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가치

뭔가 따라야할 가치를 찾는 사람에게 가치를 잘 설명해주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냥 가치를 잘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있는 것은 그 가치가 사람에 담겨져서 present될 때이다.
다시 말하면 그 가치를 따르며 사는 사람을 보여줄때, 그냥 가치를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크다.

가치가 2차원적이라면, 그 가치를 담고 사는 사람은 3차원적이어서,
그냥 가치를 설명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못한 extra dimension을 담아낼 수 있는 것 같다.

그냥 가치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얻고 싶으면 위키피디아나 백과사전을 읽어도 된다.
그것으로 삶이 바뀌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가치는, 사람에 담겨질때 비로소 강력한 설득력이 생긴다.

어제 점심시간에 운동하다가 잠깐 떠오른 생각.

FA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FA라고 하면 Failure Analysis다.
즉 뭔가를 만들었는데 그게 원하는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무엇이 문제인지를 찾아내는 일이다.

FA가 필요하지 않은 build(특정 제품을 만드는 한번의 operation)는 없다.
어떤 경우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build는 없기 때문이다.

FA를 잘 해내는 것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서 비슷한 문제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피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FA를 제대로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대충 넘어가면 반드시 나중에 비슷한 문제가 또 생긴다.

어제 밤에도 밤 늦게까지 중국에서 문제가 생긴 것 때문에 한바탕 우당탕~ 했었다.
다른때 같으면 이럴때 엔지니어들이 중극 현지 공장에 가서 실제로 물건도 보고, 다른 분석 장비를 사용해서 분석해가며 현장에서 바로 바로 go-no go 결정을 내리는데 지금은 누구도 중국에 현지 공장에 갈 수 없으니 한밤중에 애꿎은 엔지니어들이 이메일과 전화기를 붙들고 있게 되었다.

이런식으로 물건을 만드는데 FA를 하는 것은 업계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고,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실리콘 밸리 tech company들은 조직의 operation등에도 문제가 있는 것을 빨리 잡아내어 그것을 고치는 노력을 하는 일에 재빠르다. – 어떤 회사나 조직은 그걸 조금 더 잘 하기도 하고, 어떤 회사나 조직은 그걸 빠릿빠릿하게 못하기도 하지만.

교회 조직이나 기독교 조직에도 이런 문화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할까?
실제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에 맞추어서 전략과 실행에 변화를 주는 것.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참 쉽지 않았다.
심지어는 그 조직 구성원의 대부분이 분석적 사고방식으로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인 경우에도 그렇다.
왜 그럴까? 교회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걸까?

하나님 나라 세션 update

KOSTA follow-up 세션의 하나로 ‘하나님 나라’에 대한 그룹을 하고 있다.
어제로 두번째 시간을 끝냈다.

원래 내가 하려고 했던 것은 살짝 좀 더 깊은 고민과 생각을 하고 싶은 소수를 모아서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신청을 해서 17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하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지금까지 경험한 것은,
(지금 이 follow-up 세션만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interact해온 여러 다른 경험들도 포함해서 나름대로 정리해본 것이다.)

  • 아주 기본적인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개념을 알고 이해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정말 드물다.
  • 일반적으로 교회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교회의 여러가지 교육은 꽤 열악하다.
  • 그럼에도 이런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생각하는 수준은 결코 만만치않다! 생각없이 신앙생활하지 않는다. 비판적 시각도 살아있다. 그래서 교회가 더 견디기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 제대로 알지 못하기때문에 생기는 신앙의 부조리를 종교적 열심으로 메우려는 노력, 혹은 종교적 열심으로 메우라는 교회의 요구속에서 견디지 못하고 신앙을 아예 버리거나 신앙의 경계에서 회의 하는 사람들도 많다.
  • 실제로 지금 하고 있는 follow-up 그룹에서도 아예 신앙을 떠난 사람, 신앙에 회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 경계선상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들어와 있다.
  • 그렇게 신앙을 떠났거나 신앙의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개념을 잘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사람들의 스토리를 듣고 공감하고 기독교라는 개념에 잘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종합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생각과는 좀 다른 모임이 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의미있는 모임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제대로된 도움이 조금이라도 될 수 있다면….

