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유감

한국에서, 미국 소고기 수입하는 문제로 난리다.
나는 소위 ‘운동권’은 아니었지만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치며 시청앞 광장을 가득 메운 넥타이 부대들에 의해 독재정권이 항복하는 것을 보며 민중의 힘으로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감격스럽게 목격던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그때가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시위를 보면서는.. 참 안타까운 마음들이 든다.

1. 이럴줄 몰랐나?
우선… 거의 과반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이명박씨를 대통령으로 지지해서 뽑았다. 그런데, 정말 이럴줄 몰랐나? 한국의 수구 세력이 미국을 대하는 태도가 ‘굴욕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의존적이고 비평등적이라는 사실을 정말 몰랐나?
이명박씨가 물론 워낙 반노무현의 광기 속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기 때문에 정책도 제대로 검증할 기회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수구 세력이 추구하는 가치들은 여전히 80년대의 냉전 시대에 머물러 있고, 어설프게 신자유주의에 편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나?
몰랐다면….. 모르고 이명박씨를 그렇게 밀어줬다면… 그저 우리나라 국민들이 ‘무식하고 자격 미달이다’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자격미달의 무책임한 다수가 이제와서 무슨 할말이 있다고.

2. 웰빙시위?
80년대 후반의 민주화 시위는 그래도 옳은 가치와 정의를 위한 싸움이었다. 그런데 요즘의 시위는 결국 웰빙에 장애가 되는 미국소고기를 수입할 수 없다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것 가운데,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 더 적극적으로 반대해야 하는 것들은 인도적 대북지원 감축, 대미 대일불평등 외교, 대운하, 재벌규제완화 등 사회정의, 국가적 가치와 관련된 내용들이어야 한다.

3. 논리가 아닌 감정 싸움
김진홍 목사님이 “지엽적인 것 가지고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다”고 이야기했다고…
나는 김진홍 목사님의 최근 몇년간의 행보에 깊이 실망하고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 말은 맞다.
무슨 말 한마디 한 것 가지고 꼬투리 잡고… 결국은 논리가 아닌 감정싸움으로 자꾸만 싸움판을 몰아가고 있다. (소위 진보 언론들의 수준이 그정도 밖에 안되는 것일까… 우리 국민들을 움직이는 것이 논리가 아닌 감정이기 때문에 그렇게 의도적으로 하고 있는 것일까…)
노무현씨가 말 한마디 한 것 가지고 꼬투리 잡고 늘어졌던 조중동의 치졸한 행태를 그저 그대로 갚아주며 통쾌해하고 있는데…
그런 것으로 무슨 역사의 발전이 있을 수 있겠는가.
지금의 시위도 누가 시위하다가 다쳤다더라… 하는 것으로 더 감정이 격해져서 움직이고 있는데…
물론 과잉 진압이나 인권 탄압등은 규탄을 받아 마땅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취하고 있는 정책과 입장이 단기, 중기, 장기적 국가의 미래와 어떤 연관이 있는가 하는 논리적 싸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난 한국의 대통령 선거때,
나는 깊이 절망했었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한국 국민의 수준에 절망했고,
그런 사람에 대항할 건강한 후보 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그런데… 이번 한국의 시위 사태들에서 나는 그 절망에서 탈출할 길을 찾아보지 못하겠다.
가슴이 아프다.

Bashing 이명박

나는 지난 한국 대선에서 투표권도 없었지만 (영주권자는 투표권 없다… 대한민국 국민 자격도 없는 거지)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참 안타깝게 생각했던 사람가운데 하나이다.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되어서 생길 여러가지 consequence들이 안타깝게 생각되기도 했지만,
역사의식을 갖지 못한 채 이명박씨를 지지했던 한국 민주주의의 수준이 안타까웠다.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된것은, 역사의 후퇴로 생각했었고,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또한…
내가 이명박씨의 실패들을 보면서…
그것에 대한 harsh한 말을 쏟아놓는 인터넷의 말들을 보면서…
이명박씨를 찍은사람들을 보는 것 못지 않게 안타까움을 느낀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동안
비논리적, 비합리적 왜곡을 동원해서 정권 까대기에 앞장섰던 조중동의 행태와 크게 다르게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조선일보와 같은 신문이 팔리지 않게 되는 것이 한국 시민의식의 발전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요즈음 오마이뉴스등이 글을 올리고 있는 것은 10년동안 조중동에게 당했던 것을 치졸하게 복수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가 잘 가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는데…
거기서 스스로를 ‘노빠’라고 이야기하는 어떤 사람이 쓴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이야… 이거 까는거 재미있네. 조중동이 지난 10년동안 이맛에 신문 만들었구나”

한국의 수구세력들을 증오에 가깝도록 싫어하는 나로서도,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언제쯤 치졸한 비난이 아닌 건강한 비판이 담긴 생각들을 나누는 언론, 커뮤니티, 지식인들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