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A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며 했던/하는 생각들 (8)

피동적이 되는 예를 좀 더 들어보자.

내 딸의 생일날, 

딸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일찍 집에 갔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예전 직장이라면, 일찌감치.. 4시부터는 대충 일을 정리해가면서 큰 일 만들지 않고, 5시 땡 하면 쏜살같이 집으로 퇴근하는 것이 가능했다.

만일 해야하는 일이 더 있다면 그 다음날 더 하면 되는 거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안된다.

직장에서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갑자기 아시아로 출장을 가게 되어서,

딸아이가 학교에서 하는 중요한 presentation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수도 있다.

나는,

이렇게 내가 control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는 것을 정말 많이 불편해하는 것 같다.

그리고 많이 불안해하고.

생각해보면, 내가 수동적/피동적일 수 밖에 없었던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 속에서, 대학원 시절에, 유학 시절에…

그렇기 때문에 정말 기도 많이 하고 많이 엎드렸던 것 같다.

여름에 K 집회 참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해 달라고 몇주씩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했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그냥 척~ 하고 결정해 버리는 삶에 내가 너무 많이 spoil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런 면에서, 

참 많이 훈련이 될 것 같다.

참 하나님 앞에서 많이 엎드리는 것이 회복되면 좋겠다.

(덧붙여서)

어떤 독자가 내게 물어왔다.

이런 결정할때 이런거 다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거냐고.

처음 글에서 썼지만, 내가 A사로 옮긴 것은 이런 것들을 경험하기 위해 내가 능동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옮기게 된 것이다.

다만 이왕 상황이 이렇게 된거… 여기서 하나님께서 나를 어떻게 인도하시는지 하는 것에 촉각을 세워…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 뿐이다.

또 다른 피동성이라고나 할까. ^^

내가 A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며 했던/하는 생각들 (7)

며칠전 내 아내는 내게,

내가 이런류의 증상들(어제 쓴 것들)을 더 심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은,

K 총무간사를 하면서 부터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랬던 것 같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도 나는,

마치 세상을 내 어깨에 진 것인냥 행동할때가 많았던 것 같다.

내가 무너지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힘들다.

정말 버텨야 한다.

지금 이렇게 일이 쏟아지더라도 이걸 이를 악물고 해내지 않으면 안된다…

뭐 이런 류의 생각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게다가 직장에서도 거의 아무도 내개 이걸 하라고 지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일을 하고,

오히려 내가 agenda를 내서 함께 하는 일을 주도해가는 형태였다.

한마디로,

내 삶에… 수동적인(passive) 측면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피동성, 수동성을 경험할때 내가 vulnerable해져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일이 점점 내 삶에서 없어지게 되었고,

어느새 하나님을 의지하고, 은혜를 바라보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적극적, 능동적, 진취적 인본주의자와 같은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본다.

새 직장에서 이제 첫 한달여를 지내면서,

참 많은 것을 새롭게 경험한다.

그중 한가지는,

누가 내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말을 듣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일을… 참 오랜만에 하는 일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나는,

다시 좀 vulnerable해지면 좋겠다.

그러면서 하나님을 더 의지하고, 하나님의 은혜에 기대어 사는 모습을 많이 회복하게 되었으면 한다.

내가 A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며 했던/하는 생각들 (6)

한 일년 정도 라고 보아야 할까.

최근 나는 나 자신과 내 신앙과 내 성품, 그리고 삶을 돌이켜보며 마음이 힘들었었다.

내가 관찰한, 내가 불편한 내 모습을 좀 정리해보자면 대충 다음과 같다.

– 화가 한번 나면 잘 풀지 못한다. 뭔가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거나 납득이 되면 화가 풀어지는데, 내 논리로 설명이 되지 않으면 그 화가 풀리지 않는다.

– 다른이들에게, 그리고 특히 나 자신에게 매우 가혹하다. 기준을 높게 세우고, 그 기준에 모자르면 심하게 비난한다. 매우 자주 judgmental하다.