Time pressure

요즘은 매일 저녁 8시에 회사 conference call이 있다.
지금 중국에서 좀 중요한 뭐가 돌아가고 있는게 있어서 그걸 매일 체크해아한다.

중국시간으로 화요일 아침, 그러니까 내 시간으로는 월요일(어제) 저녁부터 좀 중요한 공정 하나가 들어가게 되는데, 그걸 위한 data 하나가 나오지 않아 오늘 오후엔 발을 동동 굴렀다.

산호세에 있는 회사에 이메일을 하고, 전화를 하고, text message를 보내고…
그랬는데 5시 반쯤에 완전 허름한 data와 함께 짧은 이메일이 왔다.

우씨… 완전 열받네… 아니 이 사람들이… 장난하나…

오늘은 하루종일 회사내에서 사용하는 Google chat, 이메일, 전화 text message들이 사방에서 들어오고, 나도 사방으로 뿌리고… 어쨌든 중국시간 화요일 아침 9시까지는 뭔가가 되어야 하니까.

이렇게 time pressure를 많이 받는 하루를 보내고나면 내 자신을 좀 calm down해서 정상상태로 돌리는게 참 어렵다.

진짜 일을 잘 하려면, 이런 흥분상태(?)를 가라앉히지 않은 채 잠자리에 들고, 아침부터 다시 완전 에너지충만해서 막 달려야 하는 걸텐데… (실제로 회사에서 그렇게 일하면서 진짜 일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내 영혼을 위해서는 그렇게 살면 안되는 것 같다.
낮에 열심히 뛰었더라도 밤에는 좀 slow down하고 내가 여전히 하나님과 튜닝이 잘 맞추어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꼭 필요한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시간에 쫓겨서 일하는 시즌에는 정말 그게 참 쉽지 않다.
이렇게 일해온게 그래도 꽤 되는데 아직도 이 상황에서 내 자신을 잘 관리하는 것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한 듯 하다.

내편 = 옳은 편?

2004년 Boston Red Sox는 86년간 계속되어온 ‘밤비노의 저주(The Curse of the Bambino)’를 깨고 월드 시리즈 우승을 했다. 나는 그때 Boston을 떠나기 직전 Boston에 있었다.
그때 Boston의 분위기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온 도시가 거의 광적인 흥분상태였다.

Yankees는 ‘악의제국 (Evil Empire)’라고 불렸다. 그도 그럴 것이 Yankees는 든든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엄청나게 비싼 선수들을 다 쓸어모았고, Red Sox는 늘 그 Yankees에 살짝 못미치는 수준으로 만년 2위 팀같은 느낌이 있었다. Red Sox가 아무리 뭘 해보려해도 Yankees가 돈으로 올스타급 선수들을 다 싹쓸이 해가니… Boston에 있는 사람들은 Yankees를 정말 미워했다. Yankees Suck 이라는 것은 Red Sox 응원 문구중 매우 중요한 문구였다.
Red Sox가 잘하길 기원하는 것과 함께 그 상대팀을 적극적으로 미워하는 것이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Boston에 있을때는 Boston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radio station이 sports radio였다!

이거 좀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그냥 자기가 사는 도시의 프로야구팀을 응원하는 것도 좋고, 그것에 열정적으로 하는 것도 좋은데…
굳이 상대방을 그렇게 증오하면서 응원해야만 하는 걸까?

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는 모습이 딱 그렇게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무슨 일만 터지면 자신이 전문가인냥 길게 한마디씩 해내는 비전문가들중 그런 사람이 많다.

내가 지지하는 어떤 집단의 반대쪽을 적극적으로 미워하는 것이다.

그런 미움에는 때로 이해할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다. 가령, 광주 항쟁을 겪은 사람들은 웬만해선 핑크당을 지지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보면 파란당이 좋아서라기 보다 핑크당이 싫어서 파란당을 지지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내가 그 입장이어도 그렇게 할 것 같다.

