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008년을 다시 살라고 한다면,
지난 일년과는 다른 삶을 살며 다른 결정을 할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
하나님의 은혜도 많이 경험했다.

모든 것이 술술 잘 풀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하나님의 손길을 삶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2008년은 내게 후회가 없는 한해였을까?

반드시 그런것 같지는 않다.
물론 ‘일’의 차원에서는 열심히 살며 많은 일을 이루기도 했고,
그중에 건강한 열매들도 있었지만…

나의 미숙함과 사랑없음으로 인해 하나님 안에서의 나를 더 깊이 만들어가는 일들이 많이 뒤쳐졌던 것 같다.

2009년의 new year’s resolution을 shape-up 하고 있는데,
조금 더 고민해서…정리해보려고 한다.

쌔근 쌔근

나는 내 아내와 내 딸의 자는 모습 보는 것을 좋아한다.
자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일을 즐긴다.
(무슨 이상한 사람인 것 같지만… ㅋㅋ)

무방비 상태가 되어 자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들이 솟아나곤 한다.

내게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상태…
그 상태에서 존재만으로도 내게 소중하다는 사실이 더 깊이 마음속에 새겨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내와 딸이 쌔근 쌔근 자고 있다.
마음 하나 가득 사랑과 행복이 느껴진다.

싼타를 믿느냐?

민우는 작년 크리스마스 까지만해도 싼타를 믿었다!
(거의 내가 본 기록에 가깝다. 9살이 되도록 싼타의 존재를 믿다니)

그런데,
금년에는 그 존재를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다.

민우로 하여금 한해 더 싼타의 존재를 믿게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선물도 세심하게 준비하고,
민우가 선물 포장지를 미리 발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싼타를 믿는 단계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것을 무리하게 거스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존재하지도 않는 싼타를 민우로 하여금 믿게끔 하고자 하는 것은,
순진하고 어린 민우의 모습을 한해 더 지켜보고 싶은 나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민우에게도,
크리스마스의 기쁨이
싼타가 아닌 그리스도의 탄생임을 더 진지하게 이야기해줄 때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꽤 바쁜 두주

이번주와 다음주는 꽤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아내의 시험이 연말에 있고,
나도 회사에 이럭 저럭 계속 조금씩이라도 나가며 일을 해야 할 사정이고,
여름부터 이곳에서 살게될 지역들을 돌아보며 어느 지역에서 살 것인지를 정해야 하고,
민우와 함께 많이 놀아야 하고. ^^

그나마,
성경공부가 방학이어서… 조금 나을 것 같은데…

바쁘지만,
함께 하기에 좋은 시간…

다람쥐


나는 다람쥐가 참 좋다.
조그마한 것들이 돌아다니는 게 언제봐도 귀엽다.

지금 시각 서부시간 2:30am,
두마리의 다람쥐가 지금 동부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고 있다. ^^
Boston에 눈이 많이 와서, 우여곡절 끝에…
몇시간 더 늦게 출발하여 이곳 공항에 앞으로 1시간 반 후에 도착할 예정이다.

마음이 설렌다…

나를 부끄럽게 한 만남

내게 처음 성경공부 인도를 해보라고 격려해 주었던 형이,
복음을 전하는 것이 제한된 어떤 나라에서 선교사로 살고 있다.

그 형이 지난 몇개월간 LA에 안식년으로 나와 있었는데,
다시 선교지로 복귀하기 전에 그 형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복음이 제한되어 있는데다,
관계 당국이 도청등을 할 위험이 늘 있어서,
전화도 조심해서 하고,
internet으로 기독교 계열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 조차 screen 당할 위험이 있어 자제해야 하는 환경에서 사역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교보고편지에 조차 자신의 이름을 쓰지 못하고… 암호로 되어 있는 이름을 사용하고,
보안을 위해 자신의 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등도 다른 이들에게 별로 알리지 못하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그 형이 내 이메일 주소를 찾기 위해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지금 이 블로그를 비롯해서 관련 자료들이 많이 나오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야… 네가 뭐낙 유명해서…’ 하면서 그 형이 웃었다.
나도 그저 겸연쩍게 웃고 말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형은 그렇게 섬기면서 자신의 모든 것들을 감추면서 살고 있고,
나는 여기 저기 내 이름이 떠 돌아다니게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 대비가 되었다.

정말 부끄러웠다.

MIT를 용서하다 (final)

내가 쓴 이 글이…
그저 한 패배자의 글로 비추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결국 꽤 괜찮은 연구결과를 내며 졸업을 했고,
이제는 꽤 괜찮은 직장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MIT를 용서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내게 가져다준 보상이 결코 아니다.

MIT가 내게 준 선물은,
그 과정이 가져다준 열매가 아니라,
그 과정 자체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를 발견하게 하시고 나를 인도하시고 나를 품으셨던 하나님이었다.

숲에서 나와 숲을 보는 것 같이…
이미 5년전 졸업을 한 그 학교에 다시 가서…
그토록 고통스러워했던 나를 다시 보며…
이전에 그렇게 선명하게 보지 못했던 하나님의 손길을 볼 수 있었다.

66동 지하 계단에서 울며 기도할때,
학생회관 컴퓨터실에서 거의 패닉 상태로 정신없이 지도교수를 알아보고 있을때,
내게 fair하게 다가오지 않는 상황에 맞서 싸우다 지쳐서 터벅 터벅 기숙사로 걸어가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나를 포근히 감싸고 계셨다.

내가 학위를 받는 것에 몰두하고 있었을때,
내가 성공과 명예에 모든 것을 투자하고 있었을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고 있었들때,
하나님께서는 그보다 훨씬 더 큰 계획으로 나를 묵묵히 붙들고 계셨다.

그저 시간이 좀 남아 오후 시간을 할애해서 잠깐 학교에 들어보았을 뿐인데…
이번 학회에서는,
하나님께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큰 선물을 내게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