– 내 의도가 오해받는 것을 참지 못한다. 끝내 그것을 풀지 않으면 속이 쓰리고, 잠이 안오고… 

– 내가 하고 있는 계획을 방해 받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한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하루 시작해서 잠들때까지 거의 모든 것을 계획하는 쪽에 가깝다. 그러니… 내가 메꾸기 어려울만큼 긴 시간동안 내게 잡담을 늘어놓는 사람, 말이 논리정연하지 못한 사람 등등을 참 잘 참아내지 못한다.

– 온 몸에, 온 마음에… 늘 바짝 힘이 들어가있다.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부담감이 늘 나를 사로잡고 있다. 그렇다보니, 내가 힘들어도 힘들다고 내색을 잘 안한다. 그게… 사람들에게 내색을 하지 않는 것이야 그렇다고 해도… 힘들다는 기도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내가 힘들다는 생각을 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외에도 이런 것과 연관된 많은 증상들이 내게 있음을 최근 많이 보게 되었다.

(아니, 하나님께서 보게 해 주셨다고 이야기 하는게 더 좋겠다.)

이런 증상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내가 ‘은혜’를 잃어버린 그리스도인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내가 A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며 했던/하는 생각들 (5)

P사에서 일하면서,

내가 꾸었던 꿈이 참 많았었다.

그 내용은 ‘내가 start-up company를 하는 이유’라는 시리즈의 글로 정리했던 적도 있었다.

http://woodykos.tistory.com/251

http://woodykos.tistory.com/252

http://woodykos.tistory.com/254

http://woodykos.tistory.com/255

http://woodykos.tistory.com/256

http://woodykos.tistory.com/260

http://woodykos.tistory.com/257

나는,

21세기 초반, 하나님 나라 백성이, bay area에서 엔지니어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경험하며 실험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이 일을 해나가면서 몇가지 문제점에 부딛혔다.

우선, 내가 이 일을 제대로 해내기에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함께 하고 있는 lab director C가 이 점을 많이 제공해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C도 이걸 다 감당해내기에 충분한 리더쉽과 실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참 좋은 꿈이 있는데…

이걸 통해서 정말 제대로 일해보고 싶은데…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가지고 엔지니어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한번 풀어 보고 싶은데…

그렇게 해낼 실력이 부족한 것이다.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자각은 참 내게 아픈 것이었다.

A 사에서의 경험은,

아마 이런 측면에서, 내가 실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A 사에서 retire 할 정도까지 일하게 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여기서의 일을 통해 내가 실력을 더 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내가 A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며 했던/하는 생각들 (4)

내가 생각하기에,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해는, 이론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이론적으로 이해한 하나님 나라는 추상적이거나 비현실적 이상주의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그 사람을 하나님 나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영적 도약을 이루었던 시기들을 돌이켜보면,

그때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론적 이해가 깊어졌던 시기였다기 보다는,

하나님 나라의 실제를 경험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때로는 그 영적 도약이 깊은 좌절이나 절망 속에 이루어지기도 했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새로운 일이나 상황을 접하면서 이루어지기도 했고,

내가 하나님의 명령에 힘들지만 순종했던 경험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보통 내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눌때,

그것은 자주 내가 경험한 하나님 나라의 이야기에 근거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위에 언급한 어떤 특정한 영적도약에 근거하고 있고.

그런데,

최근 1년여동안,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에대한 message를 할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일종의 답답함 같은 것을 느꼈었다.

그것은, 

내가 갖추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안주하며 하나님 나라를 더 깊이 경험하는 것을 멈추었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내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그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성숙하고 있는 것이 멈춘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것은, 회사 생활의 여러 영역에서, 내가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문제를 내어놓고 엎드리기 보다는,

내 ‘재주’로 돌파구를 만들어내온 내 꼼수가 내 삶 속에서 이끼처럼 끼어있다는 발견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새로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P 사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내가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되는 것이라고 그림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것은 여전히 내가 갖추어놓은 environment에 안주하는 fall-back plan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었다.

