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Being Excellent (3)

내가 ‘일’을 대하는 태도는, 대단히 전투적이다.

여기서 ‘일’이란, 단지 직장일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해야하는 잡일들, 민우 ride 주는 일, 성경공부 등등… 그야말로 모든 종류의 ‘일’이다.

대개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위해,

촘촘하게 계획을 짠다. 그 계획 속에는 나름대로 내가 ‘노닥거릴 수 있는 여유’를 조금씩 넣어놓기도 한다.

그리고는 그 계획을 ‘미친듯이’ 실행한다.

내가 이렇게 일을 실행할 때에는, 폭군이 된다.

그 일을 방해하는 모든 사람, 사건, 존재가 나의 적이 된다.

지금 이 블로그의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누가 내게와서 말을 붙이거나 방해를 하면 나는 금방 불쾌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나는 지금도 전투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 이 글 쓸 시간 2분 남았다…)

이렇게 하면,

사실 대단히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을 해낸다.

웬만큼 많은 일도 handle 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있는 도중… 나는… 거의 ‘무인격체’가 되어버린다.

내가 짠 계획을 미친듯이 실행하는 기계와 같다.

그리고 그 일을 미친 듯이 마치고서…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나의 그 폭력적 자세에 위협을 받고 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이미 상처를 받아 나가 떨어져 있다.

탁월해야해. 그러기 위해서는 효율적이어야 해. 그러므로 치밀하게 열심히 해야해…

이런 삶의 자세속에서, 나는 사랑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

그런데 문제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할 때…

이렇게 전투적이지 자세를 견지하지 않고도 이 일들을 다 해낼 수 있을까?

이게 자신이 없다.

Not Being Excellent (2)

내가,

뿌리깊게, ‘excellency’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시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금년 들어서라고나 할까.

가족을 포함한 타인과의 관계, 내가 일을 대하는 태도,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탁월함중독 (addition in excellency)”는 대단히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블로그에서 몇번에 나누어서 ‘자가증상’ 몇가지를 풀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내 자신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아예 이렇게 나서기로 했다. ^^

어려서부터 늘 모범생으로 살아온 대부분의 사람의 특징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내가 공부를 잘하고자 노력했던 것,

정말 죽자사자 열심히 공부했던 것,

(나는 대학때는, 일주일 다해서 10시간정도만 자면서 공부할때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걸 정말 많이 즐겼다. 공부가 정말 재미있었다.)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연구/실험/개발하면서 직장생활 했던 것 모두,

따지고 보면 그 근원에,

그렇게 해서 security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복음을 받아들이고, 

내 잘못된 동기에 대하여 수 없이 많이 반성하고, 바로 잡으려 노력해서…

정말 많이, 정말 정말 많이… 나아지져서…

이제는 그 security에 대한 것을 많이 하나님께 맡겼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 생각의 깊은 곳에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40년 넘게 그렇게 살아온 탓에,

내 몸과 마음은… 탁월함중독에 빠져 있다.

이제는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고, 생각을 많이 하고, 제어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어느새 내 몸과 마음은 탁월함을 추구하는 모습을 가지게 되어버린다.

내 몸이, 탁월함 중독의 상태로 길이 들어버렸다고나 할까.

Not being excellent…

1.
뭐 자랑은 절.대. 아니다.
이제는 나이가 충분히 들어서… 이런거 자랑하는게 얼마나 유치한지 안다.

2.
나는 꽤 공부를 잘했다.
늘 전교일등을 했던건 아니지만, 중학교때는 시험때마다 전교일등이 내 목표였고, 꽤 자주 그 목표를 이루었다. 공부 잘하는 애들이 모인 고등학교에서도, ‘천재 그룹’에 속하진 못했어도, 대충 “위쪽 등수”는 유지했다.
대학교때엔 A0를 받으면 몹시 실망했다. 내 GPA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과 수석으로 졸업하고, 과 수석으로 대학원 입학했다.
그 후 꽤 좋은 학교에서 박사했고, 꽤 알려진 직장들에서… 그리고 그 안에서도 꽤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지내왔다. Resume 상으로 보면 꽤 괜찮다.

