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소심하다. ^^
시험때만 되면 긴장해서 시험을 잘 못보기도 하고…
당황하면 생각이 그냥…. 하얗게 되어버리는 때도 많다.
한가지 옛날 이야기.
나는 과학고를 다녔다.
그런데, 나때는 과학고 초기여서 사실 별로 유명하지 않아서 들어가기 쉬웠을 뿐 아니라,
나는 그나마도 아슬아슬 커트라인근처의 점수로 합격했다.
그냥 학업점수로는 원래 안되는 건데,
‘창의력 테스트’ 점수가 좋아서, 그 덕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입학 등수가 60명중 50등이었다. ^^)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사실 나는 꽤 주눅이 많이 들었었다.
소위 ‘명문’ 중학교 출신들은 정말 그 당시에 벌써 ‘선행학습’을 하고 들어온 애들이 많았다.
명문 중학교 출신이 아닌 애들 중에는, 정말 천재들이 있었다.
완전히 기가 죽었다.
고1 영어 첫시험은, 그 전해의 학력고사 문제였다.
중학교 막 졸업한 애보고 대입 문제를 풀라니…
나는 아마 그걸 대충 40점쯤 받았던 것 같다.
그후 정말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전혀 오르질 않았다.
그러던중,
기숙사 옷장 구석에서, 그 방을 쓰던 선배가 놓고간 ‘작년 시험문제’를 보았다.
뭐 그냥 무심코 그걸 공부 했는데… 그 다음 영어시험에서 그 문제가 거의 그대로 다 나왔다!
나는 사상 초유의 95점인가 하는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그 이후에 내 영어 성적이 다시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속 90점대를 유지했다. 지난 시험문제를 보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그야말로 나는 기가죽어서 성적을 못내고 있었던 것이다.
수학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나는 정말 수학천재와 아주 가깝게 지냈다.
이 친구는 수학에 관한한 정말 천재였다.
그 친구 옆에서, 나는 고등학교 내내 수학에 기가 죽어 지냈고,
그게 대학때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나는 대학교 겨울방학때면, 미분방정식 같은 과목을 혼자서 다시 독학으로 복습을 하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아주 복잡한 수학 문제가 포함된 quantum physics 같은 것들은 아주 재미있게, 잘 했다.
내 박사학위를 받는데에도, 미분 방정식을 푸는 부분이 꽤 중요하게 포함되어 있었다. ^^
나는 수학을 잘 못했다기 보다는, 수학이라는 과목에 기가 죽어있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같이 소심한 사람이 때로는 과감하게 돌진도 하고,
무지막지한 용기를 내기도 하고,
무모한 도전을 하기도 하고…
뭐 그랬던 것 같은데…
결국,
내가 신앙을 가진 이후에 나는 참 담력이 많이 강해졌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나 자신을 보며 (돌이켜 보며) 내 그 용기가, 깊은 신앙에서 나왔다기 보다는…
그저 소심한 나를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극복해보고자했던 나 혼자만의 ‘영차영차’가 아니었을까… 뭐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여전히 나는 그냥 소심한 나로 계속 남아 있는 상태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