그런 와중에,

P사의 어려운 상황, A사의 offer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내가 A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며 했던/하는 생각들 (3)

나를 아는 사람들이면 뭐 다 알지만,

꽤 유난스럽게,

성경공부 하는거 좋아하고, 사람들과 성경 이야기하는거 좋아하고, 멀리가서라도 하나님 나라 이야기하는거 좋아하고…

뭐 난 좀 그런 편이다.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 이야기를 할때면, 난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적은 수의 사람들이 모이더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내 돈과 시간 들여서 가는 것이 아깝지 않다.

나름대로 혼자 성경공부를 하기도 하고, 여러 강의등을 듣거나 신학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기도 한다.

그중에는 내가 생각해도 어려운 책들도 있다. ^^

그렇게… 

대충 20년 좀 넘게 살아온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성경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내가 무슨 빼어난 성경 해석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신학적 지식이 풍성해서 혹은 신학적 통찰이 뛰어나서 뭔가 어려운 현상이나 상황을 신학적으로 잘 풀어내는 사람도 아니고,

혹은 대단한 설교가여서 사람들에게 열정적인 설교를 해대는 사람도 아니고…

그럼, 정말 내가 해야하는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결국, 삶에서 복음을 가지고 살아내는 일이 내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물론 성경공부, 말씀 나눔, 필요하면 강의나 설교 등등을 하기도 해야겠지만… (아마 평생 하면서 살겠지만… ^^)

나는 결국은, 신학자, 목회자, 설교가는 아닌 것을.

하나님 나라 백성이, 엔지니어로서 지금 이곳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내 온 존재로 살아내는 것이 내게 주어진 우선적 identity가 아닐까.

이건 알고 있는 원칙들을 삶에 적용하며 사는 삶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적용해보지 않고는 알아 볼 수 없는 원칙들을 발견하는 작업도 포함한다.

대충,

지난 1년정도,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하면서 살았다.

내 이런 생각은, 내가 이번에 A 사를 가기로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관련된 내용은 다음 글에서 더 나누겠다.)

내가 A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며 했던/하는 생각들 (2)

이 결정을 했던 것은,

뭐 대단한 신앙적 결심 그런 것에 앞서… 

그저 매우 현실적인 결정이었다.

말하자면 많은 선택이 앞에 놓여 있는데 인도하심을 구하며 결정한 그런 case라고 이야기하기.. 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부분은 뒤에서 좀 더 다루어보려고 한다.)

예전 회사는, start-up company 였다.

많은 start-up company가 그렇듯이, 사실 나는 비교적 낮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대신 약간의 회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만일 이 회사가 잘 되면, 이 근처에서 집 한채 살 수 있을 정도의 뭐 그런 수준의 지분이었다. (다시 말하면 그걸로 대박내고 retire할 수준은 아니었다. ^^ 그럴 의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보니, 무슨 통장 잔고 이런게 두둑하게 있는 수준이 될 수 없었고, 

수입의 일정 부분을 헌금, 기부 등에 사용하고, 무슨일이 있어도 반드시 saving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적은 액수를 떼고 나면, 매달 겨우 break-even 하는 수준이었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 매일 똑같은 햄 샌드위치를 싸가지고 다녔고, 회사에서 식당에서 점심을 사먹는 것 등은 정말… 일년에 한두번 정도 할까말까 였다. 

내 수입 수준으로 3-bedroom apartment에서 사는 것은 사치인걸까.

camry가 아니라 civic을 더 타고 다녔어야 하는 걸까. 뭐 그런 식의 고민 수도 없이 많이 했고.

(그랬는지도 모른다.)

이런 경제적 상황 속에서,

회사의 장래가 불투명해지자 나와 우리 가족에게 던져지는 부담감은 상당히 컸다.

하나님께서 채워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가긴 했지만,

사실 그런 과정에서 일종의 불면증 같은 것도 경험했을 만큼 나도 마음이 힘들때도 있었다.

(지난달까지만해도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달에 그게 사라진걸 보면… 불안감, 책임감 때문에 불면증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그런 추측을 해보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A 사에서 연락을 먼저 해 왔고, 매우 reluctantly 인터뷰를 했다.

A 사에서 받은 offer는 꽤 attractive 했다.

