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화를 내지 않지?

내가 한국 뉴스를 그냥 좀 띄엄띄엄 보고 있기도 하고,
더군다나 나는 facebook이나 다른 경로로 사람들의 생각들을 듣는 경로가 막혀 있어서 잘 모르고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그냥 생각하기에,
이번에 반지하에서 사람들이 희생된 사건과 세월호 사건이 비슷한 점이 꽤 많은 것 같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때 그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답답함과 무거움이…
반지하에 있는 사람들의 비극을 접하면서 몰려온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이번에는 그렇게 분노하지 않지?
이건 아니라고 좀 이야기해봐야 하는거 아닌가?
그냥 그건 그 사람들의 가난 때문이니 어쩔 수 없는거라고 그냥 그렇게 여기고 있는 건가?
그저 ‘공정한 경쟁’만 주어지면 세상이 공정해지고, 그러면 그 공정한 경쟁에서 뒤쳐진 사람들은 버려져도 된다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여전히 고용상황은 좋은건가?

큰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확실히 엔지니어들을 덜 뽑는다.
그런 확실한 것 같다.
그런데, 여전히 low-to- mid-range의 소득을 받는 position들은 아직도 계속 사람을 뽑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미국에서도 정말 많은 경우에,
사람이 부족해서 시설을 다 돌리지 못하는 경우가 정말 많고,
음식점에서 일하는 사람들, 수퍼마켓에서 일하는 사람들 등등 구하기는 여전히 대단히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제조업에서 일할 사람을 채우는 것도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여러곳에서 듣는다. 이게 조금 힘든 정도가 아니고, 아주 심각한 수준으로 사람이 부족하다.
내가 캘리포니아에 있는 PCB를 만드는 회사와 일을 최근에 조금 했는데, 정말 사람이 없어서 line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그러면서 그 사람도 힘들다고 엄청 볼멘소리를 한다.

나 같은 수준에서는,
지금 돌아가는 경제의 상태가 어떤건지 도무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아니 recession이 오고 있다면서 왜 사람은 계속 뽑는거고, 왜 사람 뽑기는 지금 이렇게 계속 어려운거야.
이렇게 다들 사람 뽑는게 어려운데 이게 recession일 수 있는건가?

힘을 숭상함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아니 뭐 회사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냥 살아가다보면,
그저 자기가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해내는 사람들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되곤 한다.

뭐 하나 부탁했는데 제대로 못해내거나,
약속한대로 일을 하지 못하거나,
여러번 말해도 말을 못알아들어먹거나…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것, 아니 그냥 그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자체가 매우 힘든 경우가 많다.

에이, 그럴바엔 그냥 내가 하지… 그렇게 되어버리는 때가 많은데…

그러다가,
그냥 자기가 해야하는 일을 제대로 해내는 사람들을 만나면 어찌나 반가운지!
아… 속이 확~ 풀리곤 한다.

그렇게 자기 일을 충실하게 잘 해내는 사람들은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참 유용하면서도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사랑하기위해서는 그런 힘과 능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이야기할수도 있을 텐데…

그런데 그럴때 내 갈등은,
내가 그저 능력, 혹은 힘을 숭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내가 복음을 이해함에 있어 요즘 가장 깊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다.

직접적으로 비판하기

때로는 너무 속터지도록 답답한 상황이 있는데,
그걸 직접적으로 비판하기 보다는 에둘러서 혹은 비유나 은유로 글을 쓸때가 있다.
대개는 어쩌면 그 본인이 내 글을 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너무 직접적으로 신랄한 비판을 하는 것이 뭔가 너무 심한게 아닌가 싶어서 그렇게 한다.

자칫 비판은 내가 마치 괜찮은 사람이라도 되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비판함으로써 일종의 비뚤어진 우월감을 갖게되는 것이다.
내가 직접적으로 신랄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내가 그런 비뚤어진 우월감에 빠지고 싶지 않아서 이기도 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내가 이 블로그에서 그렇게 쓰는 글의 의미를 잘 찾아내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듯 하다. ㅎㅎ

그래서 요즘 하는 생각은,
그냥 조금 더 비판을 직접적으로 하는 시도를 해보아야 겠다는 것.
다만 그러는 중에 내가 망가지지 않도록 무지하게 노력을 해가면서…

여유로움과 사랑

시간에 쫓겨살면서 빠지기 쉬운 가장 큰 함정은,
사랑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많이 바쁘고 시간에 쫓겨 살면, 아무래도 그것들 속에서 <<내가>> 생존하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결국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자꾸 잊게 된다.

조금 더 신앙의 고수가 되면,
웬만큼 바빠지는 것으로는 사랑을 잃어버리지 않게되는 경지에 이르게 될까…

수염을 못 깎겠다 ㅠㅠ

벌써 수염을 기르게된게 10년도 넘은 것 같다.
처음 수염을 길렀을때는 내가 아시아에 있는 회사와 일을 하는데 어느정도 나이들어 보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는 수염을 깎아도 어리게 보일 것 같지 않은데….
그래도 수염을 깎는 것이 좀 이상할것 같다.

