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단상들 (9)

자기애가 드러나는 한가지 어그러진 형태는, 타인에 대한 공격이다.
자신의 한계, 자신의 어그러짐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문제의 근원을 ‘타인’에게 돌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늘 상황의 문제는 ‘상대’에게 있게 되고,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내가 해야하는 일은 그저 ‘상대’를 비난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단체와 단체, 혹은 국가와 국가, 문명과 문명 사이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저 문제의 근원이 ‘저쪽’에 있다고 규정하고 그저 ‘저쪽’을 비난하고 공격하면서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늘 ‘저쪽’의 의도(intention)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내가 신뢰를 주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저쪽’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소위 늘 상처를 쉽게 받는 개인이나,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민족이나…
모두 이런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것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은…
깊이있는 자기성찰이다.

나는,
복음을 제대로 만난 사람이라면,
깊이있는 자기성찰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믿는다.

복음이 어떤 문화에 제대로 영향을 끼치면,
그 사회가 집단적 자기성찰을 하게되는 힘을 가지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복음이, 자기애를 넘어서 진정한 사랑으로 개인과 사회를 이끄는 방식은 이런 모습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