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3)

자, 그럼 이중에서 신약과 구약에서 모두 사용된 에무나 אֱמוּנָה 를 한번 살펴보자.
‘에무나’가 사용된 하박국 2:4은 바울이 로마서에서 그대로 인용한다. (로마서 1:17)

이것이 종교개혁의 모토가 되었던 그 중요한 구절이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역시나 하박국에서의 에무나는 로마서에서 피스티스로 번역해서 사용하고 있다.

“에무나” 라는 명사를 왜 하필이면 헬라문화에서는 “피스티스”로 옮겼을까?
문화가 다르면 당연히 단어가 일대일로 match되기가 어렵다.
하다못해 한국어의 ‘친구’라는 단어와 영어의 ‘friend’라는 단어는 거의 비슷한 단어이고, 번역을 할때도 바로 엇갈려 사용하긴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문화적으로 사용하는 용례가 사실 약간 다르다.

마찬가지로,
히브리문화에서의 “에무나”는 헬라문화에서의 “피스티스”와 살짝 다른 면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바울이 하박국 2:4을 가지고 왔을 때는, 히브리어로 된 성경을 보면서 그것을 자신이 번역했기 보다는,
이미 그때 있었던 헬라어 구약성경인 70인역을 참고했을 것이다.
최소한 70인역에서 “에무나”를 번역해 놓은 방식이 직간접적으로 바울에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런데
그 70인역을 보면 하박국 2:4의 “에무나”를 “피스티스”로 번역해놓고 있다.

아.. 물론 하박국에서는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살 것이라고 한 반면, 로마서에서는 <그의> 라는 내용이 빠져있다.
이건 또 다른 토론의 주제이므로 여기서는 넘어가자.

그리고 또,
신약에서 faithful, trustworthy 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보면, 그중 대다수가 피스티스의 여러가지 파생형의 단어들이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한가지 예를 들어서 달란트비유에서 주인이 돌아와서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이야기할때의 ‘충성된’의 단어는 πιστός (pistos, 피스토스)이다.

헬라어단어 피스티스에도 ‘신실함’ 혹은 ‘믿을만함’등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자, 그래서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구약의 에무나가 신약에서 번역될때는 피스티스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