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고향(?)

어제 저녁은, 어찌된 일인지 시간이 좀 났다.
사실 시간이 났다기 보다는 열심히 해야할 많은 일들을 미루어두고 빈둥거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이리 저리 web surfing을 하다가,
내가 박사과정중에 했던 분야의 ‘유명한’ 사람들을 찾아보았다.

내가 공부했던 분야는, 말하자면 좀 오래된, 그러면서도 기초적인 그런 분야인 탓에,
현재까지 그쪽에서 active하게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나오는 논문도 그렇게 많지 않고.
그렇지만 거의 매니아 수준으로 여전히 그쪽의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web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아…
뭔가 참 반가웠다!

그래, 정말…
이런 것들이 있었지…

내가 다시 대학원생이 된다면 이런 것들은 이렇게 좀 더 해볼텐데..
하는 여러가지 생각이 정말 엄청 쏟아지듯 내 머리속을 채웠다.

생뚱맞게도, 그쪽 분야에서 내가 꼭 해보고 싶었던 실험과 연구가 다시 생각이 나기도 했고…
시간이 좀 있으면 그런 것도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내 박사 논문에서 내가 제대로 다루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도 괜히 다시 remind 되었다.

그런걸 보면,
나는 그렇게 실험하고 연구하고 논문쓰는 일을… 힘들어 하면서도 참 즐겼던 것 같다.
학회에 가서 사람들과 interact 하면서 정보를 얻는 것도 참 재미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흥미를 잃거나 그런 건 아닌데.
뭐 괜히 좀 생뚱맞은 그리움이랄까… 그런 것들이 한동안 나를 사로잡았다.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

내가 달리기 정기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처음엔 0.5 마일도 계속해서 제대로 달리지 못했는데, 요즘은 6-7마일을 한번에 뛰는 것이 그저 어렵지 않은 수준이 되었다.
시간이 좀 많으면 한번에 6-7마일, 시간이 없을 때는 3-4마일 정도 달린다.
6-7마일은 대개 1시간-1시간 10분 정도 걸리고, 3-4마일은 30분-40분 정도 걸린다.

일주일에 20마일 정도를 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그 목표를 채우는 때는 물론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는 것이 참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를 클릭해 보면 지난 화요일에 내가 달린 기록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밖에 모르던 내가 왜 이렇게 달리기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 혼자 달리는 그 시간이 내겐 최고의 교육시간이다.
대개 나는 audio book이나, 밀렸던 설교, 여러가지 강의자료 등을 들으며 달리기를 하는데…
이렇게 ‘공부’를 하면서, 생각을 하면서 달리는 시간이 내겐 참 알차게 느껴진다.
요즘은 조금만 공을 들이면, 아주 훌륭한 각종 강의 자료들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어서 참 좋다.

둘째, 건강에 도움이 된다.
달리기를 하면서 천식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기후변화 탓도 있겠지만, 정말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하면서 천식으로 고생하는 시즌이 이제 거의 없어졌다.
천식 덕분에 운동을 생활화하게 되었으니, 천식이 내겐 오히려 blessing이 된 셈이다.
조금이라도 바빠서 운동을 게을리하면, 나는 쉽게 체중이 늘고 체력이 떨어진다. 정말 열심히 관리하지 않으면 체력을 유지하는 것도,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셋째, 많은 생각을 하는 시간이 된다.
가끔은 강의/설교/오디오북 듣는 것을 하지 않고, 그냥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달리기도 한다.
내 일상에 대한 묵상/생각을 하기도 하고, 회사 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실험 결과를 해석하기도 하고, 말씀 묵상을 하기도 한다. 가만히 앉아서 한시간 어떤 생각에 몰두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한시간 달리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 정말 참 많은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혹시 내가 설교나 크리스천 세팅에서의 강의를 한꺼번에 많이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에도 대개 내 message 준비는 이렇게 달리면서 이루어진다. 읽었던 책, 묵상했던 내용, 성경 말씀 등을 바탕으로 달리면서 그 얼개를 짜고 살을 붙이는 작업을 한다. 달리기가 끝나고 달리면서 생각했던 것을 정리하면, 매우 자주, 내가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 내었을 내용보다 더 좋은 내용의 message가 나온다.
막혔던 실험이나 회사 일에 대한 것도 달리면서 insight를 얻는 경우가 매우 많다.
가끔은, 내가 달리는 시간에는 회사에서 내게 시간당 임금을 두배쯤 줘야겠다고 혼자서 생각한 경우도 있다. ^^
달리는 시간은 내게 대단히 생산적인 시간이다.

