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존경하는 어느분의 설교를 들었다.
한동안 여러일로 쫓겨 설교를 한가하게(?) 들을 여유가 없었는데… 다소 밀린 숙제 하는 기분으로 보스턴 여행길에 설교를 들었다.
그런데 그 설교중에,
성경의 세계관은 역사의 진보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역사가 진보한다는 ‘진보주의자’의 관점을 그렇기 때문에 성경적이지 않다
는 말씀이 나왔다.
정말 그럴까. 성경적 세계관에 따르면 역사가 진보하지 않을까.
개혁주의적 세계관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하는 일들은 하나님의 창조활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학문 활동은 하나님께서 이 땅에 학문의 발전이라는 것을 이루시는 창조활동이다.
우리가 하는 정치 활동은 하나님께서 이 땅에 정치질서를 만드시고 발전시키시는 하나님의 일이다.
(이런 관점은 그 설교하신 분이 다른 설교에서 말씀하신바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민해서 사회, 사상, 역사를 발전시키는 행위 역시,
하나님의 창조활동에 동참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인간의 힘으로 역사를 발전시켜 유토피아를 이루려는 접근은, 성경이 이야기하는 세계관과 매우 다르다.
그러나,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이, 모든 노력을 다해 하나님께서 맡기신 역사의 진보를 이루려고 하는 것은 문화명령(The Cultural Mandate)에 순종하는 행위가 아닐까.
사상과 사회와 역사를 발전시켜 인권을 증진하고, 억압과 불평등을 개선하고, 약자를 보호하며, 차별, 반칙, 부정등을 없애는 일들은 크리스천들이 감당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심지어는 그것이 잘 안될것을 안다고 하더라도.
가끔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보며,
내가 섬기는 사람들을 보며,
나와 함께 성경을 공부하는 지체들을 보며…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정말 정신없이 마음과 머리 속에 쏟아질때가 있다.
이럴땐, 10편짜리 설교 시리즈의 개요가 10여분 정도의 묵상동안 그야말로 쏟아지듯 정리가 된다. 성경 말씀, 예화, 내 경험, 성경해석 등이 너무 정신없이 떠올라 주체할수 없게 되기도 한다.
그런 내용이 마음을 흥분시켜 잠을 못이루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내가 이끌려 질때, 많은 경우에는 내가 그 ‘설교’들을 쏟아 놓는 일을 자제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소위 내 ‘열정’에 이끌려 만들어진 것들은 반드시 예기치 못한 큰 부작용을 만들기 때문이다.
내 message를 듣는 사람들에게 해가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엔, 나 자신을 파괴하는 것을 경험한다.
열정적인 사역자,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 백성이 되는 것도 좋지만,
성숙한 사역자, 성숙한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살아가고 싶다.
사실 어제 내가 쓰려고 했던 말이 더 많았는데,
하루에 blog에 글 쓰는 시간을 10분으로 제한한 내 자신의 ‘규칙’때문에…
그냥 어제 글은 Red Sox – Yankees 에 관한 것이 되고 말았다.
어떤 대상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 것의 반대쪽을 선호하게 되는 것.
사람들은… 아니 적어도 나는… 그런 성향이 매우 심한 것 같다.
나는, 특히 한국 상황에서, “보수”세력들을 참 싫어한다.
그들의 background가 싫고, 그들의 history가 싫고, 그들의 논리가 싫다.
조중동의 글을 읽고나면, 그것을 읽는 것 만으로도 내가 마치 목욕이라도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나는 진심으로 조선일보가 시민의 힘으로 없어질 수 있는 사회가 되면 한국 사회가 크게 발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 사회의 보수 세력들이 지켜내고자하는 것 가운데 많은 부분은,
사실은 지켜지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본다.
“지켜야할 무엇”이 없는 보수를 보며 가슴이 터지도록 안타깝고 답답하다.
나는 늘 ‘진보세력’을 지지해왔다. (내가 진보세력을 지지한다고 해서 뭐 세상에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서도…)
그러나 그것은 진보세력에게 희망을 걸고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보수세력’을 보면 끔찍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진리(truth)라고 붙들고 있는 것들, 내가 가치(value)로 가지고 있는 것들 가운데 이런 것들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야구 시즌이 되면 매일 저녁 결과를 꼭 챙겨본다.
누구든 Boston에서 10년 정도 산 사람이면 Red Sox Fan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민우는,
야구의 rule 도 잘 모르는데도…
열렬한 Red Sox Fan이다.
Red Sox 선수들 이름도 많이 알고, 자기 나름대로 favorite player도 있다.
2004년 Red Sox가 “Curse of Bambino”를 깨고 86년만에 World Series 우승을 하기 전까지,
Red Sox는 Yankees에 계속 눌려 지냈다.
가령 Nike에서 2004년 World Series때 사용했던 아래의 광고는 Red Sox Fan들의 ‘목마름’을 잘 보여준다.
골수 Red Sox Fan은 Yankees를 참 많이 미워한다.
Yankees에 막혀서 오랜 기간동안 World Series 우승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보스턴-뉴욕이라는 ‘이웃도시’의 라이벌 의식도 작용하고.
나 역시…
나름대로 Red Sox 의 Fan으로서…
요즈음 mlb의 점수를 매일 확인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
우선 Red Sox가 이겼는지를 보고…
그 다음에 Yankees가 졌는지를 확인한다.
내가 기뻐하는 순서를 적자면 다음과 같다.
1. 제일 좋은 경우 (Red Sox 승, Yankees 패)
2. 두번째 경우 (Red Sox 패, Yankees 패)
3. 세번째 경우 (Red Sox 승, Yankees 승)
4. 네번째 경우 (Red Sox 패, Yankees 승)
특히 2번째와 3번째를 가만히 보면,
나는 Red Sox의 승리보다 Yankees의 패배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
그 이유는 오랫동안 돈 많은 Yankees 구단이 star player들을 다 사버리는 방식으로 우승을 하는 것이 참 오래 미웠기 때문이었다.
(사실 요즘은 Red Sox도… 그런 비난을 받는다. Yankees가 돈을 쓰는 것에 비하면.. 택도 없지만.)
작년에,
만년 꼴찌 Rays가 American league에서 우승을 했을때,
그래서 나는 그렇게 섭섭하지 않았다. Red Sox가 이기지 못했지만, Yankees가 졌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