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것에 진심인 민족

미국에 처음 와서 조금 당황스러웠던 것이 ‘점심시간’이라는 것이 따로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조금 했던 내게 점심시간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우루루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고, 그 후에 커피 한잔 하면서, 일부는 담배 한대 피면서 이야기를 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자리에 와서 잠깐 낮잠을 자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잠깐 직장에서 ‘신우회’라는 것에도 참여했었는데, 그 신우회 모임도 점심시간에 하기도 했고, 또 역시 직장에서 성경공부 모임을 따로 만들어서 한적도 있었는데, 점심시간에 그 성경공부를 함께 했던 사람들과 만나기도 했었다.

그런데,
미국은 점심시간이 없다.
미국에서 산 시간이 더 긴 내게 이제는 그것이 훨씬 익숙하다.

최근,
함께 일하는 한국의 어느 회사 사람들이 미국 LA 쪽으로 출장을 오게 되었고, 나도 당일치기로 잠깐 그 사람들과 LA 부근에서 만나서 함께 다른 곳을 방문하는 일정을 짜게 되었다.

우리가 함께 가야하는 곳은 LA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다.

나는 그것을 organize하는 분에게,
호텔을 그곳에 잡으면 좋겠다. 그래야 아침에 일찍 그쪽에서 미팅을 함께 하고 오후에 다시 Bay area로 돌아올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그분은 저녁식사와 아침식사를 하는 것을 고려해서 숙소를 LA 코리아 타운으로 잡았다고 했다.

음….잠깐 당혹스러웠다.
아니, 밥먹는 것 때문에 1시간이나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다고?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그런 문화속에 25년 넘게 살았었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문화에서 그보다 더 오래 살면서 그 문화를 잊은 것일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버지는 너무 많이 먹어서 고민인 내게 아직도 전화할때마다,
밥 잘 먹는 걸 걱정하신다.
참…. 밥먹는게 중요한 민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