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2)

지금 내가 와 있는 이 학회는 한국사람들이 많이 오는 학회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걸 감안한다고 해도… 정.말. 한국 사람들이 많다!

우선, 미국에 있는 한국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이제는 아주 잘 알려진 대학의 교수로 있는 사람들이 꽤 있고, 무엇보다 여러 학교들에서 대학원생으로 있는 한국 사람들이 정말 많다.
지금 내가 참석하고 있는 session들은 한국에 관련된 industry가 없는 분야인데 이렇게 한국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참 흥미롭다.
적어도 내가 한참 학회에 열심히 참석하던때에 비해서 한국 사람들의 미국 진출이 훨씬 다양하고 활발해진것 같아 보인다.

그리고 두번째로, 한국에서 온 한국 사람들이 정.말. 많다!
여러 대학의 교수들도 많고, 대학원생들이 완전 떼로 몰려다닌다!!
내가 한국에 있을때는 미국에 학회로 오는게 그리 쉽지 않았는데 (심지어는 교수들도)
이제는 대학원생들이 완전 떼로 몰려다닐만큼 많다.
그리고 예전에는 한국에서 하는 발표들이 그저 양으로 밀어부친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제는 꽤 양질의 paper를 발표하는 것도 심심치않게 본다.
한국 대학의 젊은 교수들이 invited talk을 하는 일들도 드물지 않고.

내가 관련있는 분야는 미국이 아니면 주로 유럽(스위스, 독일을 중심으로 일부 스웨덴, 이태리, 프랑스)이 강세이다. 그런데 내가 받는 느낌은 한국 대학들에서 하는 발표들이 유럽 대학들에서 하는 발표들보다 양도 많고 질도 떨어지지 않는다.

Very impressive!

안녕, 하이디… 고마웠어.

어제 결국 하이디가 떠났다.
아내와 민우는 그래도 슬프지만 그래도 잘 handle 한 것 같다.

민우가, 우리 가족이 가지고 있는 하이디 사진들을 모두 모아보자고 google photo에다가 다 함께 모아 보았다.

내가 찍은 사진은 대부분 하이디가 아내나 민우와 함께 하고 있는 사진들이었다.
하이디는 정말 민우와 아내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아, 물론 나에게도.)
참 감사했다.

잘가, 하이디… 고마웠어.

학회

오랜만에 ‘학회’라는 것에 와 있다.
마지막으로 좀 사이즈가 되는 그럴듯한 학회에 참석했던건… 아마도 예전에 바로 지금 내가 참석하고 있는 이 학회에서 invited talk을 했을때가 아닌가 싶다. ^^

예전에는 학회에 오면,
듣는 presentation의 90%는 성에 차지 않는 것들이었다.
아니… 저따위 걸 presentation이라고 가지고 와서 하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분야는, 내겐 정말 아주 많이 새로운 분야이다.
게다가 이 분야 자체가 아주 새로운 분야다.
그래서 발표의 대부분의 scope이 매우 좁고, 나도 그 발표들을 잘 이해하지도 못한다.

어떤 분야가 오래되면 그 분야에서 뭔가 정리 잘~ 하는 사람들이 큰 그림을 그리도록 도와주는 presentation을 하기도 하는데,
아직까지는 도통 그런게 안보인다.

덕분에 듣는 발표의 90%는 괜찮은 것들로 들린다. ^^
새로운 경험이다.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나는 그렇게 내가 잘 이해하는 것들만을 접하면서 그 안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하이디가 아프다

어제부터 나는 동부에 와 있다.
Hopefully 금년의 마지막 출장이다. -.-;

몇달 되었는데,
하이디가 예전처럼 뛰지를 못했다. 뒷 다리에 힘이 없어서 계단을 오르내리는것도 힘들어 했다.
가끔은 입에 거품을 물고 발작(seizure)를 일으키기도 했다.
한달쯤 전 부터는 오줌을 잘 가리지 못했다. 자기 침대에 실수를 하는 일이 많아졌고, 집에 오줌을 싸기도 했다.

지난 thanksgiving 휴가 동안에는 그 증상이 더 심해져서 혼자서 서 있는 것도 힘들어했고,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먹기만 하면 토했다.
잠도 잘 자지 못하고.
진통제 같은 것을 좀 먹여보려고 해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다 토하니… 약을 먹이는 것도 어려웠다.

하이디 배쪽에 있던 악성종양도 많아 커졌다.
(이 블로그에 쓰지는 않았는데, 악성종양 수술을 했으나 충분히 제거하지 못했고.. 또 수술을 한 이후에 방사선치료까지 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우리는 그냥 그걸 하지 않기로 결정했었다…)

지금 이렇게 먹지도 못하고, 사실상 거의 하반신 마비가 온 것이 그 악성종양의 원인인지, 아니면 그것과는 별개의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하이디 의사는 별개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어쩌면 하이디가 이번주를 넘기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하이디가 우리집에 온것은 4년 반 정도 되었다.
그때 벌써 나이가 좀 많았고…
여러가지 건강에 문제도 있는 상태였었다.