일한 하는 일이,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이 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연봉을 더 많이 준다고 했다. -.-;

정말 돈으로 사람을 사오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현실적으로,

나는 돈이 필요했고, 그 돈을 주는 곳으로 옮긴 것이다.

다른 이유들을 쓰기 전에, 가장 현실적인 이유를 쓰는 것이 정직하고도 clear할 것 같아서 이렇게 먼저 써본다.

내가 A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며 했던/하는 생각들 (1)

예전 회사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었다.

하는 일에 애착도 가지고 가지고 있었고, 나름대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랄까 그런 것도 많이 경험했다.

그 속에서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할 기회가 많이 있었고, 때로 실패하고 때로 성공하면서 성장해가는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열정을 가지고 하던 일을 ‘팽개치고’ 갑자기 다른 회사로 가게 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예전에 이 블로그에서 좀 쓰긴 했지만, 앞으로 몇번의 글을 통해서 최근 내 직장 변경에 따른 여러가지 이유와 생각들을 좀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선 background로,

이전 회사에서 마지막으로 있었던 일들을 좀 정리해보면 좋겠다.

9월초, A 사의 recruiter가 연락을 해왔다. 관심이 있느냐고.

그 당시 내가 일하던 P 사 상황은, 10월 말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해 놓은 상태였고, 그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치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아서, 처음에는 좀 망설이다가… 내 resume를 보냈다. 그리고는 거의 바로 전화 인터뷰를 했고, onsite 인터뷰를 바로 하게 되었다. 나는 이 시점에서 우리 lab director에게만, A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틀 후,

P 사로 보아서는 중요한 meeting 하나가 9월 세째주에 있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회사를 살리려는 다른 노력을 계속 한다고 하더라도, 10월말 이전까지 성공적으로 돈이 들어오게 할 수 있을지 하는 것은 불확실하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lab director는 그 meeting 직후에 나만 따로 불러서는…

그 A사 인터뷰 네가 놓아 버리지 말고 진행하면 좋겠다. 지금 우리 상황이 이러니… 

내일 우리 그룹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 상황을 announce하고 각자 job을 찾도록 encourage 해야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It’s done. 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와 lab director가 정말 한참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고 회사 정원 돌 위에 둘이 앉아서 땅만 바라보고 있었던 기억이 지금도 영화처럼 생생하다.

결국 우리 그룹 사람들에게, 

회사를 살리는 노력을 계속 하기는 하겠지만, guarantee 할수는 없는 상황이다.

가능한대로 각자 job을 찾는 노력을 시작해라…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함께 했던 사람들중, 다른 job을 그 기간안에 찾은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job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게 나만 뭐 잘나서 그런게 아니고, 나도 역시 A 사에서 먼저 연락온 것 말고는 따로 apply 한 곳들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결국 9월 마지막주에 A사로부터 verbal offer를 받았고 나는 대충 그 range라면 offer를 accept할 의향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곧 formal offer를 받았고, 나는 그 offer를 accept 했다.

그런데, 10월 둘째주 경에, 색다른 break-through가 기존의 P 사에 생겼다. 꽤 장기적으로 business를 진행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 것이다. 결국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P 사에 남게 되었다. 허걱…

만일 P 사가 망한다면, 내가 마지막까지 남게되는 사람일 것이라고 나도 생각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먼저 P 사를 떠나게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A 사에 다시 이야기를 해서, offer accept 한 것을 취소하겠다고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의 글들에서 좀 더 이야기를 해보겠다.)

A 사에서는, 매우 aggressive하게 일을 진행시켰고, 하루라도 빨리 일을 시작하면 좋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왔다.

반면 기존에 있던 P 사에서는, 10월말까지 끝내야하는 중요한 일이 있는데, 그걸 내가 좀 마무리하고 가주었으면 하고 부탁을 해주었고.

결국 나는 10월 31일까지 일하고, 이틀 쉬고 그 다음주 월요일에 출근하는 일정으로 transition을 갖게 되었다.

직장 고민 (3)

지금 A사와 관련해서 내가 고민하는 생각들은 대충 다음과 같다.

