 담아보려한다.

교육과 양육

어제 목사님과 몇몇분과 email communication을 했는데,
거기서 내가 쓴 내용의 일부이다.

목사님은 교육과 양육을 너무 이분화해서 나눈거 아니냐고 하셨는데…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하고)
그래도 한번 내 생각을 나눈다는 차원에서 내용을 살짝 editing해서 한번…

====

저 개인적으로는,
사람이 교육(education)으로 길러지기 보다는 양육(nurturing)으로 길러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많이 하고자 하는 제자훈련은, 양육을 교육으로 replace하려고 했고, 그것이 심각한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생명이 살아나는 일을 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양육이고,
교육은 양육을 풍성하게 만들지만 양육없는 교육은 사람을 죽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demand나 need base로 이루어 질 수 있지만,
양육은 양육하는 사람의 intention과 사랑이 대단히 중요하고요.

사람을 키운다고 생각을 할때,
교육 program을 만들자고 접근을 할수도 있는데요…
저는 양육의 스피릿을 어떻게든 함께 좀 세워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합니다.

제가 좀 old fashion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는 사실 교육보다는 양육에 백만배쯤 더 관심이 많습니다. ^^
제가 교육을 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결국은 양육할 사람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때에도,
양육의 차원에서… 양육의 스피릿으로… 혹은 교육을 양육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 의견을 드려봅니다.

고린도전서 4:15-16의 스피릿이 좀 잘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교회에서 양육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시고 생각될때… 너무 쉽게 ‘프로그램’으로 환원시키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출장을 하면서 낭비하기?

일요일 저녁, 호텔방에 들어오니 밤 10시 가까이 되었다.
잔뜩 피곤하긴 한데, 저녁도 못 먹었고… 그 시간에 뭔가 먹을만한데를 찾아 나서기도 그렇고…
그냥 호텔방에서 in-room dining을 시켜먹었다.

뭐 대단한건 아니었고, 그냥 햄버거랑 콜라였는데 당연히 호텔 방에서 시켜먹는 그런 종류는 터무니 없이 비쌌다.
tip포함해서 계산을 하니 30불이 넘었다.
세상에… 30불짜리 햄버거라니…

그 밤에 호텔방에서 혼자서 그 햄버거를 먹으며 쌓여있는 이메일들을 처리하고 있다가 문득….
아니, 내가 이거 ‘내돈’ 아니라고 너무 막 쓰는거 아니야? 뭐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다.

사실 내가 내 돈내고 여행을 할때라면,
호텔 방에서 30불짜리 햄버거를 시켜먹는 일이란 절.대.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생각을 해보니,
business trip을 하면서는 어디가 좀 더 싼가 뭐 그런거 따지지 않고 어디든 후딱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평소라면 가지 않을 비싼 식사도 내가 많이 한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출장을 가면, 좀 ‘억울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개고생’하는 것에 대한 compensation으로 먹을거라도 잘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출장을 좀 길게 갔다오면 꼭 체중이 불고. -.-;

정말 출장을 다니면서는,
밤에 혼자서 그냥 묵는 호텔에서 파는 호텔 부페를 먹을 때가 많고,
아침도 그 호텔에서 먹을 때가 많은데…
이게 저녁은 보통 50~60불 수준이고, 아침은 20~30불 수준이다.
당연히 내 돈내고 먹으라면 당연히 그렇게 안할테지.

이거 아낀다고 누가 상주는 것도 아니고,
사실 아무도 눈치도 못채겠지만…
혹시 시간이나 체력의 여유가 조금 있다면 그 spending 줄이는 노력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또 출장…

오늘은 또 출장이다.
어제밤 늦게 호텔에 도착했다.
하루짜리 출장이긴 한데… 오늘 해야하는 presentation material을 열심히 준비하느라 토요일을 바쁘게 지냈다. -.-;

게다가 오늘 하는 미팅은,
뭔가 실제로 ‘일’을 하는 미팅이라기 보다는 대단히 뷰로크래틱한 미팅이어서,
내가 완전 싫어하는…
바쁜 와중에 이렇게 하루를 버리게되면 나머지 한 주가 더 빡빡해 지는데…

사실 요즘 여러가지 생각이 하도 많아져서,
아마 차분히 앉아서 글을 좀 쓰면 아마도 몇달분 글은 한꺼번에 나올듯한 분위기인데…
음… 그걸 써 낼 시간이 없다.

