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꼼수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유

이전 글에서, 
나꼼수 편을 드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투로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은 내가 나꼼수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짧게 써보려한다.
(엄격하게 말하면 나꼼수 자체가 불편하다기 보다는, 나꼼수에 열광하고 올인하는 나꼼수 현상에 불편한 것이다.)

우선, 나는 정치적으로 ‘자유주의자’로 분류할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진보적인 입장을 가지는 것으로 생각할수도 있음을 밝힌다. (이 복잡한 formula를 어찌 이해해야 할지… 쩝.)
하여간, 나는 미국 상황에서는 거의 80-90% 민주당 편이고, 한국 상황에서는, 99% 반 한나라당이다. ㅎㅎ

그런 내가 나꼼수에 대해서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것이다.

결국 진보진영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극적으로 만들고자하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하는 것에 대한 담론이 아닌,
어떻게 진보진영이 집권할 것인지… 그것도 상당히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다루고 있는데,
그것이 정치적인 대화를 주도하고 있다.

정말 한국의 진보진영이 꿈꾸는 세상은 무엇인지..
FTA를 그렇게 반대했는데, 그것은 그 꿈꾸는 세상을 어떻게 가로막고 있기 때문인지,
이명박 정권이 꿈꾸는 세상과는 어떻게 다른지…
하는 그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물론, 그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정권을 찾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겠지만…
그리고 정권을 차지하기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정당과 정파의 목표이므로 그렇게 해야겠지만…
여전히 가치가 실종된 채 방법론만을 다루고 있는 상황이… 나는 답답하다.
뭐 그걸 꼭 나꼼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니다. 그 나꼼수에 열광하여 본질을 놓치고 있는 군중들을 원망한다고나 해야 할까… 

“오바” 하기

facebook에서,
K 목사님이 나꼼수를 깐 것과 관련해서 upset한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나는, K 목사님의 견해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지는 않다.
나꼼수를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고, 정봉주를 구속시킨 것은…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민주적 의식이 없는 정권인지 하는 것을 들어내는 한가지 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꼼수를 꽤 열심히 듣는 애청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K 목사님이 그렇게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 것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바’하면서 upset할 필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꼼수를 비판하는 것은 안되는 것인가? 나꼼수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기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을 ‘꼴통’으로 규정지을만한 일인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K 목사님이 견해를 밝힌 것과 관련해서 upset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많은 경우, ‘오바’해서 미성숙을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사실은 여기서 또 다른 측면에서의 ‘오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K 목사님 자신이다.

내가 보기에, 
K 목사님은 자신이 믿는 바에 충실한, 그리고 자신이 믿는 그것을 대중에게 아주 탁월하게 전달하는… 
뛰어난 대중 선동가이자 대중 연설가이다.
카리스마틱한 리더쉽을 가지고 어떤 그룹이나 운동을 이끌기에 참 적합한 리더십을 가진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분은, 이론가는 아니시다.
이분의 주장은 대부분 논리적이기 보다는 직관적이고…
그래서 그 논거에 헛점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고지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성실하고 신실하면서 카리스마가 있는 현장형 리더는,
건강한 이론가들에 귀를 기울이며 그 이론을 공급받아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이론가들을 참모로 두는 것이 참 필요한 것 같다.
그런데… 많은 경우 K 목사님은,  이론과 논리에 있어서도 스스로 pioneer가 되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
(참 좋은 이론가형 참모가 될 수 있는 Y 형제님과도 결별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안타까웠다.)

그런의미에서,
감히 나는 K 목사님이 ‘오바’를 하신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K 목사님께서 facebook에 쓰시는 글들을 보면서,
내 그런 생각을 자꾸 더 강화하게 된다.

K 목사님께서 쓰신 글에 대해 upset하는 사람들중 일부는,
K 목사님께서 그렇게 ‘오바’하시는 모습에 agitate 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얼마전에,
김정일과 같은 모습으로 한국교회 목사들이 되어가고 있다고 자아비판형 포스팅을 하나 올리셨었는데…
그 옆에서 이런 것을 좀 직언해드리는 누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 역시, 블로깅을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서,
K 목사님의 모습 속에서 나를 많이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