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kindle (7)

내가 처음 복음에 눈을 떴을때 내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은혜’라는 개념이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세상 어느곳에서도 완전한 ‘은혜’라는 것을 찾아보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는데 그런 것을 주장하는 성경이 너무 신기하게 느껴졌다.

예수님의 십자가가 가장 내게 충격적이면서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 십자가가 은혜의 십자가라는 것이었다.
마지막까지 예수님께서 이 죄를 저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라고 기도했던 것을 읽으며 나는 정말 전율을 느꼈다.
그때 그 군중 속에 내가 있다고 정말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렇게 강력하게 그 은혜를 거부하며 받아들이지 않던 사람이었고, 여전히 그 은혜를 받아들이며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인데… 아니 그런 내게 은혜라니…

그래서 그 ‘은혜’를 받아들인 나는 아주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를 보면 나는 어느새 내 생각 한 구석에… 나는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은혜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건… 어쩌면 내가 ‘불’을 잃어버리게된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있다.

다시 어떻게든 그 충격적으로 은혜라는 개념을 맞닥드렸던 그때의 내 모습을 회복해야한다. 여전히 은혜라는 것이 내게 충분히 충격적인 것이고, 그렇기에 내 마음 한 구석에 계속 마치 내가 어떤 자격이 있는 사람인 것인양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가증스럽게 여겨야 하는 것.

그리고 역시 적어도 내게있어 그 은혜의 궁극의 표현은 십자가다.

은혜의 십자가. 다시 rekindle되어야 하는 또 다른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