(1) 지난 일년여 동안 내 삶을 성찰해 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내가 사람을 키우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많이 노력을 기울이며 지난 15년 정도를 살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점점…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사는 삶을 깊이 있기 이야기하기에는, 내 삶이 충분히 치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그런 고민을 더 많이 하던 차였다.

내가 선호하는 것을 갖추어놓고 그것 안에 안주(?)하는 삶 보다는, 내 한계를 깨뜨리는 치열한 삶 속에서만 할 수 있는 하나님과의 다이나믹한 교제, 깊이있는 깨달음 등등이 내게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런데 A사의 이 일은, 어쩌면 그런 것과 잘 맞아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2) 그런데, 또 다른 요인은…

이쪽이 돈을 더 많이 주는 것 같다. 아직 offer letter는 못받았지만, 대충 알아본 바에 의하면… 뭐 대충 그렇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내가 이게… 돈때문에 내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타협하는건 아닌가 뭐 그런 고민이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3) A사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온 느낌은…

마치 내가 MIT에 가서 사람들을 처음 만났을때의 느낌 같았다.

매우 talented group이고, 야망도 크고…

MIT에서 지내면서 나는 그 사람들을 많이 동경하기도 했고, 시기하기도 했고, 모방하려 하기도 했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많이 단련되고 훈련도 되었지만 한편 많이 내면이 망가지는 결과도 가져오게 되었고.

지금 나는… 이제는 그런 환경에 다시 던져지더라도 망가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걸까.

이제는 내가 충분히 그렇게 성숙한 걸까.

한편 그걸 좀 테스트 해보고 싶기도 하고, 한편 그것이 좀 두렵기도 하다.

(4) 지금 A사의 이 position은, 해외여행이 많다.

많으면 최대 40% 까지 travel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대충 전체 시간의 20-30% 수준이라고 하긴 하지만.

그렇다면 우리 가족은?

또, 내가 섬기고 있는 여러가지 일들은?

내가 섬기고 싶어하는 여러가지 일들은?

민우에게 아빠가 A 사에서 일하면 어떨것 같아? 그러니까 cool! 이라고 한다.

그런데 많이 travel 해야하는데… 그러니까 그럼 하지마! 라고 이야기한다. ㅎㅎ

의외로 아내는, 그렇게 하는 것도 감당할 수 있단다. (아마 나를 격려하는 입장에서 한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5) 지금 내가 있는 회사에서는, 일이 많고 바쁘고 stress가 많기도 하지만, 내 일정을 내가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무리 바빠도 내가 언제는 꼭 휴가내야한다고 이야기하면 뭐 딴지 거는 사람이 없다. ^^

그래서 코스타 같은 것도 자유롭게 섬길 수 있고, 지금 내가 local에서 꾸며볼까 기도하고 있는 일들도 할 여유가 생긴다.

그런데, A사로 옮기면 그런 상황이 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갑자기 어느어느 나라로 출장가서 3주 있다 와야하는 상황이 터지면 당장 그 다음날 비행기 타야하는 뭐 그런 상황이 될수도 있다.

내가 아주 싫어하는 stress 많이 받는 스타일의 삶이다. ^^

그런데, 그런 속에서… 내 계산과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보호하심을 더 경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함께 이땅을 사는 많은 사람들의 삶이 그런데… 내가 그런 삶을 살아야 그들에게 이런 속에서 하나님께서 여러가지로 섬길 길도 열어주시는걸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지 않을까?

(6) 이 일의 nature에 대해서, 그곳에서 나를 인터뷰했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어떤 일정기간 너는 어떤 다른 회사 그룹의 총 책임자, 혹은 더 큰 스케일의 총 책임자 역할을 임시로 맡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일을 여러 회사를 상대하면서 하게 된다. 뭐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주었다.

