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 세계관

복음을 듣고, 자신의 세계관으로 복음을 해석하는 길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복음을 듣고 그것을 자신의 세계관으로 만드는 길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양자의 중간 어디쯤에 자신의 위치를 두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이 양극단의 사이에서, 어디쯤 위치해 있을까.

2월 16일

2월 16일은 내가 내 아내와 첫 데이트를 한 날이다.
벌써 12년전 일인데…

1997년 2월 15일은 내 아내의 대학원 원서 접수 마감일이었다.
막판까지 부지런히 원서와 각종 서류들을 써서 2월 15일 저녁에 그 대학원 admission office 방 아래 원서를 밀어넣고 나서는…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이미 마음이 통하고 있음을 확인하였었다.

무슨 할 이야기들이 그리 많았는지…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아내의 차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밤을 꼴닥 지새웠다.

밤에 이야기하다가…
함께 기도도 좀 했던 것 같고…
그러다 추워지면 차에 시동을 걸어서 다시 좀 따뜻하게 했다가…
그러다 다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시간이 훌쩍 지나 아침 5시가 가까워 지자…
우리는 그냥 좀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벽기도에 함께 가기로 했었다.
(그 당시 내가 새벽기도 밴 운전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함께 가야만 하는 상항이 되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나서야 긴 첫 데이트를 마치고 헤어져
집에 돌아가 눈을 붙였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12년…
우리가 한결같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우리를 엮어주셨던 하나님은 한결같으셨다.

그 후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미고…
그 과정 속에서 함께 보낸 시간은 참 blessing 이었다.

발렌타인데이 (2월 14일)에 다들 상업적인 분위기에 들떠 정신 없을때,
우리는 늘 무덤덤하게 그 날을 보내고… (금년엔 특별히 아내가 먹다남은 허쉬 쵸콜렛을 나누어 주었다.)
그로부터 이틀 후 우리는 우리만의 참된 사랑의 기념일을 기억한다.
(그렇다고 뭐 특별한건 없다. 겨우 동네 음식점에서 먹고싶었던 음식 한번 사먹는 수준 ^^)

예수쟁이들이 늘 하는 이야기

지난 12월부터 몇주에 걸쳐서 Stanford의 KCF 모임의 형제 자매들과 함께,
“예수쟁이들이 늘 하는 이야기” 라는 시리즈의 message를 나누어왔다.

구원, 사랑, 성육신, 하나님 나라, 은혜 등등의 주제를,
그리스도 중심적 시각에서,
그리고 또한 삶에 구체적인 적용이 가능한 접근으로…
다루어 보았다.

잘 들어준 우리 형제 자매들에게도 고맙지만…
이번 기회에 나도 나름대로 참 기본의 내용을 여러번 곱씹어보는 유익이 있었다.

역시,
복음의 기초만큼 내면의 깊은 곳을 touch하는 다른 무엇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역시 남는 아쉬움은…
정말 전해졌으면 하는 그것을 전할 방법이 내게 없다는 안타까움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복음의 수준만 하더라도…
내가 이렇게 표현해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고 좋은데….
그걸 말로 담아내고나니 이렇게도 초라해지는 것이다.

평가기준

지난주 학회에서 마지막 날 오후였다.
학회 막바지여서 지치기도 했고, 오후여서 나른하기도 했다.

거의 마지막 발표를 듣고 있었다. 발표는 한국의 어떤 기업에서 자신들이 한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영어도 부자연스럽고, 발표하는 자세도 위축되어 있었고, 내용의 전개도 아주 지루하게 느껴졌었다.

나는 그저 이 발표만 넘기곤 이제 짐싸서 간다는 생각에 지루하게 앉아있었는데, 내 옆에 앉아 있었던 Carl은 이 발표를 열심히 듣는 것이다. 내게 자꾸만 자신이 모르는걸 물어보기도 하고, 혹시 저 사람이 이렇게 표현한건 무슨 뜻이냐며.. 소위 콩글리쉬 해석을 물어보기도 하였다.

그 발표를 다 듣고나서는.. What a great talk! 이라며 아주 감탄을 하였다.
실제 자기가 연구하는 내용을 솔직하게 보여주었다며, 기업에서 하는 발표치고 이렇게 훌륭한 발표를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같은 한국사람인 나도 지루하게 듣고 있었던 그 발표를, Carl은 적절한 평가기준을 가지고 평가하며 appreciate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발표를 그저 그 발표의 포장을 가지고 평가하고 있었던 나와는 달리, 내용의 핵심을 찍어 낼 수 있는 통찰이 날카로왔다.

나는… 아직도 멀었다.

Over-Qualified Candidates

우리 그룹에서 engineer를 몇사람 뽑는다.
모두가 임시직이다.
총 3명을 뽑기 위해서 회사 internet에 공고를 올렸는데, 150명 정도의 이력서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중 추리고 추려서 일단 6명의 candidate을 놓고 요즘 매일 interview를 하고 있다. 이번 주는 일주일 내내 interview 이다.

interview 과정을 대개 이렇다.
아침에 와서 우선 hiring manager와 잠깐 이야기를 하고,
우리 그룹 앞에서 자신의 연구 내용과 관련된 발표를 하고,
그리고 나선 6-7명으로 된 interview team과 하루 종일 고생을 한다.
한사람이 30분씩 7명 + 점심시간 1시간 반 + 발표 1시간 + wrap-up 및 introduction 30분-1시간… 이렇게 하면 총 7시간 정도를 계속 interview만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기 이전에 먼저 전화 interview를 통해서 이렇게 사람들을 추리는 과정이 있었고.

문제는…
이렇게 뽑는 position이 모두 임시직인데도… 정말 엄청난 이력의 candidate들이 지원을 했다는 사실이다.

