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해지기

사람이 성숙해지는 것은 늘 꾸준히 일어나는 것 같지는 않다.
늘 어떤 사건이나 계기를 통해서 훌쩍 성숙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때가 있다.

그러니,
사람의 성숙은 linear한 일차함수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반복되는 step function들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많이 생각하게되는 것은,
사람의 성숙에 있어서, 그것을 이끌어주거나 코치해주거나 멘토해주는 사람이 해주는 역할은 과연 얼마나 되는 것일까.

내가 과연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이 본질적으로 가능하기는 한걸까.

물론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내게 여러가지로 도움을 주셨던, 혹은 자극이나 도전이나 깨달음을 주셨던 많은 분들이 있다.
심지어 그분들중에는 내가 그 후에 그분들을 더 깊게 알게 되면서, 혹은 그분들이 변질되어가면서, 깊이 실망하게 된분들도 많이 있고.

그렇다면…
내가 그분들로부터 얻었던 도움은, 정말 그분들에게 온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그냥 내가 성숙해가는데 그냥 그분들이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것 뿐이었을까.

이 고민
과연 내가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수는 있는 것일까..
하는 일종의 좌절로부터 비롯되었다.

내가 괜히 나 자신을 엄청 과대평가하고있는 것은 아닐까.

무기력감과 통합(integration)

때로 무기력감은,
너무 바쁘고 정신없을때 찾아온다.

금년 상반기는 꽤 바쁜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내 calendar는 빡빡하게 심지어는 이중, 삼중으로 겹쳐서 일정이 짜여져 있다.

회사일을 하는데는 그래도 어느정도 빠릿빠릿하게 하고 있는 듯 하다.
나 때문에 빵꾸나는 일은 없으니.

그런데,
회사일을 제외하고는 상당한 무기력감을 경험할때가 있다.

내 생각에 가장 큰 이유는,
회사 일을 하는데 기가 다 빨려서…
다른 일들을 마주할 에너지가 부족한 것이다.

이건 나만 겪는것은 당연히 아니다.
내가 이곳 bay area에서 살면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발견하는 모습이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바, 내가 성인이되고나서는 지금까지 뭐 좀 한가하게 지냈던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중 어떤 시간에는 해야할 일들이 많더라도 그것을 잘 해내면서 기타 다른 모든 것들을 잘 해내는 경우가 있었고,
어떤 시간에는 일이 많은 것 때문에 내가 무너지듯이 무기력감에 빠지게되는 경우도 있었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어 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국 그 바쁘게 하는 그일 (내 경우에는 회사일)을 내가 가진 최고의 가치와 제대로 align해서 하고 있느냐 하는 것에 달려있는 것 같다.

다시 설명해보면,
내가 회사일을 할때, 그것을 내 신앙과 가치에 따라서 계속 생각을 하면서 하면…
그 회사일이 내가 control하고 manage하는 일이 되면서 내가 무기력감에 빠지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하면 회사일 이외에도 중요한 다른 것들에 적절한 신경과 관심을 기울이면서 잘 사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내가 회사일을 할 때,
쏟아지는 일들을 정신없이 테트리스 맞추어나가듯 해나가면,
그 일들을 내 신앙와 가치에 따라 제자리를 잡아가며 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그러면 내가 회사일을 control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일이 나를 control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회사일을 그럭저럭 하고나면 완전 기진맥진이 되어서 무기력감에 빠지게 된다.

이것이 일반적인 원칙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 경험에 따르면 정말 그런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삶의 여러 영역들, 특히 더 시간을 많이 써야하고, 에너지를 많이 들이는 일일수록…
그것을 내 신앙과 생각에 제대로 integrate하는 일은, 내 생존에 중요한 것 같다.

어제는 더웠다.

어제는 참 더웠다.
낮 최고 기온이 화씨 95도 (섭씨 35도)까지 올라갔다.
밖에 나가면 헉~ 하고 느껴지게 더웠다.