그게…
날이 갈수록 머리숱이 줄어들고 있어서 뭔가 주의를 분산시킬 필요도 있고,
이제는 수염을 깎으면 사람들이 낮설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그런데 무엇보다도 수염을 깎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일 면도를 하는 것이 엄청 귀찮을 것 같다.
그냥 일주일에 한번정도 조금 잘라주는 정도로만 해도 되니 수염을 길르는 것이 훨씬 더 편한 것 같기도 하고.

공개일기

지난주 KOSTA follow-up 세션을 하는 중에,
김교신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분이 성서조선에 쓰신 ‘공개일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처음 이 블로그를 하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김교신 선생이 공개일기를 쓰신 것을 따라해보겠다고 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공개일기를 쓰기시작한지 14년 정도 되었다.

나는 당연히 김교신 선생과 같은 분에게 비교할 만한 사람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내가 쓰는 이 공개일기가 그분이 쓰셨던 것 만한 수준이나 가치가 있을수는 없겠다.

그렇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14년전에 이 블로그를 시작했을때보다 지금의 나는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나이 40에 블로그를 시작해서 그로부터 14년동안 이 글을 쓰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면…
적어도 내 이 공개일기 프로젝트는 어느정도 성공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참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아주 아주 오랜만에…
내가 내 자신을 칭찬해본다.

신앙의 스승들

내가 20대, 30대에 그분들의 저작들을 읽으며 많은 도움을 얻었던 분들이 이제는 세상을 많이 떠나고 있다.
지난 주말, Ronald Sider가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듣고는 정말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Ronald Sider, John Stott, James Packer, Eugene Peterson, Dallas Willard 등등.

엄밀하게 말해서, 내가 당연히 그렇게 즐겨 읽었던 그분들의 생각에 모두 동의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부터 내 생각이 더 evolve 해 오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분들은 내 20대-30대에 내 생각을 세우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분들이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지금 20-30대는 누구를 읽으며 그런 영감과 통찰을 얻고 있을까?
내가 Ronald Sider를 처음 접했을때는 아마 대충 Ronald Sider가 지금 내 나이 쯤 되었을 것 같다. 혹은 나보다 더 젊은 나이였을 듯.

그렇다면, 지금 20-30대가 읽으며 그렇게 통찰을 얻게되는 그런 50대 60대가 얼마나 존재하는가?

여러방면에서 늘 하게되는 생각이지만….
지금 내 세대는 내 바로 윗 세대로부터 참 많은 것을 받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랫세대로 발전된 형태로 흘러가는 것이 멈추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내 생각엔,
전반적인 미국이나 한국교회의 기울어짐은 지금의 20-30대에서 멈추어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최소한 한 세대정도 더 교회의 기울어짐이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레위기

레위기는 아무래도 좀 어렵다. ㅠㅠ

당연히 20대 초반에 처음 성경을 읽을때는 레위기만큼 읽기 힘든 책이 없었다.
무슨 얘기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그후에 20대 후반쯤에 아주 작정을 하고 두달여동안 매일 레위기를 읽으면서 나름대로 노트에 그림도 그려보고 정말 열심히 읽으며 공부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한동안, 레위기를 어느정도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동안 레위기를 별로 공부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요즘 읽는 레위기는 다시 엄청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아주 지극정성으로 레위기를 공부해가면서 말씀을 볼만한 에너지가 내게 없다.

보아허니… 이달 후반부까지 한동안 더 레위기인 것 같은데,
그냥 한동안 QT 방학을 할까 생각중이다.

대신 좋은 찬송가 많이 듣고, 조용히 걸으면서 생각도 더 많이 해보고…

누가 내게 레위기를 잘 가르쳐주면 참 좋겠다. ㅎㅎ

“한결같음”의 함정

유진 피터슨의 “A Long Obedience in the Same Direction”이라는 책의 제목이 참 좋다.

A Same Long Obedience가 아니다.
A Long Obedience in the Same Direction 이다.

흔히 ‘한결같다’는 것은 좋은 의미로 사용된다.
늘 꾸준하고 성실하고…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어떤 사람이 늘 똑같이 한결같다는 그 사람처럼 답답한 사람은 또 없을 것이다.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과 인격에 진보와 성숙이 있어야지,
시간이 지나면서 전혀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아… 그런 정말…

유진 피터슨은
같은 방향을 행해가는 꾸준한 순종을 이야기한다.
같은 모양으로 계속해서 순종하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최근,
집에서 쓰던 냉장고에 문제가 생겨서 냉장고를 새로 샀다.
그냥 같은 크기의 냉장고를 샀는데,
그 안쪽이 훨씬 넓은 거다!

아니, 어떻게 그럴수 있는 거지?
그도 그럴 것이, 15년도 더된 냉장고가 처음 설계되었을때에는 그렇게 내부 구조를 효율적으로 배치하지 못했으니, 15년을 지나면서 냉장고를 만드는 회사들이 그 내부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여러가지 아이디어와 기술이 그만큼 축적된 거다.
그러니, 똑같은 크기의 냉장고를 샀는데, 15년전 냉장고보다 훨씬 내부가 넓게 느껴지게 된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냉장고만도 못한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