이번주에는, 월요일, 화요일에 달리기를 할 기회가 있었고, 아마 시간을 잘 쪼개면 내일(금요일)에 한번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번주에도 20마일을 채우는 것을 이미 틀렸다. 쩝.

가만히 앉아서 들을 수 없었던 설교 + NTW에 대한 강연 링크

주말에,
민우가 교정을 위해서 이빨을 빼는 바람에…
민우가 주로 ‘집에서 조용히’ 있는 모드였다.
덕분에 나도 가만히 computer 앞에 앉아서 이런 저런 강의/설교 등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데. ^^

http://www.wheaton.edu/wetn/flash-chapel/chap09-10/100416Wright.html

위의 짧은 설교를 들으며…
아… 진짜… 바로 이거다.
바로 이게 내가 흥분하고 감동하는 그거다…
싶었다. ^^

http://www.wheaton.edu/media/BITH/100416WalshKeesmaat.html

위의 skit 형식의 presentation은,
Brian Walsh와 Sylvia Keesmaat이 한 것인데…
이런 message를 이명박 장로님께 좀 들려드리고 싶다. -.-;
(물론 내가 들어야 할 message 이기도 했지만.)

그나저나,
최근 Wheaton college에서 N.T.Wright을 모시고, 그의 신학에 대한 포럼이랄까 그런 것을 열었는데,
몇개 들어보니 참 도움이 되었다.

http://www.wheaton.edu/wetn/lectures-theology10.htm

흔히 ‘보수진영’에서 다짜고짜 NTW가 이단이라느니… NTW는 성경을 안믿는다느니… 하는 억지가 아니라,
실제 그의 신학적 입장을 때로는 aggressive하게 test 하고 argue 하고 dialogue 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았고, 나같은 문외한에게 도움도 되었다.

역시 내가 아는게 부족하구나 하는 것도 많이 느꼈고…
아… 조금만 시간이 더 있으면…
혹은… 아… 조금만 더 어렸더라면…
더 이런것도 훨씬 더 열심히 공부해볼텐데 싶은 생각도 들었다. ^^
(뭐 그러나… 어르신들이 보기에 나는 아직도 병아리 수준일테니… 지금 내 수준에서 열심히 배우며 살아야겠지.)

어제 긴~ 미팅을 마치고

어제는 아침 9시에 conference call을 하나 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10시부터 4시까지 business/투자 관련 meeting이,
4-5시 사이에는 그것을 wrap up 하기위한 dialogue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7시부터 9시 까지는 business meeting을 한 사람들과 다시 저녁식사를 했다.
어제 미팅+식사 시간을 다 합하면 총 10시간을 사람을 만나는데 사용한 셈인데…

얼마전,
내가 business 관련 meeting을 많이 하게 되면서 한 생각이 있었다.

흔히 business 특히 투자 관련 meeting을 할때 흔히 많이 하게 되는 생각은 어떻게 하면 이 meeting에서 우리 회사에 최대한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서 내가 한가지 했던 생각은…
내가 협상을 하고 있는 상대가 손해를 보고 내가 잘 되는 형식으로 deal이 성사되는 것을 내가 바라면서 meeting에 임하는 내 모습이 부끄럽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특별히 협상이 필요한, 혹은 밀고 당기는 전략이 필요한 meeting에 들어갈수록…
그 meeting 전에 그 상대방을 많이 축복하자는 것이었다.
이 미팅을 통해서 저 상대방에게 큰 blessing이 주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하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자선사업을 위해서 회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물론 내 회사의 이익과 이윤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내 회사가 중요하듯이 상대의 회사도 중요하므로,
그 사람들이 잘되길… 그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들로 인해 많은 사람에게 human flourishing이 spread 되는 일이 일어나도록… 그렇게 기도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제 그 긴 미팅을 하고, 저녁식사를 다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야 내가 그런 기도를 하기로 했었다는 사실을 remind 하게 되었다. -.-;

늦게지만… 정말 그 분들에게 참된 blessing이 있길…

Compassion

나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추상적인 것을 묵상하고 다루기 좋아한다.
성경공부를 좋아하고, 삶의 여러 영역에서 통합적인 것을 이끌어내는 것을 즐긴다.
그러다보니 신앙이 자꾸 피상적이 되는 경향이 있고, 실제적이지 못한 모습을 띠기도 한다.

