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이메일 하나

내가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때 알았던 한 분이 이메일을 보내오셨다.

연구원으로 일하시다가… 지금은 메노나이트 목사님이 되셔서 버지니아 작은 마을에 살고 계신데…

이 이메일을 읽으며 참 많은 것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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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오승 형제

 

나는 지금도 오승형제를 생각하면 ETRI 3연구동을 생각합니다.

그립고 순수했던 날들이 그곳에 있었지요.

젊디젊은 청춘들이 꿈을 가득 가지고 있었던…그런데 지금 그 꿈들이 모두 영글어서 열매를 맺고 그 열매들이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이런저런 모습으로 귀하게 쓰여지고 있음을 봅니다.

기억나나요? 내가 오승형제 거의 졸업 무렵에 한번 전화했던거…MIT 졸업을 얼마 남기고 있던 때였을겁니다. 그리고는 종적을 감추었지요. 연락도 안되고…그 후에 한번 더 그 전화로 전화를 했더니 전화가 끊겼던가 했습니다.

그랬더니 서부로 개척하러 갔던 것을… ^^

그 때 내가 메노나이트 신학교를 다닌다고 말했지요. 이곳 버지니아 해리슨버그라고 하는 곳에서 2001년에 와서 2006년에
교회를 시작했지요. OO자매에게 아직은 교회 교회 홈페이지를 만드는 중이니 홈페이지는 알려주지 말라고 했는데 건축중이어서 아직은
이런저런 치울 것도 많고 올려야 되는 글은 많은데 다 올리지 못하고…그럽니다.

테크니션으로 일을 합니다.

이곳은 미국 시골입니다. 그동안 선교헌금에 의지하여 사역을 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작년 10월부터
일을 합니다. 셀폰을 개발하고 인터넷 트랜시버 특허를 가지고 있는 공학박사가 시골의 작은 회사에서 전자장비를 고치고 있는
테크니션의 삶을 세상의 눈으로보면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온 것이지만 영적인 눈으로 보면 감히 주님께서 천국
보좌 버리시고 지상의 낮고 낮은 곳에 내려오신 것을 묵상하면서 감사합니다.

지금 다시 일하러 가야 하는 새벽입니다.

다녀와서 다시 연락할께요.

전화 언제든지 한번 주세요. 아니면 내가 하던지…

OOO  형제 드림

이메일…

저녁에 12시가 넘도록 정신없이 이메일을 쓰고…
아침에 computer를 켜고 이메일을 보면, 이메일 box가 하나가득 차있다.

처음 KOSTA를 섬길때,
그 이메일들을 정신없이 처리하면서 ‘아… 나도 뭔가 의미있는 섬김을 하는구나’ 하는 마음에 뿌듯했었다.

어느정도 지나서,
그 이메일들을 처리하면서 ‘아 정말 일이 많구나. 그렇지만 부지런히 성실히 하고야 말리라’ 하며 이를 악물고 했었다.

요즈음은,
이런 저런 이메일을 잔뜩 보내오는 우리 간사님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아… 이 이메일들을 이렇게 쓰고 일을 하느라 얼마나 다들 바쁠까.
이 소중한 섬김… 하나님 나라를 위한 이 순수한 마음…
아… 정말 감동이다.

이메일 박스에 밀려있는 이메일이…
오늘 아침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

이메일 트래픽

요즘 여러가지 급박한 일들이 많이 겹쳐서 좀 정신없이 지낸다.
회사애선 곧 있을 학회에서 발표할 자료와 flexible display demo를 만들기 위해서… 정말 정신없이 실험을 하고 있고,
몇몇분들과 길게는 한시간 짧게는 30분 가량의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의견을 듣고 상의하고 해야할 일들이 계속 있었고… 아직도, 일주일 내에 heavy한 전화통화나 논의들을 해야할 것들이 5건 정도 더 남아있다. 어제 하루동안에도 그렇게 전화통화를 한 시간이 총 2시간이 넘었다.
그리고, 어제는 드디어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이메일의 트래픽이 100개에 달했다. 아마도 기록이 아닐까 싶다. ^^ (그냥 읽을 필요도 없는 이메일 말고… 내가 읽고 생각하고 respond 해야하는 이메일 + 내가 다른 사람에게 보낸 이메일을 더한 것이다.) KOSTA 관련 이메일이 그중 70% 이고… 회사 이메일이 15%… 그리고 이 지역에서 섬기는 것 관련된 이메일, 가족, 아는 사람 이메일들이 나머지이다. 그중 어떤 이메일은 그 이메일 하나를 쓰기 위해서 30분 가까이 고민하고 다시 생각하고 해야하는 것들도 있다.

물론 그렇게 하고도 해야할 일들을 다 못하고… 이렇게 버벅대고 있지만.

때로는… 이런 짐을 좀 나누어 질 사람들을 찾아보기도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내가 물론 부족한 탓이기도 하지만… 정말 faithful하게 헌신하는 사람들을 찾기가 쉽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회사 일이든, KOSTA 일이든… 뭐든 간에)
혹, 함께 짐을 나누어지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짐을 나누는 것 자체가 내게 일이되어 이렇게 상황이 급박해지면 더더욱 그 짐을 나누는 것이 힘들게 된다. 해야할 일들에 대해 설명하고 하도록 돕고 잘 되었는지 같이 점검하고… (사실 리더로서 해야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인데… 그런 의미에서 나는 리더쉽도 참 부족한 사람인 듯 하다)
그러다보면 지치기도 하고, 답답해 하기도 하고… 원망이 되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뛰는데… 저 사람은 내가 이런것을 알면서도 왜 도움의 손길 한번 내밀지 않는 걸까.

그런데,
내가 최근 배우고 있는 것은,
치열하게 사는 lifestyle 자체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 (순발력, 체력, 열정, 기획력, 분석력… 등등이 모두 필요한 듯 하다)
따라서 그렇게 살지 않는/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나 불평은 매우 부당한 것이다.
그런 사람은 그런 사람들 나름대로의 role이 있는 것이고… 나와는 다른 영역의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더 깊이 알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그런 사람들로부터 많은 삶의 자세를 배워야 하는 것 같다.

예수님을 알고… 처음 10-15년 동안은…
예수님을 위해, 영원한 나라의 소망을 가지고, 이 땅에서 치열하게 사는 법을 배워왔던 것 같다.
그러나.. 최근 7-8년 동안은,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사람을 포용하고 이해하고 섬기는 법을 배우기 위해 struggle 하고 있다.

그리스도 안에서…
내 성숙함으로 나아가는 진보가 때론 너무 더디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