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헌신

어제 주일 예배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민동식-한지은 선교사 부부가 왔다.
한지은 선교사가 설교를 했는데, 설교 내용도 물론 참 좋았지만…
그 설교를 들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설교중 참 내 마음을 많이 울렸던 것은, 기억을 되살려서 quotation을 하자면 이런 것이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일상적인 일을 하면서 과연 이것이 선교일까 하는 고민을 한다”

선교사가 해주는 참 삶이 담겨있는 말이었다.

나는,
흔히 기독교 써클에서 ‘일상성’이라고 이야기하는 표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상성을 이야기할때 흔히 우리는 일상을 하나님께 헌신하지 않은 내 comfort zone으로 기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련회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표현을 할때,
수련회때 많이 ‘은혜 받았지’만, 이제는 들뜬 마음 다 가다듬고 원래상태로 복귀한다는 말인데…
사실 수련회를 제대로 했다면, 원래 상태로 복귀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같은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더라도, 살아가는 일상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일상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나는…
내 욕망을 추구하는 것을 ‘일상’이라는 언어로 순화시켜서 이야기하는 요즘 기독교의 어떤 흐름이 대단히 불편하다.

젊은 한 선교사가 ‘일상’의 무기력함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선교임을 이야기하는 것이,
제국의 모든 안락함을 누리면서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헌신을 피해가는 것과 같을 수는 없다.

젊은 선교사의 고민은,
이렇게 헌신 했으나, 마치 내 열심으로 더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답답함, 그 속에서 마치 하나님께서 침묵하시는 것과 같은 무거음을 ‘일상’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두 어린아이를 남편과 함께 키우면서 타국에서 고군분투 하는 젊은 여자 선교사가 일상에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과,
제국의 안락함을 조금 더 누려보고자 버둥거리면서 자신의 욕망을 더 채우는 것으로부터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이야기하는 믿음은,
어쩌면 본질적으로 다른 믿음일지도 모르겠다.

일상성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헌신이 전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