3.
어제 글에서 썼지만…
지금 직장에서, 참 일이 많다. 점심을 먹는 시간을 확보하는게 참 어려울만큼 일이 많고 바쁘다.
(그나마 어쩌다 점심 먹을 시간이 나면… 나는 먹는것보다 뛰는 쪽(운동)을 선택한다. ㅋㅋ 그리고 점심은 정말 아무거나 집어먹고.)
최근 며칠은 아침 7시 conference call로 일을 시작해서, 저녁 6-7시까지 conference call들이 있었다.
그리고 집에와서도 일을 떠나기가 어렵다.
회사에선 늘 뛰어다닌다. 걸어다닐 여유가 전혀 없다. 5분 잡담은 대단히 큰 시간낭비다.

4.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까지 바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렇게까지 안달복달하면서 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하는 이유는, Excellent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렇게 최선을 다해서 성실하지 않으면 많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5.
40대 중반이 되도록,
늘 Excellent 해야한다는 부담감에 살았고,
그럭저럭 그 excellency를 유지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내 몸에 밴… excellency를 추구하는 자세가, 나를 얽어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 내가 한 일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할때, 야… 참 잘했다… Great… Excellent… 이런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그걸 잘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그래서 over-achieve 하기 위해 늘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6.
성실함은 참 좋은 것이지만,
over-achieve 하기위한 이런 자세는 탐욕이 아닐까
혹시… 약간 덜 achieve 하더라도, 내 자세의 적절한 balance를 찾는 것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그래야… 내가 사랑할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

Excellent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가끔은 under-achieve 해도 괜찮다고,
일을 잘하는 것 보다, 사랑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이라고…
내 자신에게 자꾸 이야기해주어야 하는 것 같다.

조금… 수위 조절

금요일 성경공부 시간에,

최근 좀 ‘심한’ 이야기들을 약간~ 했었다. -.-;

내 생각의 흐름들과 고민들을 때로는 다소 blunt 하게 이야기한 것들이 있었는데,

사실 약간… 수위조절을 하면서 이야기했어야 했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역시 더불어서,

이곳 블로그에서도,

생각의 내용을 너무 ‘솔직하게’ 쓰기 보다는,

약간 좀 수위조절을 하면서 쓰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좀 하고 있다.

자칫 정리되지 않은 생각의 흐름의 일부를 ‘틱’ 하고 던지면,

그것을 파편적으로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많이 있고,

그러다보면 불필요한 걱정,우려, 불편함 등등을 야기시기키고 하는 것 같다.

약간, 수위 조절…

배려.

그리고 겸손함… 등등이 필요한 듯 하다.

마음

우리 교회에서는,

설교 후, 기도하는 시간에… 정말 조용히~ 다들 조용히~ 말씀을 생각하면서 기도를 한다.

다들 소리도 잘 안내고 그렇게 기도 하는데… 그래서 목소리가 큰 나는, 내 목소리가 다른 사람 기도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늘 조심하면서 기도를 하곤 한다. ㅎㅎ

그런데,

어제 설교후 기도시간에는 내가 그런 걱정을 전혀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기도 하면서…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냥 

한편 마음으로 다가오는 따뜻함, 

한편 막막하고 안타깝고 답답함,

그리고 그런 설교를 준비한 설교자의 마음…

(게다가 자신의 아픈 부분까지도 내보이면서까지…)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느껴져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을 뚝뚝 떨어뜨렸다.

이게,

설교 내용을 그냥 액면 그대로 놓고 들으면,

설교 내용이 좋긴 했지만, 

내가 그걸 듣고 그렇게 눈물을 뚝뚝 흘릴만한 내용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내용을 이야기하는 설교자의 마음이,

그리고 그 설교자를 사용해서 그 이야기를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는 촉촉함이었다.

민우가 찍은 사진들

민우는, 적어도 나 같은 문외한이 보기엔, 사진을 잘 찍는다. ㅎㅎ

노출, 채광, 셔터 스피드… 그런거 어떻게 잘 맞추는지, 뭐 그런건 난 하나도 모르는데,

사진을 찍어, 그것을 가지고 자신의 마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언젠가는 베란다에 나가서, 2시간 가까이 달 사진만 찍으며 시간을 보낸적도 있다. (요 아래 달 사진이 바로 그 사진중 하나.)


민우가 이런 감상을 가지고 있어서 참 감사하다.

쫓기지 않는 삶 ? – Update

그저께와 어제 오전에 일을 좀 설렁설렁… 했더니만…

완전히 어제는 일이 팡팡 터져 주었다. -.-;

잘못하면 아마 이번 주말에는 회사에 나가서 일을 해야될지도 모르겠다.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스트레스 받게 되고…

완전 민폐…

음…

그냥 내 나름대로 ‘자체 휴식’을 취하는 방식으로 여유를 찾는건,

내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바쁜 일정으로 살되,

쫒기며 살지 않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필요할 듯.