뭔가 더 exciting하게 들리게 하기위해서 그런 얘기를 해준건지…

(7) 내가 섬기고 있는 일들, 그리고 내가 어쩌면 섬기게 될 일들… 하나님의 사람들을 키우고, 말씀을 전하는 일들을 하는 것에 아무래도 제약이 좀 있게 될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지난 한 15년 정도 하나님의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 내 primary task인 것 같이 살아 왔다면…

이제는 뭔가 치열하게 세상 속에서 사는 경험을 해야만.. 내가 50이 넘어서 지금 40대의 사람들을 키워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런 인도하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8) 또 한가지는, 코스타를 섬기는 일이나, 지금 local에서 가능성을 찾아보고 있는 새로운 일이나 모두… 너무 내가 힘이 많이 들어가 있어, 하나님께서 이런 식으로 내가 좀 힘을 빼고, 후배들이, 다른 이들이 step-up할 chance를 마련해주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

내가 아니어도 정말 되는 건데 말이다.

결국 오늘 오후,

그 A 사의 사람들을 또 만나기로 약속이 잡혔다.

그쪽 일은 정신없이 진행되는데… 참 부담은 크다.

주말을 지내며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기도하고 성찰해보아야겠다. 아내와도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이상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지 않고…

열정을 가지면서도, 성급하지 않는…

그런 균형이 필요한 것 같다.

(싸구려 어줍잖은 훈수는 사절합니다만 ^^ 제게 조언 주실분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많이 말씀해주십시오.)

직장 고민 (2)

우선, 현 직장과 관련해서 내 고민은 대충 다음의 몇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1) 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는 정말 소중한 가치를 잘 공유하고 있고, 그 가치를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가며 제대로 펼쳐보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 지금 일하고 있는 기술도 꽤 괜찮은 기술이고, 덕분에 나도 여기저기 학회에 invited talk도 많이 불려다녔다. invited talk을 다 갈 시간이 없어서 최근엔 그냥 대충 거절해왔다.

이건 내가 뭐 각종 학회에 invited talk을 불려다닐만큼 대단해서라기 보다는… 훌륭한 그룹에 있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이 그룹에 있다는 것 때문에 말하자면 내 ‘몸값’ 이랄까 그런게 높아졌다고나 할까….

정말 좋은 그룹에서 일하면서 많이 덕을 봤다. 나는 뭐 별로 대단히 하는 것도 없는데…

(2) 처음은 그냥 뭐… 일년정도만 일단 좀 있다가 어디 다른데 가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이 회사에 join 했고, 우리  manager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일년이 후에는 나도 다른데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고, 우리 manager도 내가 다른데 가지 않으면 좋겠다고 해서 있게된 것이 이제 7년 반이 되었다.

말하자면 아주 뭐 임시직으로 그렇게 시작해서, 나도 뭐 무슨 야망 그런거 없었고, 그냥 그야말로 일에만 열중했다. 누구든지 이상하다 싶으면 막 대들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잘보이겠다는 생각이나 승진 뭐 그런건 아예 관심이 없었고.

7년 반이 지난 지금, 나는 어찌어찌하다보니… 그룹에서 leadership을 공유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가 되어 버렸다. 사실상 회사에서 No.2 라고 할 수 있다. CEO의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 lab director에 이어서.

이게.. 내 의사와는 전혀 관계 없이…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렇게 되는데에는, 우리 lab director의 배려가 참 컸다. 가끔은 가서 당돌하게 따지기도 하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하는 나 같은 사람을 그래도 붙들고 잘 있어준 것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다보니 내 역량보다 회사에서 너무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는 부담도 사실 꽤 있다.

특별히 옆에서 우리 lab director를 보면서, 사람을 격려하면서 세워주는 leadership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하는 것을 참 많이 배웠다.

오죽해야 내가 그 사람에게 아예 가서, 나는 네 일거수 일투족을 매일 다 관찰하고 있고 그걸 통해 여러가지를 배우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 내게 늘 constructive criticism을 많이 해주고, 내가 너를 계속 그렇게 지켜보면서 배우는 것을 허락해달라… 며 아주 당당하고 뻔뻔하게 이야기도 했었다. -.-;

어쨌든… 참 많이 배웠다.