그런데 어떤 경우엔…
내가 그냥 무슨색 당을 좋아하니까, 그 무슨색 당을 공격하는 모든 사람들과 집단을 다 ‘악’으로 규정해버리고 우리만 정의의 사도이고 나머지는 다 나쁜 악당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을 많이 본다.

사실 나도 그런 모습으로 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나는 한국이건 미국이건 내가 지지하는 정치집단에 대한 선호가 매우 뚜렷한 편이고, 그 반대편에대한 일종의 미움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정치에 대하여 여기저기서 읽게되는 여러 사람들의 글들을 접하며,
일부 주목해서 볼만한 글들도 분명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내가 응원하는 스포츠 팀 말고 저쪽이 evil empire라고 이야기하는 유치함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들을 타산지석 삼아봐야겠다는 생각을 좀 하게 되기도 한다.

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Red Sox 를 응원하긴 한다…

기도 둘

하나님, 

하나님은 여전히 하나님이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의 백성입니다.

어쩌면 참으로 보잘것없고 연약하고 헛점 많은 백성입니다.

그렇지만 저희의 됨됨이에 따라 저희를 선택하지 않으시고,
하나님의 무한하신 사랑과 은혜로 저희를 택하시어 그치지 않는 신실하심으로 계속 저희의 하나님이 되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하나님,
세상이 아픕니다.
그래서 저희도 아픕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하나님이십니다.
Pandemic.도 하나님의 하나님되심을 어쩌지 못함을 저희는 정말 믿습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다른 의지할 어떤 것이 하나님 한분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다시 기억합니다.

하나님,
아픈 세상이 해석해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혼란스러워하고 힘들어할때,
우리가 그 아픈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끈질긴 사랑을 드러내는 믿음의 백성되도록 해 주시옵소서.

아파하는 세상이, 그래도 어디에선가 소망을 찾고 싶어하는 세상이, 붙들고 의지할 그 무엇을 찾고싶어 할때, 주님 저희가 살아계신 하나님백성됨으로 그들과 함께 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나님 이번에 이렇게 온라인으로라도 KOSTA 함께 모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너무 마음이 가난했습니다. 이렇게라도 좀 모여서 하나님 말씀 듣고 찬양하고 서로 저희들 이야기 더 하고 싶었습니다.  미치도록 불안하고, 가슴이 터지도록 답답하고, 짓눌리는 우울감이 저희를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불안한 상황과 삶의 어려움과 답답한 현실 속에서 하나님 한번 더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여전히 저희는 많이 부족하지만,
하나님 저희 같은 사람들을 통해서라도 하나님께서 여전히 온 세상의 하나님이심이 알려지게되길 원합니다.

저희가 이렇게 KOSTA로 함께 모인 것이 저희의 만족에 그치지 않고 온 세상에 복이되는 일로 연결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나님께서 절대로 그 신실하심을 포기하지 않으시며 저희와 함께 해 주시듯,
저희도 하나님 믿고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
저희의 부족함과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러고 싶습니다.

연약한 저희의 부족한 헌신을 받아주시옵소서.
신실한 하나님을 따르는 믿음의 백성이 되기 원합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기도 하나