그런 자세를 갖는 key는,

outcome을 주님께서 맡아주신다는 신뢰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나는,

이 문제를 최근 많이 생각하면서..

내가 하나님 안에서 풀어내어야 할 중요한 key 하나를 발견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건이 허락하는대로, 이 블로그에서, 내 생각의 흐름, 마음 가짐, trial-and-error를 좀 써보아야 겠다.

(결국 이건… 내 ‘공개 일기’인 셈이므로… ㅎㅎ)

Break…

요즘 정말 회사에서 일이 많다.

점심 먹을 시간 찾는 것이 어렵고, 그야말로 5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서 쓴다.

지난 며칠은 아침 7시 conference call로 시작해서 저녁 8시 나 되어야 퇴근할 수 있었다.

게다가 집에 와서도 이메일을 떠나지 못하고…

그런데 어제는,

아주 의도적으로, 8시쯤 퇴근해서는….

회사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농담을 하고…

ipad로 youtube 동영상들을 보고,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초콜렛을 먹고… ㅋㅋ

Forbes 기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성공적인 사람들은 stress와 게으름의 적절한 balance를 유지한다고…

나는, 소위 ‘성공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trend를 몸서리치게 싫어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삶의 balance를 맞춘다는 차원에서 주목해서 보았다.

나는 늘 ‘strong anxiety’의 range에서 내 삶을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다보니 ‘늘 바쁜일로 쫒기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효율도 떨어지고… 그러다보니 더 시간이 없고…

가끔, 일을 ‘끄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사람들, 상황에 머무르는 것이 중요한듯 하다.

나 같은 교인둔 목사님은 얼마나 힘드실까?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잘 못했는데,

요즘은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나 같은 교인을 둔 목사님은 얼마나 힘드실까.

자꾸 이런 저런 이야기 해대지,

다른 생각들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이지,

나름대로 열정이 넘쳐 가끔 주체하지 못하지,

따지기 좋아하지,

때로 공격적이어서 다른 사람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지..

성경공부 하시면서, 설교하시면서 얼마나 마음에 거스르실까…. 

목사님께 잘하자… 

뭐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ㅋㅋ

공감 되시는 분은,

여기 우리 목사님의 블로그에 가셔서, 격려와 위로의 말씀을 많이들 남겨주시길….  

사랑할 여유가 없다면…

내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지론(?)은,

사랑할 여유가 없을 만큼 바쁘게 사는 것은 죄이다… 라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은 좀 더 바쁘게 살더라도 사랑할 여유가 있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은 별로 바쁘게 살지 않더라도 사랑할 여유가 없을 수도 있으니,

사람마다 바쁘게 사는 정도를 자신에 맞게 조정해야 할 터인데…

지난 두어주 정도,

사람을 사랑하고 돕고 하는 이메일, 카톡, 텍스트 등등이 쏟아졌다.

대충 4~5사람을 동시에 ‘도와주는’ mode에 있었던 것 같다.

어제 오후 카톡 하나가 띵~ 하고 들어왔을때…

어휴… 뭐가 또….

그 생각이 든 순간,

금방 내게는 red flag이 올라왔다.

….

나와 내 아내는, 

결혼기념일보다 2월 16일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97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걸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서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지났는데….

(게다가 내가 박사과정을 그만두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었을 때였기에 나는 정말 무언가를 시작할 자신이 없었다. 자칫 그냥 내가 내 아내에게 부담만 주게될 것 같아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2월 15일, 

내 아내 (그 당시는 ‘수영이’ㅋㅋ)가 대학원 원서를 막판에 준비해서 넣는걸 도와준다고 만나서…

저녁먹고…

머뭇거리다가 (정말 많이 머뭇거리다가..) 자정이 조금 넘어서 사랑을 고백했었다. 

그 이후 17년 동안,

나도 내 아내도 참 바쁘게 살아왔다.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내 아내를 사랑할 여유를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내 아내를 사랑하는 일은,

내가 회사의 project를 잘 해내는 일이나, 성경공부를 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일텐데 말이다.

Dallas Willard가 John Ortberg에게 이야기했다고 하는 충고를 따라, 내 삶을 좀 정리해야할 듯 하다.

“You have to ruthlessly eliminate hurries in your life.”

(but… I don’t yet know ho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