그렇지만,
뭐 이렇게 벌어서 우리 밥도 먹고, 딸래미 학교도 보내고… 한다 싶어…
그냥 또 열심히 하겠다고 굳게 결심 중이다. ^^

많이 많이 미안했다.

간사 모임에서…

첫째날 저녁에 조금 일찍 집에 들어갔고,
둘째날 저녁 즈음에 다시 가서 보니… 그 전날밤에 간사들이 소위 ‘옛날 간사’들을 ‘우상화’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은 느낌이 좀 있었다.

둘째날 저녁 늦게까지 여러 토론을 마치고 흩어지려는 간사들을 잠시 붙들어 두고…
대충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여기 쓴것처럼 조리있기 이야기하지 못했다. 아주 즉흥적으로 갑자기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저는 휘튼에 학생만 1800명씩 모이는 집회를 간사 15여명 가지고 돌려보았던 시대를 경험했었습니다.
참 대단해 보이나요?
아닙니다.
그때는 정말 사정이 좋을 때였습니다.
아직은 그래도 한국 교회에서 건강한 흐름이 유입되고 있었고, 학생 리더십도 어느정도 있었고, 섬길 수 있는 사람들의 pool도 꽤 넉넉했고, 재정 사정도 지금과 같이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는 그냥 그렇게 상황이 좋았던 것이었습니다.
섬기는 사람이 대단해서 뭐가 잘 되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전의 시대는, 우리가 돌아갈 황금시대가 아닙니다.

지금 여러분은,
훨씬 더 어려운 시대에 섬기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면서 참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고 대견하고 기특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 하시는 간사님들의 모습에 정말 눈물이 핑 돕니다.

그렇지만,
때로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힘이 많이 고갈되었을때에야 비로소… 그분이 통치하고 계시다는 것을 드러내십니다.
저는 여러분이 바로 그런 시대에 계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코스타를 섬기면서 가장 영광스럽게 느꼈던 것은, 우리가 섬기는 학생들의 아픔을 간사들이 삶으로 살아내도록 하나님께서 시키시는 것을 경험할때 였습니다. 직장 문제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상황을, 간사들이 그래도 경험하거나… 재정 문제로 힘든 상황을 간사들이 경험하게 되거나.
아… 하나님께서 그래도 부족한 우리를…. 이 학생들을 섬기는 사람으로 봐주시는 거구나…

좋은 강사 한 사람 찾는 것도 어렵고, 돈도 없고, 사람도 부족하고… 정말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이시지요?
그렇지만, 그런 열악한 상황이 바로 우리가 섬기는 학생들이 처해있는 상황 아닙니까?
다니는 교회는 분열되고, 강단에선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설교라는 이름으로 선포되고 있고, 함께 섬길 사람이 없어 말로 다 할 수 없이 외롭고, 세상의 벽 앞에 두렵기만 하고…

학생들의 그 어려움을 우리 섬김의 장에서 여러분이 경험하신다는 것이…
아직 하나님께서 우리를 섬기는 사람으로 여겨주신다는 위로입니다.

벌써 거의 20년전부터 코스타를 섬겨왔으니…
여러분이 지금 이렇게 힘든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저 같은 사람이 제대로 섬기지 못해서 여러분들에게 어려운 환경을 물려드렸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사람이 섬겼던 시대를 golden age로 우상화 하지 마십시오.
용기를 내십시오.
하나님의 통치를 바라십시오.
많이 감사하고, 많이 죄송합니다.

