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들은 두려워하는 걸까? (2)

어느 주일에, 라승찬 교수 (Soong-Chan Rah)가 그 교회에 와서 설교를 했다.
참 좋은 설교라고 생각했다. 세계 기독교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하는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다.
그런데 그 설교에서 한 이야기중 한가지가 그곳에 있던 백인들의 심기를 많이 건드렸다.

지금 세계교회는 급격하고 바뀌고 있다. 서구교회는 축소되고 있는 반면 아시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의 교회는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조만간 기독교의 중심은 서구가 아니라 아시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로 옮겨가게 될수도 있다. 그렇게 될때 백인들은, 비백인(non-white)의 리더십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가?

내가 듣기엔 매우 논리적으로도 자연스러웠고, 라승찬 교수가 이야기한 tone이 그렇게 공격적이라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아, 참 맞는 얘기구나… 정말 세상이 변하고 있구나…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은 그 교회 백인중 꽤 많은 사람들은 그걸 대단히 불편하게 들었던 것 같다.
실제로 그 다음주에 담임목사님이 설교 전에, ‘지난주의 설교가 지나치게 공격적이라고 느낀 사람들’에 대해 calm down하는 이야기를 따로 언급해줘야 했을 정도였다.

나는 라승찬 교수의 설교가 충격적이지는 않았는데,
그것을 듣는, 매우 건강하다고 여겨지던 교회의 다수 백인들의 반응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아…. 이 사람들은 비백인의 리더십을 존중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구나…

그러부터 거의 15~20년이 지난 지금은 아마 그 교회의 백인들도 조금 다르게 반응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그 교회의 데모그라피도 많이 바뀌기도 했고.
이제는 거기 부목사들중에 비백인들도 많고, 한국인도 있으니까.

백인들은 두려워하는 걸까? (1)

내가 보스턴에서 다녔던 교회는 Lexington이라는 곳에 있었다.
Lexington은 주로 전문직에 있는 경제적으로 비교적 넉넉한 백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였다.
그 교회는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전임 목사였던 분은 미국 전체 intervarsity 대표를 했고, 아주 훌륭한 설교가로 잘 알려진 분이었다.
신학은 건강했고, 교회도 역시 참 건강하고 성숙된 교회였다.

그 후임으로 오신 담임목사도 역시 참 좋은 분이다. (지금도 그분이 그곳의 senior pastor로 계신다.)
담임목사 뿐 아니라 함께 섬기는 pastoral staff들도 참 좋은 분들이 많았고, 좋은 평신도 지도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대충 지금으로부터 20년쯤 전이라고 할까… 그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의 구성원에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나 같은 한국 사람들도 많아졌고, 그냥 백인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 그래도 꽤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Lexington이라는 동네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보스턴 지역의 크리스찬의 데모그라피가 그렇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참 다행이다

최근에는,
정치가 세상을 바꾸는 것에대한 일종의 회의가 많이 있어왔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후보가 당선이 되고, 내가 원하지 않는 후보가 낙선하는 것에 대해서 예전과같이 그렇게 간절하지 않았었다.

그래서일까, 지난 주 뉴스에서 계속 난리가 났을때도 에이… 그래 그렇지 뭐.
이왕이면 누가되고 누가 좀 떨어지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을 했지만, 그렇게 간절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막상, 결과가 확정되니까 뭐랄까…
속이 뻥 뚤린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렇게 시원했다.
심지어는 눈물도 찔끔 났다.

그나마 참 다행이다.
정말…다행이다.

I will miss him

미국 대통령선거가 가까왔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우편토표를 했기 때문에 투표가 가까왔다기 보다는 개표가 가까왔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이번에 누가 이기느냐, 이슈가 무엇이냐 하는 것은 전문가들과 전문가인척하는 비전문가들이 이래저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으니, 그것에 내 엉터리 생각까지 더할 필요는 없겠다.

대충 뉴스를 보면 아무래도 민주당이 꽤 큰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있어보니다. 대통령선거에서 이길 뿐 아니라 상하원을 모두 다 차지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나는 현 대통령지지자는 전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때 일단 엄청 엄청 충격을 먹었고… 그리고는 살짝 어떤 기대들이 있었다.

그것은 어쨌든 status quo (현재상태)를 어떻게든 흔들어놓을 가능성이 있겠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미국 사람들이 기억하는 한 최초로 미국의 wall street의 눈치를 가장 덜보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정말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중국과 무역전쟁도 일으키고 그러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어도 지금쯤은 미국에 중국손을 한번쯤 보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럼에도 지금처럼 다소 충격적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wall street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지지할리 없으니.

전반적으로 그렇게 돌+I식으로 돌진한것이 정말 wall street을 약화시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한 4년 더 했더라면 진짜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까? 아, 물론 wall street이 약화되는 대신 법에따라 통치하는 원칙도 사라질수도 있겠지만서두…

정말 현재의 신자유주의가 사람들의 혼을 바짝바짝 고사시키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라면, 딴건 모르겠고 어쨌든 wall street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질서의 붕괴/종말이 일단 좀 오면 좋겠다고 생각한 좌파들도 있지 않았을까?

북한과의 관계 개선도 역시 그렇다. 만일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established 혹은 주류에서 대통령이 나왔다면 이렇게 깜짝쇼해가며 그래도 이만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어느정도 진전되는 것을 기대할수 있었을지 잘 모르겠다. 바라기로는 다음 대통령도 일단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한반도의 상황을 좀 긍정적으로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좀 피면 좋겠다 싶은데… 어쨌든 완전 우당탕 우당탕 해서 뭔가 판을 흔들어 놓고 어떤 의미에서 긍정적인 한 측면을 열어놓은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지금 미국의 정치제체에서는 민주당-공화당간의 정권교처보다 주류-비주류간의 세력교체가 이루어져야 뭔가 판이 흔들어질수 있다고 naive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바랐던 대통령은 아니었지만 지금 현 대통령에 어떤 기대랄까 그런것도 없지 않았다. 또 어떤 분야에서는 그런 바람이 우당탕 우당탕 일어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나야 정치 그런거 잘 모르는 그냥 무식한 공돌이지만,
그리고 현 대통령이 너무 꼴보기 싫어서 뉴스 보는것도 힘들었던 경험도 했지만…
한편으론 아마 그를 살짝 그리워할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이런말 했다는거 우리 민우에겐 절대 비밀이다. 우리 민우는 ‘트’라는 말만 나와도 미간을 찌푸리며 경멸을 하니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