하나님

저희 아픕니다. 무섭습니다. 뭐 어떻게 해야하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뭔가 더 강한 믿음으로 이 상황을 돌파해내어야 할 것 같은데 제겐 어디서 그런 힘을 구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나님 이럴땐 저희가 하나님께서 이미 옆에 와 계신걸 기억하게 하여주시옵소서.
다른 무엇을 구하기 보다, 지금 우리를 바라보고 계시는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고 싶습니다.
부모의 손을 놓쳐버린 아이가 엄마 아빠를 부르듯 그렇게 우리가 하나님을 부릅니다. 저희 이렇게 많이 부족한 모습으로 하나님을 부를때 저희 어깨를 감싸 주시고, 그래서 저희가 다시 상황보다 그 상황위에 있는 하나님에 저희 관심을 돌릴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저희 부족한 믿음에 저희의 소망이 있지 않고, 저희를 포기하지 않는 사랑으로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그 끈질긴 신실하심에 소망이 있다는 것이 저희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저희가 혹시 아둔해서 저희의 소망을 저희에게 둘때마다 하나님 저희 눈을 다시 열어주시고 저희 귀를 다시 열어주셔서 저희의 소망의 근거가 저희가 아닌 하나님의 신실하심임을 기억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십자가의 예수님의 신실함 이외에 저희에게 다른 foundation이 없습니다. 정말 없습니다.

저희의 유일한 기초가 되어주시는 하나님 저희는 정말 그렇게 더 하나님을 바랍니다.

하나님,

아픈 세상을 저희가 축복합니다.
저희가 뭐 대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저희를 붙들고 계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의지하여 세상을 축복합니다. 저희도 코가 석자인것 같이 느껴지지만, 저희를 붙드시는 하나님의 광대하심 앞에.. 저희가 눈을 저희로부터 돌려 세상을 마음에 품습니다. 아픈 세상 속에서 아파하는 모든 사람들의 눈물을 저희가 잊지 않기 원합니다.

저희 가족 안에서, 저희들의 이웃 중에서, 저희 동네 사람들, 친구들, 교회 사람들로부터 연결된 모든 사람들이 이 모든 아픔의 시기에 견디어내도록 지켜주시옵소서.

아니, 그냥 아프지 않은 것 뿐 아니라, 하나님께서 저희들에게 약속해준것 같이,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여호와의 영광이 온 땅에 가득한…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서 진정한 사람됨을 회복하는 그 소망으로 저희와 온 세상을 지켜주시옵소서.

하나님이 그들에게 없어서 이 상황속에 더욱 힘든 이들에게 하나님의 마음을 저희가 나누는 사람들로 서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나님께서 끝까지 신실하게 우리 포기하지 않으시며 의리 지키시니, 저희도 그렇게 하나님과 의리 지키며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는 보잘것 없고, 세상은 아프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 그럼 됐습니다. 하나님이 하나님이시면 저희에게 계속 소망이 됩니다. 저희가 믿을 것이 있습니다.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것 같이 땅에서 이루어지길 원합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전문가와 덕후의 경계

전문가와 덕후의 경계는 어디일까?
예전에는 그래도 그 경계가 어느정도 있다고 생각되었다. 결국은 전문가만 아는 지식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 경계가 점점 모호하게 느껴질때가 많다.

많은 경우, 대단히 많은 정보가 무료로 혹은 매우 저렴하게 접근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분야의 석사 수준의 지식을 실제로 학위없이 습득하는 것은 요즘 그렇게 어렵지 않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하는건 아니다. 그런데 그게 가능은 하다는 얘기다.
대부분 미국의 상위 대학들은 강의의 대다수를 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 있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실리콘 밸리의 회사들 중에서도 이런 강의나 정보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럼 요즘 전문가와 덕후를 가르는 경계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domain knowledge’라고 생각한다.이걸 한국말로 뭐라고 해야하는지 몰라서 찾아봤는데 한국말로도 그냥 도메인 지식이라고 하는 듯 하다.
이 도메인 지식은 그 특정분야에 들어가서만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이다.

가령, 나 같은 엔지니어의 여러 지식은 인터넷에서 많이 배울 수 있다. 미분 방정식 푸는 방법, 복잡한 프로세스나 제품을 설계하는 방법 등등.
그러나 이 경우 도메인 지식은, 어떤 특징을 갖는 재료를 찾을때 보통은 사람들이 어떤 재료를 쓰는지, 그 재료의 가격은 얼마인지, 누구에게 연락을 하면 빨리 구할 수 있는지… 등과 같은 실질적인 것들이다.
사실 일을 하다보면 이런 도메인 지식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일을 하는 차이는 대단히 크다!

