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Job Transition (12)

오늘이 Lenovo에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날이다.
그렇지만 어제 exit interview도 다 끝냈으므로, 오늘은 출근을 하지 않고 마지막 하루 땡땡이를 칠 생각이다. ^^

내 첫 직장에서는,
참 일하는 것이 즐거웠고 함께 하는 사람도 마음에 들었었다.
그래서 그 사람들과 정말 오래 함께 같이하고 싶었다.
불행하게도 내 바람은 현실로 연결되지 못했다.

내 두번째 직장에서는,
일하는 것도 힘들었고, 재미도 없었고,
함께 일하는 사람도 참 불편했다.
정말 하루 빨리 그 직장에서 나오고 싶었다.

내 세번째 직장 Lenovo에서는,
일하는 것은 좋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이 그저 그랬다.
뭐 마음에 안드는 것을 참아가며, 혹은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사람들을 설득해가며 일을 해야했고,
사실은 다른 무엇보다도, 이 사람들과는 모두 함께 오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뭐 그중에 그나마 좀 정을 붙이고 함께 일하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 2년이 채 안되는 시간동안 참 많이 배웠다.
아마 이런 환경이 아니었다면 배우지 못했을 내용들이 참 많았다.
아마 내가 이 직장에서 배운 것들만 쭉 나열해서도 한 시리즈의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언제 한번 해봐야겠군.

New Job Transition (11)

나는 땡땡이치는 것을 좋아한다. ^^
좀 느긋하게 일하면서, 사색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도 즐기고 싶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가끔 내가 아주 일벌레인줄 아는데… ㅎㅎ
나는 정말 죽어라고 일하는거 진짜 싫어한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job search를 좀 하다보니… 내 skill set을 요구하는 position들은, 다들 죽어라고 일하는 것들이다. -.-;

나는 좀 크고 안정된 회사에서,
주어진일을 하루에 8-9시간 하고 나머지 시간을 안정적으로 누리는 쪽에서 원하는 skill set을 가지고 있기 보다는,
비교적 작고 빨리 움직이는 start-up에서,
한두시간 일을 더 빨리 마무리 짓는게 crucial한, 하루에 12시간 넘게 일하는 것도 기꺼이 감수해야하는, 그런 쪽에서 원하는 skill set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job search를 하면서, 좀 불만이 생겼다.
난 좀 적당히 일하면서 살고 싶은데, 그런 기회는 내게 별로 없는 것 같아 보이고…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결국 여태껏 내가 걸어온 길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하나님께서 나를 여태껏 인도해오셨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잘못 결정하고 실수한 것들도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런 것들을 통해서도 그분의 선하심을 드러내시는 분임을 또한 믿는다.)

그렇다면,
여태껏 나를 인도하신 분이 하나님이시라면,
그래서 지금의 내가 만들어 진 것이라면,
지금 내가 해야하는 일은, “지금의 나”로부터 앞길을 모색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너무 오바해서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노력할 일도 아니고,
내게 쉽게 주어지지 않는 것을 얻으려고 발버둥칠 일도 아니다.

결국은,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사사기를 읽으며

요즘 QT 본문이 사사기이다.

사사기 본문을 언제 좀 깊이 묵상한 적이 있었나 기억이 나질 않는걸 보면,
아주 옛날에 건성으로 QT했던 것이 전부인것 같다.

예전에 사사기를 묵상하면서는 대개 다음과 같이 묵상했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꾸만 딴짓하네. 그러니까 저렇게 하나님께서 벌주셔서 이방족속에게 넘겨주셔서 고생하게 하시지.
나는 저렇게 하나님 속썩이지 말고 하나님 말 잘 듣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러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말 잘 안들었던 것들 찾아내고,
내 삶 속에서는 그렇게 말 잘 안 듣는거 없는지 생각해보고…

그런데,
약간 각도를 바꾸어서 생각해보면 이렇다.

그 반복해서 말 안듣는 백성들을 하나님께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때로는 어려움에도 처하게 하시고,
때로는 좋은 사사를 세워서 승리하게도 하시면서,
끝까지 그 백성과 함께 가시는 거다.

말하자면, 사사기의 주인공은,
말 안듣는 이스라엘 백성이 아니라,
말로 다 할 수 없이 faithful하신 하나님이신 것이다.

우리 하나님은 고집스럽게 신실하시다.
절대로 그 백성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정말 끝까지 함께 하신다.

다원주의적 관용의 함정

어제는,
우리 회사의 어떤 인도 아저씨와 종교적에 대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 아저씨는, 힌두교적 세계관과 종교관을 꽤 깊게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논리적이기보다는 관계적 감성적인 사람이다.