말단 임시직을 뽑는 자리인데… 나보다 나이가 10살 이상 많은… 큰 기업에서 group manager를 했던 그런 사람들도 지원을 했다.

아…
정말 경기가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거짓으로 Fund 따기

어느 분야나 다 그렇겠지만, 내가 하는 flexible display 쪽에서도 소위 “뻥을 쳐서” 투자를 받은 후에 그 돈으로 회사를 키우는 식의 일은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대개 큰 투자를 받아서 (대개는 과장을 많이 포함시킨 proposal로 fund를 모은다) 사람들을 잔뜩 뽑고, 회사를 키워서 주가를 키우고 그런 후에 다른 회사에 팔아버리는 식으로 돈을 번다.

이번 학회기간 동안, 지금 함께 일하는, 그리고 내가 그 회사의 직원으로 있는, Power Film의 CEO인 Frank와 많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Frank는 위에서 내가 언급한 형태로 돈을 모아 회사를 팔아넘기는 사람들을 거의 경멸에 가깝게 싫어한다. 그렇게 돈을 모아서 자기 집 화장실 수도꼭지를 다 금으로 쳐 바르는 식의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고.

그렇게 거짓으로 Fund를 따고, 거짓으로 투자를 받는 회사들은, 단지 스스로에게 정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정직한 회사들에게도 큰 피해를 준다며 열을 올렸다.

거짓으로 돈을 모으는 회사들은, 거의 실현 불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그것에 맞추어 돈을 모으는데, 그런 상황에서 정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열등해 보이기 때문에 투자를 받는 것도 정부 project 등을 받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다.

Frank는, 지난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그렇게 정직하게 하느라 고생도 많이 했고, 자기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못준 적도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부정직한 분위기 속에서 정직함이 위축되는 상황 속에서, 그 부정직한 분위기와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정직함을 지켜온 Frank가 멋져 보였다.

internet에서 뒤져서 어렵게 찾은 Frank의 사진. 실물보다 1000배쯤 잘 나온… -.-;

독선이 없는 강한 신념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다보면,
자신이 하는 일에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발견한다.
자신의 일에 대한 확신과 강한 신념은 그들에게 큰 motivation을 제공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게 하는데 큰 기여를 하는 듯 하다.

그런데,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서, 독선적이지 않은 사람을 발견하기는 참 쉽지 않은 듯 하다.

특히 기독교인들 가운데 자신의 독선을 건강한 신념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이런이들과의 만남은 건강한 도전을 주기 보다는 불쾌한 감정을 남긴다.

때로 얼마나 자신이 독선적인가 하는 것을 신앙 성숙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물론 공개적으로 그렇게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내면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독선적이지 않은 강한 신념…
다소 이율배반적인 이 두가지 개념이 merge 할 수 있는 유일한 key는 ‘은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게도 은혜가 넘쳐, 내 신념이 독선으로 흐르지 않기를…

드디어 발표!

이번 학회는,

정말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도무지 쉽게 많은 생각들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회사 일과 관련한 전략,
일을 왜 하느냐 하는 동기,
하나님 나라와 직장생활,
인간관계의 진실성과 피상성,
가치를 추구하는 것과 이윤을 추구하는 것과의 관계,
엔지니어가 된다는 것,
underdog이 되는 기쁨,
두려움과 기대감에 대한 생각,
성실함의 중요성,
리더쉽,
평가의 기준에 대한 문제…
등등…
정말 너무 많은 생각들로 정신이 없었다.
차차 이 블로그를 통해서도 그런 내용들을 좀 더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드디어 이번 학회를 통해서 우리가 세계 최초로 Roll-to-Roll fabricated flexible display를 만드는데 성공했음을 알렸다.
지난 11월 이후로,
대부분의 팀 멤버들이 연말 휴가도 반납하고… 주말과 밤에도 열심히 일한 결과이다.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

최근 매스컴 기사들…

최근 internet 여기 저기에서 우리 기사가 꽤 많이 나고 있다.
미국에서 뿐 아니고 한국..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다음주에 Arizona에서 열리는 flexible display conference에 가서 또 발표를 하나 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우리 그룹에서 100% Roll-to-Roll 이라는 방법으로 display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건 사실 꽤 대단한 건데…)
이것은 현재의 display를 혁신적으로 싸게 만들수 있는 것이다. 아직은 실제 대량생산을 할 수 있을 수준에 이르기까지 갈길이 멀지만.

점점 뭔가 something big이 다가 오고 있는 느낌…

그냥 얼른 찾아본 몇개의 기사만 보더라도… 엄청 많다…

http://itview.joins.com/news/article.asp?total_id=3412397
http://www.betanews.net/article/437841&ad=rss
http://blog.sina.com.cn/s/blog_5e13f6110100cbwg.html?tj=1
http://blog.wired.com/gadgets/2008/12/hp-prototypes-f.html
http://www.pcmag.com/article2/0,2817,2336409,00.asp
http://chanho32.egloos.com/2165215

우리 Lab director가 찍은 비디오도 있다. ^^

엘리트에의해 spoil 되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극소수 엘리트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최근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만나는 우리 팀 사람들은, 아마도 우리 분야에서 top 0.1% 내에 드는 극상의 엘리트들 일 것이다.

내가 성경공부를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도, 그리고 KOSTA를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도 대부분 신앙의 엘리트 들이다. 각 교회에서 속한 신앙 공동체에서 ‘날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엘리트들에 의해 spoil 된 듯 하다.
스스로 동기부여가되어 목표를 향해 돌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본다. 사실 이 땅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은 그 동기부여 자체가 힘든 사람들일텐데 말이다.

그러다보니 내가 점점 현실감각을 상실해 버린,
비뚤어진 형태의 엘리트시즘에 빠져버린 건 아닌가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