내 아내는 반면, 손에 잡히는(tangible) 것을 좋아한다.
실제로 사람들을 돕고, 내가 하는 일이 직접적으로 열매로 맺히는 일을 보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연구와 같은 추상적이고 간접적인 것 보다는 환자를 보는 것과 같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어제,
교회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을 향해 compassion을 보이는 것을 실제 해보는 기회를 갖었다.
민우를 데리고 함께 아프리카의 AIDS 환자들과 그들을 돌보는 이들에게 보낼 care package를 꾸리는 일을 했다. World vision에서 주관하는 일이었다. 한시간 반 정도 정말 꽤 열심히 일을 했는데 정말 하나도 지루하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민우도 정말 열심히 했다.

세상을 향해 compassion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사변적인 종교에 신앙을 가두는 것을 탈피함을 의미한다…. 는 그런 묵상을 하게 되었다.

No Power?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가 들면서, 연륜이 쌓이면서…
나를 둘러싼 환경에서, 내게 주어지는 권한(power)들이 늘어간다.
직장과 Christian ministry, 그리고 가정에서도… (아이가 커가면서 cover 해야하는 영역도 더 넓어지고…)

정말 큰 power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파워일지 모르지만,
권력 추구형의 인물이 아닌 나로서는 그런 것들이 당황스러운 경우가 많다.

최근 1년여동안,
내가 내게 주어진 권한과 권력을 심하게 남용하였음을 조금씩 발견하는 과정중에 있다.
그리고 그런 권한들을 행사하는데 있어 그 권한의 효율성만을 극대화하려는 자세로 대했음을 많이 발견하고 있다.
그 권한의 nature가 무엇인지, 그 권한을 통해 섬겨야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 사람들을 섬긴다는 것이 무엇인지 하는 것에 대한 것은 그저 auto-pilot으로 돌려놓고 깊이 생각하고 있지 않는 나를 보고 있다.

몹시 가슴아프고 힘들다.

대략 1년여 정도만…
내게 아무런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그런 상황을 누릴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은 겸손의 자세라기 보다는 회피의 자세임이 분명해 보인다.

빌립보서 2장을 다시 좀 더 깊이 묵상해보고 있는데… 아직은 빛이 보이지 않는다.

자세도 중요하다!

주일 설교에서,
목사님이 전 교인에게 월요일 하루만 ‘부정적인 것들’을 없이 사는 날로 하자고 제안을 했었다.
불평하지 않고, 불만을 말하지 않고,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고…

어제 하루,
정말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아아… 정말 내가 하루 종일 얼마나 많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살려고 하니…
정말 할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 부정적인 생각, 불평, 불만 중 많은 것들은,
내 ‘거룩한’ 신앙적 사고와 열심에서 나온 것이었다!

은혜에 대한 개념이고 뭐고 간에,
그저 이 부정적인 생각의 cycle로부터 나를 건져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은혜에 대한 개념이 내게 온전하게 이해되지 못한, ‘깊은’ 문제가 내게 있다고 생각했으나,
어쩌면 내 문제는 삶의 자세를 바로 잡아야하는 ‘얕은’ 문제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아들 신드롬

지난주에 이어서,
이번 주에도 주일 설교가 ‘탕자의 비유’에 대한 것이었다.

이번 주에는 ‘큰 아들’에 맞춘 설교 였는데…
어쩌면 많이 들어서 아는 그런 이야기였다.
큰 아들도, 작은 아들 못지 않게 lost son 이었다는 것.
그런데 그 다 아는 이야기를 참 설득력있게 전달한 설교자의 재능이 참 돋보였다.

어제 목사님의 설교에서는 그 큰 아들의 문제를,
불평하는 마음이라던가, 부정적인 생각 등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으로 많이 지적하였다.

그런데,
최근…
나 자신이 그 ‘큰 아들’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내 자신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나의 문제가, 불평하는 마음을 갖는 다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 같은 ‘얕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은혜, 그 자체의 깊은 의미가 그저 내 생각과 마음을 겉돌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judgmental함으로 가장 잘 드러나는 내 ‘은혜 없음’은…
내가 그 은혜의 의미를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까지 하고 있다.

하나님의 일방적인 사랑으로 내게 주어진 선물, 은혜…
그 은혜의 의미가 그저 shallow한 수준으로 이해되거나 잠깐 뜨끔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내 골수에 사묻히도록 그렇게 새겨지면 좋겠다…

은혜… 은혜… 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