그렇다면…. 신학교육에 있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적어도 내가 아는 바로도… 정말 장난아니게 깊은 신학적 지식을 가진 평신도 신학 덕후들이 분명 있다.
웬만한 목회자들이 범접하지 못할 수준의 지식을 가진 덕후들도 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
목회자가 가져야하는 매우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는 여기서도 도메인 지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러가지 신학적 지식을 언제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좋은지 하는 것을 아는 센스, 어떤 것은 누구에게 얼른 조언을 구할 수 있는지를 아는 네트워크, 여러가지 경험을 통해서 습득하게된 사람과의 대화법, 어떤 방법은 잘 통하고 어떤 방법은 잘 통하지 않는지 하는 것등…
이런 도메인 지식은 그냥 신학 덕후인 평신도가 얻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목회자가 신학 덕후들과 다른 점이 도메인 지식이라면,
다시 말해서 신학지식에 있어 목회자가 신학 덕후들보다 못한 경우가 생긴다면….
적어도 목회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이 ‘신적권위’라고 주장할 수 있게되는 걸까?
자신이 ‘주의 종’이고, 자신이 하는 설교가 ‘하나님 말씀’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가능한걸까?

우리 교회 목사님은 그렇게 무게잡는 스타일과는 너무 거리가 머셔서.. ^^
우리 교회는 그런 고민이 전혀 없긴 하지만…

사실 주변에서 보면 지식도, 경험도, 심지어는 열정도, 도메인 지식도 다 그 교회에 있는 신학덕후들, 사역덕후들에 비해 부족한데 그냥 목회자의 권위로 밀고나가는 이야기들을 듣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KOSTA follow-up

이번에는 KOSTA 이후에 일들이 뭐가 꽤 많다. 그중 하나는 KOSTA follow-up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주로 젊은 강사그룹에서 원하는 사람들에한해 몇주간 약간의 ‘심화’ 코스를 열어주는 것이다.

총 18그룹이 열리고 있는데, 전체 참석자의 20%가 훨씬 넘는 사람들이 등록을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10명수준의 그룹으로 하려고 했는데 어떤 분은 30명 넘는 큰 그룹을 인도하게 되었다. 아예 각 주제별로 두개의 세션을 열어 한주에 두 그룹을 동시에 운영하는 분들도 있게 되었다.

이 인도자들만의 카톡방에 들어가 있게 되었는데, 이분들이 나누는 내용이 참…
다들 각자 자기 직업으로, 자기 사역으로 바쁜 분들인데… 이게 뭐라고 다들 그렇게 열심히 하시나…

많이 드러나는 일도 아니고, 사실 많은 에너지를 쏟아 적은 열매를 거둘 가능성이 높은 일인데도 이것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다.

어떤땐…아…이렇게 한국교회와 미국은 한인교회들이 죽어가는 와중에 과연 우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들다가도,
그래도 아직은 더 견뎌볼만한거구나 싶어 이럴땐 감동이 살짝 몰려온다.

참 이상한 KOSTA

지난 목금토 3일 동안 참 이상한(?) KOSTA 모임이 있었다.
온라인으로 모일 수 밖에 없어서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
몇년만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모두 다 하면 1000명이 넘는 숫자였다. 가족당 혼자서 등록한 경우들도 좀 있는 것 같아 실제 여러가지 형태로 참석한 사람들은 1000명이 훨씬 넘었던 것 같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여러가지 모양으로 기도요청을 한 것들을 받아볼 수 있는 특권이 있었다. 그 기도요청들을 읽어나가며 많이 울었다. 아… 하나님께서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든 좀 마음을 만져주셔야겠습니다.. 하나님. 이거 어쩌지요?

