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Being Excellent (4)

탁월함 중독에 걸리고 나면,

모든 것을 ‘효율’로 판단하게 된다.
효율에 거의 강박증이 있을 정도로.
탁월함 = 효율적 = 선
열등함 = 비효율적 = 악
의 등식을 부지불식간에 갖게 된다.
꼭 선,악의 개념까지 가지 않더라도,
어떤 경우에는, 효율성을 추구해야할때가 물론 있다.
그런데,
그런 효율성 강박증을 조금은 풀어도 될만한 상황에서도,
그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라던가,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낼때에도…
그 시간이 효율적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리고,
그렇게 효율적이지 못한 사람을 무시하거나 불편해하다 못해… 
‘악하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악한’ 것으로 여겨진 사람은 쉽게 마음 속에서 용서를 하지 못하고…
(왜냐하면, 탁월함 중독, 효율성 강박이라는 frame을 버리지 않은채 judge를 하는 것이므로)
아, 세상엔 왜 이렇게 악당이 많지?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수퍼히어로가 된듯이 행동하려고 하기도 한다.
이 모두…
내게서 자주 발견되었던, 그리고 지금도 발견되고 있는 모습이다.

Grounded

요 몇주 무리를 많이 한데다,

지난 주말 결정적으로 엄청 무리를 하고 나니.

허걱.

감기몸살에 걸렸다.

오랜만에, 나이퀼 먹고 잤더니만,

허걱,

눈을 뜨고 나서도 해롱해롱하다.

잠을 많이 자고, 쉬고나면 그래도 어느정도 functional 할 줄 알았는데,

허걱,

여전히 몸이 무겁다.

나이가 들긴 든 모양이다. ^^

사람에 담겨져 있는 history

지난 주말에,

KOSTA 전현직 총무간사들이 모두 덴버의 황간사님 댁에 모였다.

그리고, KOSTA visioning 작업에 관여하고 있는 김중안 목사님, 오진이도 함께 했다.

indy KOSTA에 헌신해서 오래 자리를 지켜오신 안상현 목사님도 오셨다.

황간사님 댁에서,

아주 분에 넘치는 대접을 해 주셨다.

90년대 중반부터 지난 20년 가까운 시간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20대, 30대부터 섬기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40대, 50대가 되어버린 분들을 보면서,

아, 이들의 삶의 여정에는 ‘역사(history)’가 담겨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정말 감사했다.

세월을 지내면서, 변질되지 않은 순수함과 겸손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계속 볼 수 있다는 것이.

KOSTA 관련된 모임이 늘 그랬듯이,

밤을 꼴닥 새우고, 나는 새벽 비행기를 타고 다시 집으로 복귀했다.

하나님을 생각하며 웃고,

섬기는 세상과 사람들을 생각하며 울고,

함께 섬기는 사람들을 통해 끊임없이 도전과 격려를 받는 것이,

이 땅에서 나그네된 (diaspora) 백성의 삶의 패턴인 듯 하다.

다른 이들은 모를거다…

토요일 밤에서 주일로 넘어오는 밤을 꼬박 지새웠다.

잠깐 비행기 안에서 두어시간 눈을 붙이고, SFO에 도착했다.

목사님과 함께 아침에 커피와 함께 pastry로 아침을 먹었다.

정말 무진장 피곤했다. ㅎㅎ

이제는 이렇게 하는거 정말 무리구나 싶었다.

그 와중에,

목사님과… 우리가 사랑하는 그래서 많이 걱정하고 위해서 기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부터 1시간 후,

절대 수면부족의 목사님과,

절대 수면부족의 나는,

함께 예배의 자리에 앉았다.

피곤해서, 몸이 막 쑤셨다.

이대로 설교를 제대로 들을 수 있을까.

설교를 듣는동안, 그러나, 나는 전혀 졸 수 없었다.

설교가 얼마나 탁월했는지 하는 ‘평가’는 할 수 없었다.

설교가 결코 ‘객관화’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설교 안에, 우리가 위해서 많이 걱정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을 향한 간절한 소망과 기대가 담겨 있었다.

설교를 마칠 무렵,

나는 내가 울고 있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마무리 기도를 하는 설교자의 음성이 떨렸다.

다른 이들은 모를거다.

내가 왜 그렇게 눈물을 그칠 수 없었는지.