그냥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신(god)’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내가 약간 작정을 하고 ‘신’에 대한 이야기를 약간 깊게 가지고 들어가 보려고 시도를 해 보았다.

그런데,
거의 초장부터 딱 막혀서 대화가 진행되지를 않았다.
이 사람은 결국은 범신론적 생각을 가지고 있고, 신의 계시라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워했다.
내가 Judaeo-Christian worldview에서 가지고 있는, non-deistic God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자,
아예 그 개념 자체가 이 사람에게는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흔히,
다원주의적, 범신론적 종교관이 Judaeo-Christian 종교관보다는 더 tolerant 하고, 더 generous하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내가 어제 짧게 나눈 대화에 따르면…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범신론적인 아이디어 역시, 대단히 배타적이고 폐쇄적이었다.

다원주의적 관용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나로서는,
꽤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New Job Transition (10)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당연히 긴장도 많이 되고, 걱정이 되는 일도 많다.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job은 별로 없고,
나랑 딱 맞는 job도 별로 나와있지 않다.

그나마 몇개 나와 있는 job은 조금 이따가 후다닥~ 사라지기도 한다. -.-;

그런데 신기한 것은,
상황이 이러니까, 마치 내 영혼이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다!

기도를 하거나 성경을 읽을 때에도,
하나님께서 더 personal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하나님이 personal하게 느끼지니,
묵상이 피상적으로 머무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마치, 뿌옇게 되어있던 유리를 깨끗하게 닦아낸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아니면 영혼이 맑아지는 일이 잘 되지 않는단 말인가!

어휴…
이러니, 하나님께서 뺑뺑이를 돌리셔도 내가 별로 할말이 없지…..

동생의 방문

동생이 한국에서 방문해서 시간을 함께 보냈다.
뭐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별로 한것도 없고…
그냥 밥먹고, 차 마시고, 잡담하고.

한살차이나는 동생인데도,
나는 늘 동생에게 많이 오빠인척 하면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내가 그렇게 나이든 오빠인척 하는 것이 뻘쭘하기도 하고…
내가 내 동생에 비해 뭔가 그렇게 더 나은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그렇게 할 껀덕지가 없기도 하다. ^^

신앙과 인격이 훌쩍 커버린 동생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나이 들어가면서 더 동료이자 친구과 같은 모습으로 늙어가겠구나 싶어…
참 감사했다.

다행히 회사를 마음껏 빠져도 되는 시간이어서,
참 좋았다. ^^

New Job Transition (9)

보스턴에서 공부를 마치고, 같은 실험실에서 포스트닥을 했다. 말이 포스트닥이지, 사실 거의 일을 제대로 안했다. -.-;
사실 할 일이 없기도 했고, 아주 적은 액수의 월급을 주면서 그냥 교수님이 몇달 더 붙들어 놓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그 월급이 끊겼다.
아내가 보스턴에서 공부를 마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보스턴에 남고 싶어서 그쪽 회사들만 열심히 apply 했는데, 어떤 회사로부터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딱 한군데 인터뷰를 했는데, 나를 뽑겠다고 대충 얘기를 해 놓고는 얼마 있다가 hiring 자체가 cancel되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그때 그 회사를 갔다면 지금 완전히 다른 커리어를 가고 있었을 것 같다.)

점점 돈이 없어지고, credit card 빚이 pile-up 되어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먼 곳이라도 가겠다고 생각을 했다.
일단 어디라도 가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내 불안한 상황을 코스타 간사들 몇명에게 나누고, job 상황에 따라서는 내가 코스타를 더 이상 섬기지 못하게 될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렸다.

그로부터 며칠 후, HP에서 일하고 있던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혹시 그 그룹에서 하는 일에 관심이 없느냐고.
나는, 뭐 무조건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으므로, 앞뒤 가리지 않고 당연 땡큐~ 하고 인터뷰를 했다.
처음 hiring manager와 이메일 연락을 한지 3주 내에 결국은 offer를 받았다. 그 사이에 phone interview, on-site interview를 다 했으니, 완전 초특급 speed였다. 나는 바로 California 행 one-way 비행기표를 샀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나는 job을 찾는 기술도 참 많이 부족했고, 전반적인 industry의 흐름에 대해서도 무지했고, 사실 내가 뭘 잘하는지 하는 것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괜히 엉뚱한데에서 힘을 빼면서 job을 찾지 못하고 버벅거리고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나로 하여금,
충분히 힘을 뺄때까지 기다리시다가,
내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쪽으로 나를 인도하셨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그때 그렇게 오게된것이 참 감사하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우게된 가장 중요한 것은,
잘 기다리면 하나님께서 더 잘 풀리는 길로 인도하신다는 식의 스토리가 아니라,
막다른 골목과 같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하나님과 함께 걸어가는 것이 정말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내 이런 경험은, 지금 내가 하나님을 신뢰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어떤 사람들은 믿음이 좋아서, 이런것 없이도 하나님을 잘 신뢰하기도 하겠지만,
나는 워낙 겁이 많고 의심이 많아서, 왠만해선 그렇게 하나님을 잘 믿을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이기 때문에… -.-;