(3) 그런데, 최근 한 1-2년 정도는.. 돌이켜보면 특별히 내가 더 배우고 성장했던 것이 그렇게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아…참… 다른 회사와 기술 협약 맺는 것에 좀 involve 되면서 아주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지는 법률용어들을 좀 더 많이 배웠다는 것을 제외하고 말이다. 협상을 하면서 밀고 땡기고 하는 것도 겪었고, 겉과 속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만났다.

지난 1-2년은, 내가 좀 성장을 했다기 보다는… 뭔가 돌파구를 마련하는 일에 involve 되면서… 어찌보면 내 특기가 아닌… 각종 business discussion에 많이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해야 했다. 뭐 그걸 통해서 그런 쪽으로 성장하고 훈련받았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내가 계속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까 하는 것에 대해 사실 확신이 없다. 그러다보니 그것이 낭비로 생각되는 것 같다.

(4) 게다가, 여러가지 회사 사정이 어렵다보니… 계속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뭐 그러면서… 사실 지금 내가 받고 있는 월급은… 좀 적은 편이다. -.-;

물론 뭐 지금 우리 회사의 지분을 좀 가지고 있긴 하지만…

(5) 나는 뭐 늘 여기저기 땜땅을 하는게…. 내 천성인가보다. 혹은..뭐 시쳇말로 팔자인가 보다. ^^

그 세팅이 교회가 되었건, 친구들 사이의 모임이 되었건, 아니면 코스타나 뭐 다른 어떤 상황에서도 생각해보면 늘 그렇다.

회사에서, 뭔가 일이 되어야 하는데 잘 안된다 싶으면 그냥 뛰어들어서 내가 그 일을 하고…하고 하는 바람에, 지금 내가 cover하고 있는 부분이 어느새 꽤 많아져 버렸다. 아주 애매한 형태로 leadership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실제로 우리 lab director가 나를 많이 의지하고, 자기가 힘들때 내게 그 힘든것도 털어놓고… 뭐 그런 관계가 되었기 때문에… 뭐랄까 지금 회사에서 확 내가 발을 빼가기 아주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금방 누구에게 넘겨줄 수 있는 상황도 물론 아니고.

(6) 그런데, 최근… 내가 좀 더 많이 가지게 된 회의는… 

어쩌다보니 내가 회사에서 꽤 중요한 일들을 하는 사람이 되었는데…

정말 내가 이 일들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일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운영 방안이, 결국은 성공하게 될 적절한 전략에 근거한 것인가 하는 것에도 좀 회의가 생겼다. 게다가 그 방향으로 가도록 만드는 일에 내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라면……….

나는 사실 이런 일들을 잘 해낼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있다.

선머슴이 사람 잡는다고… 뭐 잘 모르고 달려들어 이렇게 내가 하는 것이 결국은 나와 우리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안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고민을 참 많이 하고 있다.

(7) 그리고 또한,

내가 지금 이 start-up company에 함께하고 있는 나름대로의 논리와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 블로그에서도 시리즈로 글을 적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내가 생각했던 것이 그저… 현실성 없는 naive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저 충분한 현실성에 기반하지 않은 이상주의적 발상은 아니었을까… 

말하자면 내가 이 start-up company에 함께 하고 있는 그 근본적 rational에 회의도 생기고 있는 것이다.

(8) 지난 월요일에, 우리 lab director와 이런 이야기를 아예 터놓고 했다.

우리 lab director는… 

만일 네가 떠난다면 아마 우리가 돌파구를 마련해서 계속 진행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냥 모두 함께 이걸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 같다.

만일 너 없이 하는 길을 어떻게 찾는다 하더라도, 네가 떠나면 사람들의 사기문제가 아주 심각할 것 같다. 결국 한사람 두사람 떠나서 그룹이 붕괴되지 않을까 싶다.

뭐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아 물론… 네가 떠나고 그렇지 않고는 네 결정이다.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동료로서 친구로서 고맙다… 뭐 그런 얘기도 덧붙였다.

우리 그룹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물론 어떤 사람들은 쉽게 다른 직장을 찾을 수 있을 사람들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직장을 찾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에 대해서, 지금 나는 어떻게든 책임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 있는 걸까.

내가 지금 그 사람을 휙 버리고 떠날 수는 없는 입장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