우리 간사 후배들에게….
정말 많이, 많이 미안했다…

궁금한 것들이 많은데…

몇년전… 콜로라도에 계시는 K 교수님과 어쩌다 점심을 함께 먹을 기회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한참 N T Wright의 책들을 공부하고 있던 차였는데…
로마서를 아예 화끈하게 연구하신 유명한 학자를 만났으니, 당연히 궁금하게 많았다.
그래서 점심에 라면 한그릇을 대접하면서, 이런 저런 질문을 많이 쏟아부었던 기억이 난다.

내 동생과 그 K 교수님이 나중에 만나면서,
오빠는 라면 한그릇 놓고 한시간 넘게 신학 질문만을 하더라… 하시며 내 흉(?)을 보셨다고.
(나중에 가만 생각해보니 죄송했다. -.-;)

이번 간사 수양회에 오신 C 교수님을 월요일 오후에 모시고 다닐 기회를 얻게 되었다. ^^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여러 궁금하던 질문들을 여쭈어 보았다.
구약학을 공부하신 학자이시니, 내가 궁금해하던 구약의 역사성, 구약 윤리에 대한 것들, 구약적 윤리의 신학적 이슈들을 좀 여쭈어 보았다.
사실 내가 궁금한 것들을 제대로 여쭈어보기엔 시간이 많이 부족했지만, 나름대로 내가 이리저리 공부하고 들은 내용들을 일부 confirm받기도 했고, 내가 생각했던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기도 했다.

공항에 태워서 보내드리면서,
역시 또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괜히 죄송할 짓을 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그래도 나로선 궁금한건 많고 시간은 없으니 어쩔수 없이 무례를 범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지면(?)을 통해서,
C 교수님의 대학부 친구이신 아땅 교수님께서 나중에 제 미안한 마음을 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Marginality

지난 주말 간사 수양회에서,
C 교수님께서 하시는 Marginality 강의를 들으면서 참 좋았다. ^^
정말 오랜만에, 실제로 뭔가를 배우게되는 ‘강의’를 live로 듣는 것이었다.

Orlando Costas와 Christopher Wright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리고 Drew 신학교의 이정용 교수님도 약간 언급)
하나님의 선교와 marginality를 연결시키는 강의였다.

C 교수님이야 탄탄한 배경의 구약학자이시므로,
당연히 내용이 탄탄하고 좋았지만…

나는 여전히 이 모든 논의가 과연 정말 marginality를 제대로 address 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다.
결국은 Christopher Wright 식의 접근은… 지나치게 서구적시각어서…
정말 힘이 없는 marginal people의 issue를 cover하는데 제약이 많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의미에서,
marginality를 더 잘 접근하려면…
차라리 Stanley Hauerwas와 같은 평화주의적 접근을 하는 것이 더 유효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공동체, 공동체

H 목사님은 내가 개인적으로 참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이다.
작은 이민교회를 섬기고 계신데,
지난 주말 그분이 공동체에 대해서 하신 말씀이 참 깊이 마음에 남는다.

이분은 성경공부를 참 좋아하는 분이시고 pastoring heart가 참 남다른 분이시다.
San Francisco에 오셔서는 생각만큼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교회 때문에 어려움도 많이 겪으셨고…
요즘은 건강도 좋지 않으셔서 밤에 운전하는 것도 좀 걱정이 되신다고 하신다.