몸도 마음도 무거웠다.
더위가 정말 무겁게 느껴졌다.

저녁이 되니 그래도 좀 시원해졌다.
저녁 9시가 넘어서 창문을 열고나니, 그래도 어느정도 선선한 기운이 창문을 통해서 집으로 넘어 들어왔다.

그렇게 더운 날씨는,
참 뭘 어떻게 하기 어렵다.
에어콘이 있으면 그거 켜고 지내겠고,
나처럼 회사 사무실에 가게되는 사람은 회사 사무실에서 시원하게 보낼수도 있지만,

그래도 차를 밖에 세워놓은 후에 그 안에 다시 들어가는 일이나,
밖에 조금 돌아다니는 일은 참 힘든 일이다.

그렇게 더워서 힘든 날에는 그러니…
그냥 그렇게 수동적으로 더운 날씨를 견뎌야 하는 거다.
그거 덥다고 난리쳐서 되는 것도 아니고,
덥지만 더운대로 그냥 할 일 하면서 사는 거다.

삶에서의 어려움도,
여러가지 힘든 일이나,
불확실성 들도…
그냥 대부분은 그냥 그걸 수동적으로 견디어내면서 시간을 지내는 거다.

저녁 늦은 시간,
conference call을 하나 끝내고,
한국에 부모님과 전화를 하고나니…
날씨가 좀 시원해졌다.

그렇게 한참 더운게 좀 지나간거다.
그 힘든 것을 잘 지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오늘은 조금 덜 덥단다…

경기침체가 오나?

이 동네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경기침체에 대비한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리지는 않지만,
최소한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좀 줄이고,
여러가지 지출을 줄이고,
사람을 덜 뽑고… 등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소식들은 좀 들린다.

경기침체가 정말 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시간이 되면, 결국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충격이 가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회복불가능한 피해를 입게되는 시기가 될수도 있다.

하나님께서 somehow 그분의 은혜를 베풀어주시기를…

뭔가를 제대로 배웠는지

조금 좋은 학교라면 그 학교만의 학풍이라는 것이 있다.
그 학교가 추구하는 인재상이 있고, 그것을 이루는 교육방식이랄까, 그리고 그것을 함께 만들어가는 그 학교가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도…

나는 대학을 들어갈때는 정말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갔다. ㅠㅠ
그냥 내가 갈 수 있는 좋은 학교를 가는게 장땡이다… 뭐 그런 생각이었을 것.
(솔직히 말하면 그런 것도 없이… 그냥 고등학교때 시험봐서, 그냥 별 생각없이 그냥 대학에 갔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에는 ‘학풍’이라는게 딱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나는 2회였기 때문에 그 학교만의 어떤 ‘학풍’이라는 것이 제대로 형성되기 전에 학교에 들어간 셈이고…
그냥 돌이켜 생각해보면, 역시 ‘학풍’이라는 것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전국의 과학고등학교의 그냥 공부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계속 되었던 것 같다.
그냥 공부 열심히.

유학을 올때,
그런 것을 좀 따져볼 수 있었어야 했는데,
그때도 그냥 순전히 이름보고, 유명한 학교 가겠다고 해서 유학을 왔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내가 박사공부를 한 학교의 학풍을 제대로 지니고 졸업을 했던 것 같지 않다.

내가 내 신앙을 생각할때도,
지금으로부터 20년전만 하더라도, 내게 영향을 많이 주었던 분들이 다녔던 교회, 다녔던 신학교등의 분위기와 신학적 입장등이 내가 어느정도 맞았다.
그러나 점점… 그때의 신학적 입장이 매우 좁은 것이었다는 것을 배워가면서…
나는 그 교회들, 그 신학교들의 입장과는 어느정도 다른 관점을 갖게 된것들도 있게 되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지금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그런 신학적 방향을 가지고 있는 목회자가 있는 교회를 다닌다던가…
혹은 그런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어떤 형태로든 fellowship을 가진다던가 하는 일들이 내겐 거의 없다.
그러니… 내가 교회에서, 혹은 어려 fellowship에서 무엇인가를 배워서 내가 성숙/성장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박사까지 하면서,
공부를 꽤 오래 했는데도 다녔던 학교의 분위기와 학풍 이런 것을 제대로 배우고 졸업하지 못한… 나는 일종의 불량 졸업생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다가…
마찬 가지로… 나는 그냥 어정쩡한 모습으로 내 신앙의 성숙과 성장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채 지지부진 밍기적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고민도 하게 된다.

