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6)

이건, 학교에 있지 않은 완전 외부인이 바라보는 관점에서의 이야기이다. 따라서 아마 학교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시각이 있을 수도 있을텐데
(공대쪽 이야기)

나는 주목할만한 innovation이 학계(academia)에서 일어나지 않은지는 꽤 되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하는 연구들이 꽤 괜찮은 innovation으로 연결되기도 하였고,
또 좀 폭넓게 ‘학계’라고 부를 수 있는 기업 연구소들 (IBM TJ Watson이나 AT&T Bell lab, HP labs 등등)이 있어서 그쪽에서 꽤 괜찮은 것들이 나왔었다.

이르게 보면 80년대, 좀 늦게 보더라도 90년대에는 그러나 innovation의 핵심축은 기업으로 넘어갔다.
게다가 innovation이라는게 주로 internet과 관련된 것이 되어버린 소위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어서는 더더욱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90년대에는,
기업에서 빨리빨리 전진하느라 미쳐 챙기지 못한 조금 더 ‘academic’한 연구들이 학계에 있었다고 생각되는데,
90년대를 지나면서는 그렇게 academic하게 해야하는 분야들이 정말 많이 없어져서 희소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학계에서는 ‘cool’한 것을 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그리고 정말 보면 cool해 보이는 것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한 5~10년전까지만 해도.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학교에서 하는 cool한 것들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현실성이 부족한 아이디어를 기업에서 받아서 하기에는 기업의 전진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러니 점점 학계와 기업의 간극이 벌어져버린다.

이게…
뭐 이것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더 큰 문제는,
그렇게 ‘cool’한 것을 주로 배우면서 아주 원칙적인 기본기를 많이 다지지 못한 교육이 대학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innovation은 기업에서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그것에 맞는 사람들이 제대로 길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우리 회사에서도, 정말 쓸만한 사람을 뽑고 싶으면 해당 분야에서 석,박사를 한 사람을 뽑는것보다 해당 분야의 industry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더 보게 된다.
학교에서 그거 했다고 뭘 알겠어?..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전반적으로, 적어도 내가 보고있는 학교쪽의 trend가 좀 바뀌어져야한다고 (감히) 생각한다.

첫째, 기업에서 더 잘 할 수 있는 cool한 것을 하려는 시도를 조금만 줄이고,
정말 fundamental하고 academic한 것들을 더 많이 다루어주면 좋겠다.

둘째, 정말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이 되면 좋겠다. grant를 잘 따내는 사람이나 cool한 paper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들이 더 많이 길러지면 좋겠다.

셋째, ‘연구’에 앞서서 ‘교육’이 조금 더 강조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 처럼 지금의 innovation의 무게중심은 기업쪽에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 기초에 해당하는 연구는 많이 하지 않고, cool해 보이는 연구만 많이 하기 때문에… 기업이 해야하는/할수있는/하고 있는일들을, 기업보다 더 못한 환경에서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학계 내에서는 서로 박수도 쳐주고 환호도 질러주지만, 막상 현실속에서 그걸 가지고와보면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괜히 이상한 겉멋만 든 사람들이 학교에서 길러져 나오는 것 같아 보일때가 있다. 정말 engineer로서 일을 해야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skill set을 갖추고 나오지 못한다.
그 상황에서 잘 적응한 박사과정 학생은 또 다시 현실성 부족한 cool한 grant를 잘 쓰는 사람으로 길러져 또 다시 교수가 되고.

오랜만에 학회에 갔다가 괜히 bias 많이 된 오지랖을…
잘 알지도 못한채 지적질을 했다기 보다는, 회사에 다니면서 학교쪽에 바라는 것을 쓴 것으로 읽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