2.
온라인으로 이번 컨퍼런스를 열기로 최종 결정한 것은 내가 알기로 4월 중순쯤이다. 그때까지 준비했던것들을 다 갈아엎고 완전 새롭게 준비해야 했다.
많이 간사들이 고민한 흔적도 보였고, 몇몇사람은 그냥 그 사람의 두어달의 삶을 갈아넣어 이 모임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나님께 정말 간절히 기도했다. 그렇게 한 사람들 어떻게든 하나님께서 그 수고 잊지 말아달라고. 그거해서 아무런 개인적 유익이 없는데 그냥 그렇게 달려들어서 하는 것… 적어도 이런 사람들에게 한동안은 하나님도 까방권같은거라도 좀 주셔야하지 않겠느냐고.
거의 1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함께하는 전체집회를 온라인으로 하고, 30개가 넘는 세미나를 온라인으로 모두 진행하고, 100개인가 되는 다섯번에 걸친 소그룹 세션을 동시간에 온라인으로 manage하면서 이걸 해냈다. 이 인간들…참….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3.
내가 보기엔 이번에 시도한 것들, 새롭게 발견한 것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것들을 adopt할 것인가 등등 생각할 것이 정말 많이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컨텐츠와 knowhow를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잘 나누어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건 우리 간사들이 많이 생각하고 있을텐데, 내가 여기서 뭐 이래라 저래라 얘기할만 것은 아닌 것 같고…

4.
내게는 간사들이 온라인 기도모임을 인도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나는 처음에 거절했다. 내가 자꾸 하는게 마음에 부담이 있기도 했고, 사실 내가 최근 회사일에 완전 눌려 살았다. 그래서 그렇게 기도를 할 마음의 준비가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해놓고 이틀인가 후에 아침에 말씀 묵상을 하는데…아… 내가 그렇게 거절하는건 정말 내가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는 자기 삶을 갈아넣어가며 이렇게 준비하는데 나는 내가 잘 못하겠다고 거절하는건… 선배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락했지만 자신은 없었다. 아니, 수백명이 zoom으로 모이는 온라인 기도모임을 live로 어떻게 인도할 수 있는 거지…

기도인도를 한주 앞두고서야 겨우 주말에 시간을 내어서 준비를 했다.
그런데 설교 script들과 간증 script들을 읽으며 기도 내용을 정리하는데…
아, 마음이 거기에 쏟아지는 거다.
정신없이 감정을 추스려가며 기도할 내용들을 정리했는데 어쩌면 이렇게 crazy한 것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 나름대로는 참 깊이 마음을 두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그래도 이제 진짜로 KOSTA에서 이렇게 기도인도하는건 또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한다. 벌쩌 지난 4년동안 내가 3번이나 했는데… -.-;
혹시 이걸 보는 간사누구 있으면 꼭 기억해 주세요. 제가 기도는 하겠지만 기도인도는 안합니다. ㅎㅎ

5.
이번에는 사상 최고 수준의 follow-up 프로그램이 출범한다. ㄱㄷㅇ간사님이 오랜만에 이런거 일사천리로 organize하면서 밀고 가시는데… 히야… 이분 정말 이랬었지… 하는 기억이 확~
진짜 쌈빡하게 일 잘하신다는 생각이 막 드는….ㅎㅎ
예전에 이분이 총무간사 하실때 그 밑에서 나도 쌈빡하게 일하기 좋았던 기억도…
한편 아, 이분은 27년인가 28년째 계속 각종 잡일로부터 공동대표까지 전천후로 뛰고계시는구나… 정말 한결같음에 관한한 거의 끝판왕급이 아닌가 싶다. ^^

어쨌든 전체 참석자의 20%가 넘는 사람들이 4~8주짜리 follow-up 프로그램에 등록을 했다.
follow-up 인도자 카톡방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분들 장난 아니다. 이거 한다고 뭐 하나라도 도움되는거 없는데.. 이렇게 다들 하시는거보면, 정말 복음이라는게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구나 싶기도 하다.

어쨌든,
나로선 참 새로운 경험이었고 많이 배웠다. 그리고 많이 울었고.
당분간 생각할 거리들도 많이 생겼고.
아참, 그리고 앞으로 몇주 follow-up 프로그램때문에 그것도 더 바쁘게 생겼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