Praying for my daughter (5)

나나 내 아내와는 매우 다른 전공을 선택했고,
나와 내 아내와는 매우 다른 시대에,
매우 다른 학교 경험을 했고,
그로인해 대학 졸업을 맞이하고서도… 나와 내 아내와는 매우 다른 상황에 놓여있게 되었다.

민우는 조금더 학교 교수님들과도 이야기도 나누고,
여러가지 조사도 더 해보면서…
어떤 쪽으로 대학원을 갈 것인지,
혹은 어떤 쪽으로 직장을 잡아서 일을 해볼 것인지를 고민해보겠다고 이야기한다.

아빠, 엄마가 경험해보지 못한 대학생활을 한 딸에게,
아빠, 엄마와는 아주 다른 내용의 고민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그러나 정말 내가 민우에게 반복해서 해주고 있는 말은 이거다.

민우야,
지금 네 앞길이 이렇게 불확실하게 느껴지고,
그것 때문에 불안하기도 하고, 초조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다양한 앞길을 놓고 고민할 수 있는 것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특권은 아니다.
그러니, 이것을 대단한 특권으로 여기고 감사하면서 이 고민을 해라.

그리고,
어떻게든 이 과정에,
하나님을 초대해서, 그분과 함께 고민하고 씨름하고 기도하고 결정하는 경험을 꼭 해보기 바란다.
너의 나이에, 그렇게 하나님과 함께 씨름하며 자신의 앞길을 내어놓고 기도하는 경험은,
앞으로 네 평생을 지탱해주는 힘이 될 수 있을 거다.
정말 기를 쓰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분의 말씀을 따르는 것을 이 기회에 꼭 배워보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아빠가 네게 해 줄 수 있는 도움과 조언은,
네가 커가면서, 아빠가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아주 빠른 속도록 줄어들어가게 된다.
점점 아빠는 네게 도움을 주는 존재의 위치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점점 너는 아빠로부터 그렇게 독립을 해나가게 된다.
그게 어색하게 느껴질수도 있고, 다소 암담하거나 두렵게 느껴질수도 있는데,
그건 매우 자연스러우면서도 exciting한 과정이다.
enjoy 해라!

그렇지만,
어떻게든, 어떤 형식으로든,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아빠의 도움과 지지와 사랑이 필요하면 꼭 얘기해라.
아빠는 네 결정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변함없이 너를 돕고, 지지하고, 사랑하는 세상에 정말 몇 안되는 사람중 하나니까.

민우 대학 졸업을 맞이하며 하게되는 내 기도는 이렇다.
민우에게 벌써 2~3번 반복해서 해준 위의 내용이…
어떻게든 민우의 마음에 잘 녹아들어져서, 민우가 스스로 하나님을 사랑하며 자신울 추스려나가며 이웃과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더 성장해가기를…

Praying for my daughter (4)

나는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하지 않았고,
내 아내는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녔지만, 민우와는 매우 다른 분위기의 공대를 다녔기 때문에
민우가 했던 대학의 경험은, 나와 내 아내에게도 매우 새로운 것이었다.

그러니….
그냥 민우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은 그냥 매우 일반적인 ‘격려’와 ‘조언’뿐이었다.

그리고,
대학시절의 꽤 많은 시간을 COVID-19으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보냈는데…
그럼에도 약간 무리가 되었지만 우리는 민우가 학기중에 학교 근처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내도록 보냈다.
대부분의 수업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질때도,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더 보내도록 해주고 싶었다.

