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 이야기 (2)

한국에 도착한지 하루가 좀 지나자 내게는 참 익숙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천식이었다.

나는 알레르기성 천식(asthma)이 있다.
천식은 외부의 자극등에 의해서 숨을 쉬는 기도가 좁아지는 질병이다.
하루가 지나자 약간 가슴이 답답해지기시작하더니 이틀째부터 약한 기침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한국에서 한참 심하게 천식 증상으로 고생할때엔 기침을 하다가 피가나오기도 할만큼 심한적도 있었다.

미국에 와서, 운동을 하면서, 그리고 특히 California로 이사오면서 점차 이 천식증상이 내게서 떠나있었다. 그런데 다시 이 반갑지 않은 친구가 나를 찾은 것이었다.

도착한지 4일째 되던 날이었던가…
대전으로 운전해서 가는 길에… 기도가 좁아지면서 가슴이 답답한 느낌을 본격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야, 너 참 오랜만이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오랜만인것은 천식만이 아니었다.
한국에 살면서 나름대로 가지고 있었던, 한국사회속에서 비쳐지고 있었던 권오승의 모습도 오랜만이었다.
그것은 때로는 자랑스럽거나 기쁘거나 감사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부자연스럽고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비뚤어진 그런 모습이었다.

미국이라는 상황 속에서 드러나지 않던 나의 나쁜 모습들도 짧은 기간이지만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지난 15년동안 그리스도인으로서 미국에서 성장해오면서 이제는 많이 잊어버린,
내 옛모습의 기억들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한국 방문 이야기 (1)

지난 두주동안 한국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회사일로 출장을 가게되어 학회발표를 겸해서 다녀왔는데,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몇번에 나누어서 한국에 다녀오며 한 생각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여러가지로 기쁘기도 했고, 감사하기도 했고, 한편 마음이 무겁기도했던 한국 방문이었다.

한국에 방문한것이 약 2년만이긴 하지만,
거의 10년가까이만에 처음으로 ‘서울’을 가보았다.

짧은 기간동안에 만난 사람들이 좁게 범위를 잡으면 50여명 수준, 좀더 넓게 범위를 잡으면 100명에 가까웠다. 몹시 바쁘게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가지 우리회사의 일에관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하고 함께 일할수 있을 가능성에 대하여 이야기하기도 했다.

내가 알지 못하던 한국

나는,
내가 미국에 있기 때문에 한국 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하는 어떤 면을 더 잘 보고 있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교만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것이 사실일까 하는 의문을 많이 갖게 된다.

나는, 한국을 정말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미국에 살고있는 한국인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내 정체성과
내가 조국에 대하여, 조국 교회에 대하여 이해하고 있는 것들은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내가 내 조국을 얼마나 이해하고 알고 있는 것일까 하는 것에 대한 깊은 회의(?)가 몰려오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가 나와 무슨 상관이람?

이데올로기의 특징은,
자신과 다른 생각 모두를 적으로 만들어 버린다는데 있다.

저쪽이 죽어야 내가 산다.
자신의 적을 무찌르는 것이 내 존재의 근거가 된다.

쳐부수자 공산당, 때려잡자 김일성.

나도 한때 이걸로 전국 웅변대회에 나가 상도 받았었다. 괴수 김일성을 이땅에서 몰아내자고 이 연사 힘차게 부르짖습니다~ -.-;

아마 나와 같은 열살짜리 꼬마애 하나는… 비슷한 시기 북쪽에서 남조선 괴뢰정권을 무찌르고 미제의 각을 뜨자고 웅변을 했겠지.

…..

국가 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인터넷 등에서 읽어보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자세는 ‘증오’이다. 빨갱이에 대한 증오.

자신의 부모가 그 빨갱이들에 의해 죽창에 살해당하고, 그 빨갱이들이 쏜 포탄에 의해 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사실 그 ‘증오’를 털어내기란 쉽지 않으리라.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건… 그 전쟁을 겪지 않았던 사람들까지고 그 ‘증오’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난 수십년간 철저하게 실행되어왔던 ‘이데올로기 교육’ 탓이다. 아직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어린 나이부터, 빨갱이를 때려잡는 것이 인생의 목표로 세뇌당한 사람들에게 그것을 떨쳐버리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일게다.

내가 내 스스로를 평가해 보면,
‘자유’라는 가치와 ‘평등’이라는 가치 가운데… ‘자유’라는 가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수 많은 사람들을 죽음과 억압과 빈곤으로 내몰았던 레닌 식의 공산주의를,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증오한다.

그러나,
그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서 자유를 빼앗아갔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독재를 증오한다. 자유민주주의의 신봉자임을 스스로 자임했던 그들의 얼굴에 침을 뱉고 싶다.

그리고,
그 우스꽝스러운 독재자들의 이데올로기적 논리를 가지고…
국가보안법을 지켜내고자하는 인간들의 모습에 조소를 보낸다.

어설픈 ‘자유주의자’로서,
도무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
국가보안법을 신주단지처럼 지키고 있는…
자칭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들을 보면… 우습다못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해주신 존엄함을 빼앗아 갈수는 없다.

그것이 이데올로기이건, 국가권력이건, 국가보안법이건 간에.

한국의 신문을 읽으며 참 마음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