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상주의를 기웃거리며

몇년전,
나는 스스로 내가 이상주의자임을 포기했다고 선언했던 적이 있었다. (2004년에 쓴 글)

이상주의가 가지는 한계를 생각했을 뿐 아니라,
적어도 내게 있어 이상주의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을 피하고자하는 비겁함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요즘은 점차 이상주의를 다시 기웃거리고 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땅을 살아가는 윤리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결국…
현실성이 완전히 결여된 것 같아 보이는 산상수훈 같은 것이 아니던가.

이상주의를 포기하지 않은 채,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
어그러진 이 땅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바른 자세는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롤 모델의 위험성

나는, 사람들의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그 사람들이 어떤 뛰어난 인물에 집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뛰어난 인물을 자랑하는 조직은 그 인물의 수준을 뛰어 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언제든지 사람들이 지나치게 어떤 뛰어난 인물에 의존하는 성향을 보이면 매우 적극적으로 그것에 대항하여 맞서거나, 그것을 타파하려는 노력을 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다른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는 것을 몹시 부담스럽게 느낀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를 롤모델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나의 한계에 막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몇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내가 어쨌든 스스로 그런 롤모델이 되어 answer를 제공하려하는 것 같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였고,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롤모델이 되겠다고 작정하여야 한다는 조언을 듣기도 하였다.
(이제 갓 40이 넘은 나이에 롤모델은 무슨… -.-;)

내가 무언가를 드러낼 것이 없기도 하거니와,
만에 하나 정말 내게 무엇 하나 다른 이들에게 보여줄 껀덕지가 있다 하더라도,
나는 다른이의 롤모델이 되지는 않겠다는 내 신념에 비추어 볼때,
그런 이야기들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내 죄성은, 내가 많은 follower를 가질때 만족하지만,
내 건강한 자아는, 내가 많은 fellow를 가질때 만족하는 것 같다.

나는, 내게 없는 ‘해답’을 꾸준히 찾아가는 사람이므로,
사람들에게 나를 따르라 할 일이 아니라, 나와 함께 가지 할 일인 것 같다.
정말…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함께 하는 사람들이 귀하다.

골프 칠 시간도 없이 바쁘다?

지난주에,
한국에서 교수 하고 있는, 전부터 알고 있던 어떤 형을 만났다.
한 5년만에 보는 것이었던가.

오랜만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이야기 도중,
그 형이 골프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에선 늘 만나면 하는 얘기들이 골프 이야기 아니면 자녀 교육 이야기라나.
그러면서 나는 얼마나 자주 골프를 치느냐고 물었다.

나는…
한번도 쳐본적이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골프를 칠 시간을 낼 정도로 살게될 것 같지 않다는 말도 덧 붙였다.

그랬더니 그 형이,
야, 골프 칠 시간도 없이 살다니 정말 많이 바쁜 모양이구나
하였다.

나는, 정말 골프 칠 시간도 없이 바쁜 걸까.

물론 바쁘게 살긴 하지만,
‘골프 칠 시간도 없이 바쁘다’는 표현은 뭔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보다 훨씬 시간이 더 나더라도, 골프를 치면서 시간을 보낼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화끈하게 한 8마일 뛰거나…
가족과 함께 하이킹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강의들을 듣거나,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잠을 자야지…
아니 어떻게 골프를 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단 말인가. ^^

Tony Campolo가,
사람들이 나이들어서 골프를 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People play golf, a game you chase after a little white ball, because you’re too old to chase anything else
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적어도 아직까지는,
little white ball보다는 훨씬 더 가치있고 좋은 많은 일들을 chase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뭐 절대로 golf-bashing을 하거나 그런건 아니고… 적어도 나는 golf 보다는 내게 더 유용한 다른 것들이 있음을 발견한다는 말이다. ^^)

간사훈련

요즘 한참 KOSTA 간사훈련을 진행중이다.
나는 요즘은 성서신학 파트를 맡아서 하고 있는데…

간사 훈련을 진행하다보면,
시속 300마일로 달릴 수 있는 대단한 자동차에,
연료를 주입하고 있는 것과 같은 나를 발견한다.

그런 일로 섬길 수 있는 것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는 특권이다.

천식

천식(asthma)과 함께 살아온게 벌써 30년은 되었나…
한동안 괜찮았는데, 최근 이놈의 천식이 나를 귀찮게 만들고 있다.

호흡기계통 전문의가 매우 가까운 사람인 관계로, 조언도 듣고 도움도 얻는데,
카페인 섭취, 과식, 기름진 음식 등이 다 나쁜 거란다.

최근,
수면시간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잠이 많이 모자른 상태로 몇달째 살고 있고,
때문에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고 있고,
바쁘다 보니 운동할 시간이 줄어들어, 일주일에 15-20마일 달리던 것이 요즘은 일주일에 10마일 달리기가 쉽지 않다. 덕분에 체중도 약간 늘었다.
저녁이면 피곤해서일까, 약간 과식을 하는 경향이 있고…

이것이 내게 ‘육체의 가시’ 일까.
나로 스스로 높아지지 않게 하려는 하나님의 배려일까.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최근,
내가 내 삶을 살아간다는 표현 보다는,
닥친 일들을 처리해낸다는 표현이 적절한,
그런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최근 음식도 신경쓰지 않고 먹었더니, 체충도 좀 불었고,
삶에 규모도 없어진듯 하고,
적절한 수면시간을 확보하지도 못하고 낮에 실험장비를 켜놓고 조는 일들도 많아졌다.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해야할 일들을 처리하며 사는 삶이 아닌,
소중한 가치들을 구현해나가며 사는 삶을 살아야 할듯 하다.

New CEO

지난 금요일,
HP의 새 CEO가 발표되었다.
신문 기사에 어떻게 그려졌는지, stock price가 어떻게 변동이 있었는지 그런 이야기들이야 publically 다 알려진 것이겠지만…

새 CEO가 SAP의 CEO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때, 적어도 내가 만난 hp labs 사람들의 반응은 대충 다음과 같았다.

“제기랄”
“내 그럴줄 알았어”
“어휴, 세상에…”
“I don’t care”, “whatever”
“우린 망했다.”

아니,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까지 부정적인 반응이 일관되게 나올 수 있을까.

새로운 CEO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할지는 모르지만, (나도 뭐 별로 크게 기대하는 쪽은 아니다. -.-;)
적어도 회사 사람들의 이런 반응들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링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자부심에 일했던 예전 hp labs의 연구원들에게는,
Wall street의 주가 몇센트 더 올리기 위해 연구비를 삭감하고, 직원에게 주는 혜택을 줄이고, 직원을 해고하는, 그러면서 자신은 수천만달러의 연봉을 챙기는, 소위 ‘money guys’들을 리더로 받아들이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인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더 이상 CEO들을 ‘리더’로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