다른 이들은 모를거다.

목사님의 음성이 왜 살짝 흔들렸는지.

공동체적 설교에서만,

공동체적 예배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Not Being Excellent (3)

내가 ‘일’을 대하는 태도는, 대단히 전투적이다.

여기서 ‘일’이란, 단지 직장일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해야하는 잡일들, 민우 ride 주는 일, 성경공부 등등… 그야말로 모든 종류의 ‘일’이다.

대개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위해,

촘촘하게 계획을 짠다. 그 계획 속에는 나름대로 내가 ‘노닥거릴 수 있는 여유’를 조금씩 넣어놓기도 한다.

그리고는 그 계획을 ‘미친듯이’ 실행한다.

내가 이렇게 일을 실행할 때에는, 폭군이 된다.

그 일을 방해하는 모든 사람, 사건, 존재가 나의 적이 된다.

지금 이 블로그의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누가 내게와서 말을 붙이거나 방해를 하면 나는 금방 불쾌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나는 지금도 전투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 이 글 쓸 시간 2분 남았다…)

이렇게 하면,

사실 대단히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을 해낸다.

웬만큼 많은 일도 handle 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있는 도중… 나는… 거의 ‘무인격체’가 되어버린다.

내가 짠 계획을 미친듯이 실행하는 기계와 같다.

그리고 그 일을 미친 듯이 마치고서…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나의 그 폭력적 자세에 위협을 받고 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이미 상처를 받아 나가 떨어져 있다.

탁월해야해. 그러기 위해서는 효율적이어야 해. 그러므로 치밀하게 열심히 해야해…

이런 삶의 자세속에서, 나는 사랑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

그런데 문제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할 때…

이렇게 전투적이지 자세를 견지하지 않고도 이 일들을 다 해낼 수 있을까?

이게 자신이 없다.

Not Being Excellent (2)

내가,

뿌리깊게, ‘excellency’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시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금년 들어서라고나 할까.

가족을 포함한 타인과의 관계, 내가 일을 대하는 태도,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탁월함중독 (addition in excellency)”는 대단히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블로그에서 몇번에 나누어서 ‘자가증상’ 몇가지를 풀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내 자신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아예 이렇게 나서기로 했다. ^^

어려서부터 늘 모범생으로 살아온 대부분의 사람의 특징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내가 공부를 잘하고자 노력했던 것,

정말 죽자사자 열심히 공부했던 것,

(나는 대학때는, 일주일 다해서 10시간정도만 자면서 공부할때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걸 정말 많이 즐겼다. 공부가 정말 재미있었다.)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연구/실험/개발하면서 직장생활 했던 것 모두,

따지고 보면 그 근원에,

그렇게 해서 security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복음을 받아들이고, 

내 잘못된 동기에 대하여 수 없이 많이 반성하고, 바로 잡으려 노력해서…

정말 많이, 정말 정말 많이… 나아지져서…

이제는 그 security에 대한 것을 많이 하나님께 맡겼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 생각의 깊은 곳에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40년 넘게 그렇게 살아온 탓에,

내 몸과 마음은… 탁월함중독에 빠져 있다.

이제는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고, 생각을 많이 하고, 제어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어느새 내 몸과 마음은 탁월함을 추구하는 모습을 가지게 되어버린다.

내 몸이, 탁월함 중독의 상태로 길이 들어버렸다고나 할까.

Not being excellent…

1.
뭐 자랑은 절.대. 아니다.
이제는 나이가 충분히 들어서… 이런거 자랑하는게 얼마나 유치한지 안다.

2.
나는 꽤 공부를 잘했다.
늘 전교일등을 했던건 아니지만, 중학교때는 시험때마다 전교일등이 내 목표였고, 꽤 자주 그 목표를 이루었다. 공부 잘하는 애들이 모인 고등학교에서도, ‘천재 그룹’에 속하진 못했어도, 대충 “위쪽 등수”는 유지했다.
대학교때엔 A0를 받으면 몹시 실망했다. 내 GPA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과 수석으로 졸업하고, 과 수석으로 대학원 입학했다.
그 후 꽤 좋은 학교에서 박사했고, 꽤 알려진 직장들에서… 그리고 그 안에서도 꽤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지내왔다. Resume 상으로 보면 꽤 괜찮다.

