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때,
서울 교육청인가 어디에서 학교별로 몇명을 뽑아서, 주말에 ‘주말 과학학교’ 비스무레한것을 한적이 있었다.
나는 우리학교 대표(-.-;)로 거기에 참석할 기회를 얻었다.
그곳은, 정말 멋진 곳이었다!
물론 조금 다른 애들도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Nerd들이 많았다!
나 역시 Nerd 였던 차라… Nerd의 언어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 정말 좋았다.
그곳에서 ‘과학고등학교’라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과학고 입학시험을 볼때는, 서울에 있는 학생들이 경기과학고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허락되었던 첫해였다.
나는 간당간당 아슬아슬하게 합격하였고 -.-;
정말 ‘이상한’ 애들이 함께 모여있는 곳에 가게 되었다.
지금은 과학고에 공부잘하는 애들이 가는 곳이 되었지만, 그때는 공부잘하는 애들이 가는 곳이라기 보다는, 별난 애들이 가는 곳이었던것 같다. 아, 물론 그중에는 공부 잘하는 애들도 있었지만. ㅎㅎ 우리때는 IQ test 비슷한.. 창의력 검사라는 것을 입학시험에서 보았는데, 나중에 알게된 것은… 나는 다른 필기성적으로는 불합격 수준인데, 그 창의력 검사 점수가 그나마 좀 높아서 겨우 합격한 case 였다. -.-;
과학고에서 나는, 다른 ‘천재들’에 기가 눌려 지내긴 했었지만…
마음껏 Nerd가 될 수 있는 것이 참 좋았다.
별난 애들과 함께 별난 이야기를 나누고, 별난 짓도 해보고…
-1의 square root를 i 라고 쓰고 complex number (복소수)라고 하듯이,
1을 0(zero)로 나눈 것을 k 라고 쓰고, strange number (복기수)라고 정의하고 수학을 풀어보자는 황당한 시도를 해보기도 했고 (물론, 실패였다. ㅋㅋ)
한밤중에 친구들과 함께 학교 computer실에 몰래 들어가서, 영어 사전을 뒤져가며.. 그 당시 영어로 되어있던 adventure game을 밤새워서 깨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거의 아무런 생각없이…
K학교에 시험을 봐서 들어갔다.
(그때는, 그 학교도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았다. 내가 2회 였으니까… 뭐… 신생 지방단과대쯤 된다고나 할까. ㅎㅎ)
우아… 대학 시절은 정말 재미 있었다!!
내가 하나도 이상한 사람이 아닌… 그런 세상이었다!
시내버스 속에서, 양자역학 이야기를 친구와 열나게 이야기하다가,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고,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어 보겠다고 그 당시 unix ternimal 앞에 앉아서 ForTran으로 밤새워 프로그램을 짜는 일도 했었다.
전공 공부를 하는 것이 너무 재미 있어서, 재미로 연습문제를 풀때도 있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고,
대덕 연구단지 모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있다가,
Nerd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M 학교에서 아주 오~래~ 공부하게 되었다. -.-;
말하자면, 15살 이후부터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나는 Nerd가 되도록 교육받아왔고, Nerd인 것이 편했고, Nerd와 함께 있는 것이 좋았다.
세상에는 모두 나와 같은 사람들만 가득하고,
다만… 그 속에서 어려운 수학문제를 좀 더 잘 푸는 사람과 좀 덜 잘푸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뭐 이런 식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워낙 나와 비슷한 종자들하고만 놀다보니…
세상 사람들이 ‘정상인’ 이라는 생각을 하는게 나로선 참 힘들다. (솔직한 고백이다…. 쩝.)
어떤 사람들은, 수학, 물리를 재미있어 하지 않는다더라…
어떤 사람들은, 뭐 새로운 것을 뚝닥 뚝닥 만들어 내는 것에 흥미가 없다더라…
어떤 사람들은, 멋진 옷을 입는 것을 즐긴다더라…
어떤 사람들은, 논리 보다 ‘필’이 훨씬 더 중요하다더라…
그렇게 소문으로만 듣던… 나와 다른 사람들을 처음으로 제대로 만난 것은 내 나이가 거의 30 가까이 다 되어서 였다.
참 이상하네… 저 사람들은… 말로만 듣던… 정상인이 아닌가!
역시 Nerd인 마누라를 만났고 (그래도 내 아내는 나보다는 훨씬 더 정상인에 가깝다. ^^)
지금 7학년인 우리 딸내미는 역시 꽤 Nerd 이다.
어제는,
우리 회사에서, 비누방울이 어떻게 생기고 터지게 되는가 하는 것을 여러가지로 계산해놓은 논문을 어떤 사람과 함께 나누어 읽으면서 (아, 물론 이건 우리 일과는 무관한, 순전히 취미생활이다. ^^)
야… 이렇게 말이 통하는 직장동료가 있다는건 참 좋은 일이다…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다가 내가 왜 이렇게 되었나는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래서 이런 글도…
내가 이렇게 된것은,
모두 다… 중학교때 그 과학 캠프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