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를 믿느냐?

민우는 작년 크리스마스 까지만해도 싼타를 믿었다!
(거의 내가 본 기록에 가깝다. 9살이 되도록 싼타의 존재를 믿다니)

그런데,
금년에는 그 존재를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다.

민우로 하여금 한해 더 싼타의 존재를 믿게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선물도 세심하게 준비하고,
민우가 선물 포장지를 미리 발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싼타를 믿는 단계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것을 무리하게 거스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존재하지도 않는 싼타를 민우로 하여금 믿게끔 하고자 하는 것은,
순진하고 어린 민우의 모습을 한해 더 지켜보고 싶은 나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민우에게도,
크리스마스의 기쁨이
싼타가 아닌 그리스도의 탄생임을 더 진지하게 이야기해줄 때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민우는 바쁘다

지난주엔가, 민우와 이야기를 하면서 나눈 내용.

민우가, 자신이 몹시 바쁘다고 이야기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이것 저것 자신의 바쁜 일정을 내게 이야기하면서,
아빠는 이렇게 바쁜 일정을 이해조차 못할꺼라고…
자신은 정말 몹시 바쁘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면서,
매일 자기가 이메일이 10개씩이나 온다고,
이메일 쓰는 것도 큰 일이라고 엄살을 떨었다.

어린 민우에게,
물론 그 수준에서 많이 바쁘고 벅찬 일정이나…
너무 많이 해야할 일이 많은 그런 상황이 있을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크면,
자신이 그렇게 바쁘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것이 얼마나 얕은 호들갑이었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될텐데…

내가 스스로 바쁘다고 여기면서,
민우와의 대화를 곱씹어 본다.

민우에게 해주는 아빠의 이야기

요즘 매일 저녁,
민우가 잠자리에 들기전, 민우에게 ‘아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해준다.

아빠도 민우와 같은 경험들을 했다는 것과,
그 과정 속에서 아빠 안에서 자리잡게된 긍정적 부정적 열매들을 이야기해줌으로써…
민우가 자신의 경험 속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를 보게 하려는 것이다.

내가 친구들과 편을 갈라 야구를 하는데, error를 해서 부끄러웠던 일,
그 후 친구들이 편을 갈라 사람을 뽑을 때면… 나를 잘 뽑지 않아 화가 났던 일,
그 당시 전학을 하면서 친구들을 보고 싶어 울었던 일,
선생님 몰래 전자오락실에 갔다가 혼났던 일,
주일학교에 가기 싫어서 억지로 투덜 거렸던 일 등등.

민우는,
매일 자기 전이면…
오늘도 ‘함께 이야기하자’며 내게 온다.
그럼 나는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아빠도 민우와 그렇게 이야기하는게 참 좋아’ 한다.

민우에게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내게 ‘story’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민우에게 ‘가치’를 설명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을 경험한다.

민우와 같이 어린 아이에게도 그렇지만,
나 같은 성인에게도…
‘story’는 어쩌면 가장 강력한, ‘가치’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내게 story가 없다는 것은 어쩌면 내게 그러한 ‘가치’로 살아낸 삶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반성도 해본다.

민우에게 들려준 아빠 엄마의 사랑 이야기

그저께 밤에는, 민우가 자기 전에,

아빠와 엄마가 어떻게 만나서 사랑하게 되었고 그 과정이 얼마나 blessing 이었는가 하는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그리고 true love를 찾게되어서 아빠와 엄마가 얼마나 blessed 되었는지,
그리고 그 사랑의 열매로 민우가 태어난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하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true love는 오래 기다리는 일을 수반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보통은 성교육의 차원에서 true love waits 라는 이야기를 사람들이 하곤 한다.
그러나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은 성교육의 차원에서 라기 보다는…
아직은 9살밖에 안된 어린 아이이지만,
머리 속에… 하나님 안에서의 사랑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하는 ‘이미지’를 갖게 해주려는 것이었다.

아빠와 엄마가 싸운 얘기, 그런 중에 힘들었던 얘기도 해 주었는데…
민우가 참 관심있게 잘 듣고, 여러가지 질문도 하고 그랬다.

삶의 중요한 원리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아이에게 이야기하고 싶을때,
그것을 경험의 이야기로 풀어내서 이야기하는 것 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는 듯 하다.