하이디는 지난 4년반동안 우리들에게, 특히 민우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하이디에게 고맙다.

Thanksgiving day

Thanksgiving이라고 뭐 뻑적지근하게 하는 것도 없다.
가족이 미국에 있는 것이 아니니,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지도 않고.
대개는 그냥 Thanksgiving 전까지 부지런히 달린 이후에, 그저 지쳐서 Thanksgiving day에는 매년 완전 퍼져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명색이 Thanksgiving인데…
정말 좀 감사해야하는건 아닐까…. 그런 좀 기특한(?) 생각을 문득 해 보았다.

그러고보니, 나는 정말 감사라는걸 잘 하지 않았구나.
늘 지금의 상태가 부족하고 모자르고 더 개선하고 나아져야한다는 생각들이 늘 나를 사로잡고 있구나.

그것이 물론 내 삶에 중요한 원동력이 되어서 나를 이끌어갈때가 많이 있지만,
감사가 고갈되어버리면 그건 정말 심각한 질병인걸텐데…

이번 Thanksgiving break에는,
무엇보다도 이런 휴식이 주어졌다는 것에 많이 감사해야겠다.
그리고 항목별로 조곤조곤 감사할 내용들을 적어보기도 하고, 그걸 감사의 내용으로 곱씹어봐야겠다.

저는 Thanksgiving break을 지나고 월요일부터 다시 블로그 posting을 이어가겠습니다.
(돌아오는 일요일부터 또 출장이긴 하지만… 그래서 다음주는 내내 out of town이지만… 그래도 블로그 글 쓸 여유는 있을 듯 합니다. ^^)

Happy Thanksgiving!

내가 아닌 나로부터 벗어나고 싶은데…

나를 좀 더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인지 잘 알텐데… ^^
나를 아주 띄엄띄엄 아는 사람들중 일부는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참 난감하다.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것처럼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고…
반복해서 이야기를 해주어도, 그게 잘 먹히질 않는다.

게다가 어떤 경우에는,
그렇게 나를 띄엄띄엄 잘 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끼리끼리 한편을 먹고,
함께 나에대한 착각을 서로 조장하는 일이 있다.

어… 어…

어떤 경우에는 그런 사람들과 일부러 거리를 두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그런 사람들에게 괜찮아 보일만한 일들을 일부러 하지 않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나 그런 사람 아니라고 막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그런데 그게 안먹히는 일들이 가끔 있다.

나는 억울한 오해를 참 잘 견디지 못하는 편이다.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닌데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나를 아주 나쁜사람으로 여기는 것 만큼이나,
내가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닌데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나를 아주 좋은사람으로 여기는 것도 견디기 힘들때가 있다.

원대한 계획!

몇주전에 한국에서 고등학교 동창이 방문을 했었다.
우리 회사에서 하는 일과 좀 연관이 되는 분야의 사업을 하고 있다.
그 친구, 이 동네에 있는 또 다른 고등학교 동창 하나,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저녁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러다가 얘기가 TV 프로그램쪽으로 흘렀는데, 나는 별로 아는게 없으므로 그냥 잠잠히…

그 친구들이 응답하라 시리즈가 재미있었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도 신문기사등에서 읽은 것은 있으니까 나도 그거 들어봤다고 얘기 했더니…
그건 나보고 꼭 보라고 권한다.

시리즈 세개중에서 뭘 추천하느냐고 물었더니 응답하라 1988이란다. 그게 우리 세대 이야기라고.
1998년에 고등학교-대학교 다니던 애들이 주인공들이라고.

나는 그래서 굳게 결심했다.
이번 Thanksgiving 휴가 기간에 응답하라 1998에 도전해보기로!

아, 아주 바쁜 휴가기간이 될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어제 오늘은 아틀란타에 와 있다.

한동안 미국 내 출장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내년 초 까지는 미국 내에 몇군데를 더 다니게 될 것 같다.

사실 내가 출장을 좀 많이 다니긴 하는데,
내가 가는 출장의 99%는 내가 가겠다고 계획해서 가는 것이다.
뭐 분위기 봐서 가야하니까 간다거나, 누가 가라고 시켜서 가는 경우는 내가 지금 이 회사 들어와서 딱 한번 있었다.
오히려 우리 CTO가 ‘얘는 왜 이렇게 출장을 많이 가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

그런데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일을 내가 하고 있긴 하다.

가령, 내가 지난 2월부터 쭉~ 함께 이야기하면서 뭔가를 진행시켜온 어떤 회사가 하나 있었다. 그 회사가 자꾸만 딴 소리 하고, 뭔가 일이 자꾸만 안풀리고, NDA 하나 sign하는데 몇달씩 걸리고… 그런데 그 회사가 제공하는 재료가 지금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제품에는 꼭 필요한 재료이다.

한편으로는 달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쪼기도 해봤는데… 진짜 일이 잘 안풀렸다.