한가지 지금까지 아쉬웠던 것은,
민우가 대학기간동안 정말 좋은 신앙 공동체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학교 생활의 대부분이 COVID-19 때문에 방해를 받았으니…
내가 생각했던 대로 뭔가 좋은 신앙 공동체에서 친구들과 함께 신앙을 배워나가는 것을 잘 경험할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 참 안타깝다.

아빠로서, 민우를 위해 기도하는데 가장 마음이 많이 가는 것이다.

Praying for my daughter (3)

민우는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을 자기가 찾아서 결정했다.
처음부터, 큰 학교는 무조건 가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작은 liberal arts 학교들에 대한 자료들을 찾았고, 그런 학교들만 마음에 두고 apply를 했다.
그나마 유일하게 ‘종합대학’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학교가 민우가 졸업한 학교다.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이 학교에서는 1~2학년동안 따로 소수의 아이들만 liberal arts education을 하는 system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민우는 그 liberal arts쪽으로 전공을 택해서 학교에 apply했고, 결국 이 학교에 가게 되었다.

1~2학년,
한 학년에 500명 정도되는, 그나마도 1,2학년만 있는 작은 별도의 캠퍼스에서 공부하면서 민우는 매우 좋아했다.
평균적으로 class size가 10~15명 밖에 되지 않았고,
교수님들과도 아주 가깝게 지내면서,
교수님중 한 사람이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그 강아지와 함께 놀기도 했고,
교수님이 직접 구워온 쿠키를 먹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몇명의 아주 가까운 친구들도 사귀면서 아주 좋아했다.

민우 친구는,
인도 아이, 영국-인도 혼혈, 중국아이, 백인, 그리고 민우… 이렇게 함께 친하게 지내는 그룹인 것 같다.
졸업때까지 계속 이 아이들과 함께 아주 가깝게 지내는 것이 참 감사했다.

Praying for my daughter (2)

민우는 우리 부부와는 다른점이 참 많다.
우리 부부보다 훨씬 더 creative하다.
뭔가 계속 쪼물쪼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뜨개질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작은 모형을 만들고…
그리고 글을 쓰고, 공작을 하고…

일단 나는,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오랫동안 어떤 창의적인 일을 할만큼 참을성이 없다. ㅠㅠ
빨리 해야하는 일을 해치워야하는 성격이어서, 민우처럼 오랜시간 자신이 만들어내어야 하는 것에 정성을 쏟는 일을 하지 못할뿐 아니라 한 경험도 거의 없다.

그리고 민우는 우리부부보다, 최소한 나보다 훨씬 덜 분석적이다.
이게… 덜 분석적이라는 것이 분명 단점일수도 있을 테지만, 장점이 되는 부분이 있을 텐데…
민우가 덜 분석적이라고 쓰는 것 말고는 더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다. ㅎㅎ

대신 민우는 더 사람에 대한 compassion이 많다.
어떤 목표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작은 상처라도 주는 것을 대단히 싫어한다.
가령 내가 민우와 함께 어떤 물건을 사러가서, 그 점원이 빠릿빠릿하게 일을 하지 못하는 것에 불편함을 표시하면… 민우는 그것을 매우 폭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혹시 함께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내가 tip을 충분히 놓지 않았다고 생각되면, 자기 지갑을 뒤져서라도 tip을 더 놓아야 마음이 놓이는 성격이다.

뭔가 나와 비슷하면 그래도 내 생각의 흐름이나 내 경험등이 민우에게 도움이 될만한 조언과 대화를 조금 더 많이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민우의 전공도, 진로도, 성격도 나와는 많이 다르니…
그리고 지금까지의 경험도 그렇게 앞으로의 경험은 더더욱… 내 경험과는 많이 다를 것이니..
내가 어떤 아빠가 되어야 민우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일까 하는 고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