저녁마다,
내가 민우 나이였을때 (4학년일때) 겪었던 peer pressure 이야기,
경쟁심에 관한 이야기,
자존심/우월감/열등감 에 관한 이야기,
신앙과 삶에 대한 이야기,
등등을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민우가 적어도 나보다는 더 훌륭한 신앙인으로 성장하게 되길 바란다.

민우와 엄마의 대화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민우가 자기 전 함께 기도했다.

기도를 마치자 민우가 묻는다.
“엄마도 하나님하고 예수님하고 believe 해?”
엄마: 그럼 그럼. 당연하지!

민우: (신나하며) 예-이!
        민우도 하나님하고 예수님하고 believe 해.
        엄마도 민우도 eternal life 있네.
        엄마가 heaven 에 먼저 가서 기다리면 민우도 heaven 갈께.

엄마: (무척 감동된다) 그래, 그래, 엄마랑 민우랑 heaven 에서  

         만나자.

민우: (기분 좋게 웃다가) 그런데 heaven 에서도 밥먹어?
엄마: 그럼, 그렇겠지. 민우야, 민우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민우: 돈까스!
엄마: 하나님께서 heaven 에서, 돈까스보다도 훨씬 더 맛있는거
        주실거야.
민우: (잠시 생각하다가) 예수님 피하고 skin?!
엄마: (황당하다. 이런경우엔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그래.. 예수님 피하고 살하고 먹을지도 모르지.

민우: 디저트로?

엄마: (꽈당!)

성찬식에서 조금씩 받아먹는 ‘예수님의 피와 살’이

그렇게도 맛있나?
민우의 천국은,

동그랗고 납작한 ‘예수님의 살’과

조그만 컵에 담긴, ‘예수님의 피’를
디저트로 맘껏 먹을 수 있는 곳인가 보다.

2004 올림픽 (김수영)

저녁 8 시부터 중계된 2004 올림픽 개막식을
난 청소하면서 대충대충 보고, 민우는 아주 열심히 봤다.

각 나라 입장 할 때 한국이랑 미국이랑 나올 거니까 잘 보라고 하니까 민우는 고개를 빼고 기다린다.

미국이 먼저 등장했다.
집에 있던 작은 성조기까지 들고 “예! 예! 미국이다. (영어로)” 하면서 환호성이다.
한국이 등장했다.
한국팀이 민우가 알고 있던 “Korean flag” 태극기를 안 들고 있으니 의아한 모양이다. 왜 Korean flag를 안들고 있냐고 따진다.

음… 한국은 지금 South Korea 하고 North Korea 로 나눠져 있는데,
민우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사시는 곳이 South Korea 야.
그런데 두 Koreas 가 서로 다른 flags 를 가지고 있어.
South Korea 는 민우가 알고 있는 Korean flag 를 가지고 있고,
North Korea 는 또 다른 flag 를 가지고 있지.
올림픽에서 두 Koreas 가 같이 나오면서 South Korea flag 를 들면
North 가 기분나쁘겠지, 그리고…

여기까지 말하니까 민우가 말을 끊는다.
“아, 그래서 새론 flag 를 들었구나!”

그래서 난 또 뒤적뒤적 인터넷을 뒤진다. 다행히 한국팀이 등장한 후 몇 분도 안지났는데 사진이 떴다. 그 중 “새론 flag” 가 잘 나온 사진을 찾아서 민우에게 보여준다.

봐봐.. 그래서 Korean map 이 그려진 flag 를 들었지?
이 쪽이 North 고 이 쪽이 South 고.
빨간 옷 입은 사람들이 South 사람들이고 파란 옷 입은 사람들이 North 사람들이야.

민우는 다 이해한 표정이다.

하지만 민우가 앞으로 자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미국과 한국..
또 북한과 남한을 어떻게 이해해 나갈지…

지금 민우는 그런 이해보다는 불꽃놀이가 더 재밌나 보다.
새벽 1 시가 다 된 지금, “왜 opening ceremony 더 안해?” 하다가 겨우 잠들었다. 내일이 토요일이니까 늦잠자는 거 봐준다. ㅎㅎㅎ

(김수영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