그런데,
한달쯤 전에, 내가 다짜고짜, 너희 헤드쿼터 오피스에 며칠날 갈테니 거기에 관계되는 사람들을 다 모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래서 지난주에는 달라스에있는 한 conference room에, 그쪽 사람들 십여명이 모여있는 곳에 나 혼자 찾아갔다.
그쪽도 동부와 서부, 중부에서 사람들이 모인 것이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한 끝에,
그 사람들이 마침내 내가 하자는대로 하기로 결정을 했다.

몇개월동안 밀고 당겨서 잘 안되던게, 내가 한번 가서 그야말로 12:1로 ‘대결’을 벌이고 나니…
확~ 풀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출장을 다니지 않을수가 없다.
그래서 연말에 출장들을 에라모르겠다… 하고 확~ 다 잡아버렸다.
덕분에 대충 따져보니 금년에 비행기표값으로 쓴 액수가 2만불이 훨씬 넘는 것 같다.

돈이 다르다?

예전에 start-up company를 해보겠다고 방방 뛰어다녔었다.
나름대로 좋은 기술도 가지고 있었고, 팀도 괜찮았다.
돈이 문제였다.
그럭저럭 돈 적게들고 가고 있었는데, 막판에 어떤 고비를 넘기기 위해서 대충 1 million dollars 정도가 필요했다. (아, 물론 그 고비를 넘긴 후에도 계속 고비는 있었을거다… 쩝)
나름대로 여러 경로로 (그러나 우리가 해보려고 했던 중요한 원칙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돈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었는데, 그 돈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어떤 곳에서 결국 돈을 주지 않았다.
결국 그래서 그 회사는 망했다. 100만불이 없어서 망한 것이었다.

요즘 내가 쿵짝쿵짝 무슨 일을 하나 꾸미고 있는게 있다. 당연히 우리 회사 일이다.
이 일을 하는데 우리쪽에서 돈이 얼마나 드는지를 따져보고 있는데… 일단 대충 5~10 million dollars (5백만~1천만불) 정도가 들 것 같다.
대충 회사 내에서 몇사람과 이야기해보니, 그 정도라면 어렵지않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불과 몇년 전에, 1 million이 없어서 회사를 접어야 했었는데…
이제는 10 million 정도가 그것보다 훨씬 쉽게 느껴진다.

그때 우리가 1 million이 없어서 회사를 닫을때,
이렇게 10 million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테지.

사람에따라, 상황에따라…
돈의 크기는 정말 다른 것 같다….

(아, 물론 내 개인적으로는… 10 million이 아니라, 100불도 크다. ㅋㅋ)

우리 교회 ㅅㅊ 형제

우리교회에서는 내가 평신도중에 제일 나이가 많다. -.-;
이게 좀 차이가 나게 많은게 아니고…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교회 교인들의 majority는 나이가 나와 우리 민우 중간쯤 되는 것 같다. ^^
물론 나보다 우리 민우와 더 나이가 가까운 사람들도 많다.

그중 한 친구는, 학부를 마치고 이 동네에서 software engineer로 일하고 있는 ㅅㅊ 형제이다.
(그 형제는 90년대 초반 생이니, 나와는 20살이 훨씬 넘게 차이가 난다.)

몇달전에 그 친구가 네게 아주 뜬금없이,
‘제게 성경을 가르쳐 주십시오’ 라고 요청을 해왔다.
그러면서 성경을 좀 더 알고 배우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없다고. 나와 정기적으로 만나서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정말 마음이 무너졌다.
아니… 교회에 다니면서 성경을 배울 기회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니…
아니… 함께 벌써 몇년동안이나 같은 교회에 있었는데, 내가 그런 필요도 보지못하고 있었다니…

부랴부랴 함께 시간을 잡고,
두주에 한번 밤 늦게 만나서 잡담 형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QT한 것을 이야기하고,
그 친구가 성경을 읽으며 생긴 질문들과 묵상의 내용들을 잔뜩 가지고 와서 내게 쏟아 부어 놓는다.

어떤땐 노트에 빼곡하게 질문거리를 적어와서 내게 물어본다.
게다가, 그 질문들이 정말 정말 좋은 질문들이다!!

그 친구는 요즘 말씀과 사랑에 빠진 듯 하다.
얼마전에 디모데후서를 함께 볼때는, 디모데후서 같은 성경이 또 있겠느냐며 감격해 하더니만,
최근까지 예레미야서를 함께 보면서는, 이 성경을 읽어보니 자신이 정말 제대로 믿지 않았다는게 너무 확실하게 보인다는 거다.
자신의 죄가 더 많이 보이고, 그래서 고통스럽다고…

아… 정말…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한편 말로 다 할 수 없이 감사하고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너무 미안했다. 이렇게 조금만 말씀을 보도록 격려만 해 주어도 이렇게 까지 좋아하게 되는걸… 내가 그걸 못해줬던 거구나… 매주 얼굴을 보면서도…

그리고 또한,
지금 내가 그렇게 말씀을 읽으며 깊이 감격하고 회개하고 나를 돌아보는 일들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에 참 많이 부끄러웠다.

우리 ㅅㅊ형제와 함께 그렇게 말씀을 보는게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