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선배님,
그렇지만 저는 예전처럼 그렇게 강력한 반고지론자는 아닙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어떤 이들의 삶이 변화되어 하나님께 헌신하는 것은, 전하는 논리의 완벽함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것은 결코 반지성적인 생각은 아닙니다. 그저 지성주의적 관점에서 완벽한 논리만이 허용된다는 것을 피하는 것일 뿐입니다.
저는 제가 이렇게 선배님께 편지를 쓰지만, 제 생각에도 분명히 헛점이 있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배님의 반론도 기대해봅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사리분별을 하고, 논리적 사고를 하며, 하나님께 순종하려고 노력하지만, 우리의 노력이 완벽할수는 없다는 겸손함을 계속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제가 소위 ‘고지론’ 메시지에 헌신했다고 이야기하는 청년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이들의 대부분은 고지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 그저 하나님께 헌신하겠다며 피가 들끓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제가 섬기는 K 운동에서 여름 집회를 했을때, 오전에는 반고지론자 설교자가 서시고 저녁에는 고지론자 설교자가 서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의 대부분은 전혀 혼동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이게 꼭 다행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만…)
오히려 그 두개의 다른 message에 혼동을 느끼는 사람들은 critical thinking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그렇게 한번에 고지론에 헌신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고지론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결국 인도되는 곳이 고지론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의 헌신 이라면… 저는 그렇게 헌신의 통로로서 열정을 가진 이가 고지론을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되었건 전파되는 것이 그리스도 아닙니까.
셋째, 그 고지론을 말씀하시는 ‘원조 목사님’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젊은 학생들이 그분의 좋은 점을 많이 닮았으면 합니다.
특히 무엇보다도 자신이 믿는 것을 그대로 행동에 옮기시는 모습을 보면 깊이 존경심이 듭니다.
그리고 또 그분의 젊은 학생들을 향한 passion은 늘 제 마음도 뭉클하게 만듭니다.
그분의 동기에대해 저는 한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 목사님은 한국교회가 가진 참 소중한 보배같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넷째, 아주 극소수이지만, 그래도 고지론을 들어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진심으로, 하나님께서 정말 자신의 실력과 위치로 하나님과 세상을 섬기는 사람들이 나오길 기대하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는 제 생각과 논리가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헛점이 있을 수도 있고, 하나님께서 제가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일하실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세번째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선한 양심’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의 주장이 사람들을 변화시킬 기대를 갖습니다.
제 주장의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확장과 하나님의 영광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제 후배들에게 요즘 가끔 이야기합니다만…
저는 진심으로 고지론을 용서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표현이 좀 과해서… 하지만 이것이 제게는 제일 적절한 표현입니다. 한동안 고지론에 대한 적대감과 반발심에 쌓여있던 저를 생각해보면 말입니다.
박 선배님,
괜히 제 글이 지루하지는 않으셨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선배님께서 혹시 기분나쁘게 읽으시지는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기회가 되면, 선배님의 말씀을, 차 한잔 앞에두고 찬찬히 좀 듣고 싶습니다.
제게도 생각의 구멍이 많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배님도 저도…
이 땅을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 동창생 아닙니까.
주안에서,
목수의 졸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