내가 생각하기에 H 목사님은, 젊은 사람들과 꼼꼼하게 성경공부하시는 일을 아주 잘 하신다. 이분의 표현 대로라면, “성경공부 매니아”를 만들어 내는 일에 관심도 많으시고 재능도 있으시다.
그런데 이분이 섬기시는 교회는 노인들이 많이 있으시고, 젊은이들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H 목사님은 이 노인들을 돌보시면서… 이분들 위로해드리고 함께 좋은 곳 여행도 가 드리면서… 이분들을 정성스럽게 섬기셨다.
노인들을 돌보는 일이 무가치한 일은 물론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H 목사님이 제일 잘 하실 수 있는 일도 아니고, H 목사님이 하셔야하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H 목사님을 뵐 일이 있으면,
노인들과 온천가는데 시간을 소비하지 마시고,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서 목사님께서 잘 하시고 마음도 있으신 젊은이들과 성경공부 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하시면 좋겠다는… 주제넘은 조언을 드리기도 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런 것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드리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H 목사님은,
그래도 내게 맡겨진 사람들인데, 내가 어떻게 그분들을 버리나…
하시면서…
적어도 내가 보기엔 시간과 재능을 썩히셨다.

그렇게…
이 작은 교회에서 여러 어려움들을 견디어가며 그렇게 10년 넘기 시간과 재능을 썩히셨는데…

다윗이 ‘압살롬, 압살롬’ 하면서 울부짖었던 본문을 이야기하시면서…
자신이 ‘공동체, 공동체’ 그렇게 때로는 이야기하고 싶다며…
어쩌면 이루지 못한 공동체, 이루려고 노력하지만 잘 이루어지지 않는 공동체, 어쩌면 이루어 지지 않을 공동체에 대한 깊은 갈망을 말씀하셨다.

나와 같이…
전략적이고 차가운 사람이 이야기하는 탄식과는 달리…
H 목사님의 pastoral heart가 담긴 그 탄식은 참 내게 깊이 있는 울림이 있었다.

약삭빠른 전략적 사고가 아니라, 차분한 목회적 마음이 담겨있는 울림이었다.
언제 H 목사님과 차라도 한잔 하면서 좀 더 그분의 생각과 마음을 더 들어보고 싶기도 하다…

출장 후기 (5)

한국에서의 일정은 그런대로 manageable 했는데…
태풍 때문에 하루 더 늦게 간 일본에서는 완전 장난아니었다.

화요일 오후 나라타 도착… 기차타고 택시 타고…. 어쩌고 해서 거의 5시간 가까이 걸려 호텔에 도착.
호텔 식당 문닫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들어가서 저녁 먹음. (아마 9시 반쯤 되었던가)
12시 정도까지 일하다가 쓰러짐.

수요일 아침 5시 기상, 아침에 잠깐 일하고, 호텔에서 7시에 나감. 나가는 김에 편의점에서 빵이랑 캔커피로 아침.
기차타고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가서 하루종일 미팅. 점심은 도시락.
다시 기차 4번 갈아타고 호텔에 도착하니 밤 10시. 사실 지쳐서 배도 고프지 않았는데… 그래도 뭐 먹긴 해야겠다 싶어서 또 편의점에서 빵이랑 물이랑 먹고.
약간 일하다가 12시 좀 넘어서 잠듬.

목요일 아침 5시 기상, 아침에 잠깐 일하고 호텔에서 7시에 나감. 차타고 1시간 반 떨어진 곳에 가서 미팅.
역시 점심은 도시락.
그리고나서 부랴부랴 차를 다시 타고 공항으로. 공항에 출발 2시간 전에 도착.
지난 이틀간 hot meal을 한번도 먹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공항에서 일본 라면 한그릇 먹고,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샤워하고 옷갈아 입으니 비행기 탈시간.

그래서 비행기 타고 SFO 도착해서 전화를 켜보니 meeting invitation 다섯개!
원래는 그 다음날 좀 쉬려고 했으나…
쉬려는 계획 다 포기하고 바로 빡쎄게 일하는 일정 복귀.

비교적 내가 힘든 일정 잘 소화하는 편인데…
지난주는 좀 힘들었다. -.-;

사실…
솔직하게 말해서,
대부분의 경우 나는 두주짜리 출장을 한번 다녀오면,
입안이 허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지난 수요일 San Diego에서 하루 종일 미팅이 있어서,
화요일 오후에 가서 수요일 밤 10시가 넘어서야 돌아왔다.

이 와중에 그래도 몸져눕지 않은게 다행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