3.
어제 글에서 썼지만…
지금 직장에서, 참 일이 많다. 점심을 먹는 시간을 확보하는게 참 어려울만큼 일이 많고 바쁘다.
(그나마 어쩌다 점심 먹을 시간이 나면… 나는 먹는것보다 뛰는 쪽(운동)을 선택한다. ㅋㅋ 그리고 점심은 정말 아무거나 집어먹고.)
최근 며칠은 아침 7시 conference call로 일을 시작해서, 저녁 6-7시까지 conference call들이 있었다.
그리고 집에와서도 일을 떠나기가 어렵다.
회사에선 늘 뛰어다닌다. 걸어다닐 여유가 전혀 없다. 5분 잡담은 대단히 큰 시간낭비다.

4.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까지 바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렇게까지 안달복달하면서 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하는 이유는, Excellent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렇게 최선을 다해서 성실하지 않으면 많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5.
40대 중반이 되도록,
늘 Excellent 해야한다는 부담감에 살았고,
그럭저럭 그 excellency를 유지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내 몸에 밴… excellency를 추구하는 자세가, 나를 얽어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 내가 한 일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할때, 야… 참 잘했다… Great… Excellent… 이런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그걸 잘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그래서 over-achieve 하기 위해 늘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6.
성실함은 참 좋은 것이지만,
over-achieve 하기위한 이런 자세는 탐욕이 아닐까
혹시… 약간 덜 achieve 하더라도, 내 자세의 적절한 balance를 찾는 것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그래야… 내가 사랑할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

Excellent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가끔은 under-achieve 해도 괜찮다고,
일을 잘하는 것 보다, 사랑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이라고…
내 자신에게 자꾸 이야기해주어야 하는 것 같다.

조금… 수위 조절

금요일 성경공부 시간에,

최근 좀 ‘심한’ 이야기들을 약간~ 했었다. -.-;

내 생각의 흐름들과 고민들을 때로는 다소 blunt 하게 이야기한 것들이 있었는데,

사실 약간… 수위조절을 하면서 이야기했어야 했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역시 더불어서,

이곳 블로그에서도,

생각의 내용을 너무 ‘솔직하게’ 쓰기 보다는,

약간 좀 수위조절을 하면서 쓰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좀 하고 있다.

자칫 정리되지 않은 생각의 흐름의 일부를 ‘틱’ 하고 던지면,

그것을 파편적으로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많이 있고,

그러다보면 불필요한 걱정,우려, 불편함 등등을 야기시기키고 하는 것 같다.

약간, 수위 조절…

배려.

그리고 겸손함… 등등이 필요한 듯 하다.

마음

우리 교회에서는,

설교 후, 기도하는 시간에… 정말 조용히~ 다들 조용히~ 말씀을 생각하면서 기도를 한다.

다들 소리도 잘 안내고 그렇게 기도 하는데… 그래서 목소리가 큰 나는, 내 목소리가 다른 사람 기도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늘 조심하면서 기도를 하곤 한다. ㅎㅎ

그런데,

어제 설교후 기도시간에는 내가 그런 걱정을 전혀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기도 하면서…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냥 

한편 마음으로 다가오는 따뜻함, 

한편 막막하고 안타깝고 답답함,

그리고 그런 설교를 준비한 설교자의 마음…

(게다가 자신의 아픈 부분까지도 내보이면서까지…)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느껴져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을 뚝뚝 떨어뜨렸다.

이게,

설교 내용을 그냥 액면 그대로 놓고 들으면,

설교 내용이 좋긴 했지만, 

내가 그걸 듣고 그렇게 눈물을 뚝뚝 흘릴만한 내용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내용을 이야기하는 설교자의 마음이,

그리고 그 설교자를 사용해서 그 이야기를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는 촉촉함이었다.

민우가 찍은 사진들

민우는, 적어도 나 같은 문외한이 보기엔, 사진을 잘 찍는다. ㅎㅎ

노출, 채광, 셔터 스피드… 그런거 어떻게 잘 맞추는지, 뭐 그런건 난 하나도 모르는데,

사진을 찍어, 그것을 가지고 자신의 마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언젠가는 베란다에 나가서, 2시간 가까이 달 사진만 찍으며 시간을 보낸적도 있다. (요 아래 달 사진이 바로 그 사진중 하나.)


민우가 이런 감상을 가지고 있어서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