나이가 들면

1.
한국에서 있었던 K 30주년 모임.
그곳에 참석했던 어떤 분의 comment는 다음과 같았다.
(동생을 통해 전해 들었다.)

수고한 분들에 대해 appreciate하는 것도 좋고, 좋은 전통을 이어가는 것도 좋은데,
어르신들이 좀 다음 세대에게 맡기지 못하고, 자신들이 더 열심히 뭔가를 해보겠다고 다시 재 경심하시는건 안타까워보였다.
예전에 교회 간판만 걸어놓으면 사람들이 모여들던 시대와는 다른 시대에 후배들이 사역하고 있는데, 왜 너희는 예전에 우리와 같이 하지 못하느냐고 다그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나는 완전 공감한다. -.-;
사실 facebook 등에 올라오는 참석자들의 30주년 모임 후기를 조금씩 접하면서, 아… 하는 생각이 좀 많이 들었었는데. (이 블로그에 한바탕 내 생각을 쏟아 놓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가 자제했다. -.-;)

2.
개인적으로, K 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한지 20주년이 되는 올해,
그리고 공동대표의 임기가 이제 8월말로 끝났고.
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K 모임의 여러 부분에 얽히지 않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간사들이 많이 안쓰럽고, 이런 저런 모임들의 소식을 들으며 심장이 콩딱콩딱 뛰지만,
하나님께서는 내가 그렇게 얽히지 않도록 말씀하고 계신것 같다.

3.
이번주말,
수십번 참석했던 코스타 간사 모임이 또 열린다.
많이 그립고, 많이 안쓰럽고, 많이 생각난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 그러나…

1.
3살짜리 시리아 난민 아이의 시신이 터키 해안가로 떠내려온 사진이 이번주에 보도되었다.
나는 그 사진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져서 어찌할바를 몰랐다.
마치 그냥 침대어 엎드려 잠이든 것과 같은 모습으로 그렇게…

2.
예전에 작은 start-up company를 해보려고 노력하던 시절,
어려운 순간들이 당연히 있었다.
뭔가 일이 잘 되지 않아서 이대로 가면 다 무너지겠다고 생각이 되었을때,
내가 했던 일은, 어떻게든 뛰어들어서 열심히 뭔가를 했던 것이었다.
샘플을 죽어라고 만들기도 하고, 이메일을 열심히 쓰기도 하고, documentation을 닥치는대로 하기도 하고.

3.
사실, 상황이 어려운것 보다 더 힘든 것은, 그 상황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다.
보트를 타고 가다가 물이 새는 것을 발견했을때, 열심히 물을 퍼내는 행위 자체가 절망과 무기력으로 부터 나와 희망을 갖게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4.
빌리 그래함과 함께 전도활동을 하던 찰스 템플턴은, 라이프지에 실린 아프리카의 famine을 보면서 ‘도대체 하나님이 어디 계시냐’고 질문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그는 기독교 신앙을 떠났다.
그러나, 마더 테레사는, 캘커타의 빈민들 가운데 들어가서, 그들을 돌보고 섬기는 일을 하면서, ‘나는 이들의 눈 속에서 그리스도를 본다’로 이야기하였다.

한 사람은, 편안한 거실에서 사진 속의 고통을 접하며 신앙을 떠났고,
한 사람은, 고통스러운 섬김의 현장에서 고통을 함께 감당하며 신앙의 길을 살았다.

5.
세상의 아픔을 볼 때 마다,
내가 그저 편안한 소파에서 관람객의 자세로 고통을 ‘해설’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섬뜩하다.

New Job Transition (8)

이 블로그에 최근 내 이야기를 올리게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따로 연락을 받았다.

그중 많은 경우는,
“사실은 자신도 요즘 이러이러한 일로 힘들었는데, 졸개님의 포스팅을 보면서 위로를 얻었어요”
와 같은 종류의 comment 였다.

약간 의외의 독자(?)로 부터 연락을 받기도 하였고,
내가 소식을 듣고 많이 마음을 쓰던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기도 하였다.

세상에는,
참 힘든 일들을 겪는 사람들이 많구나…

조용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정말 저렇게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이렇게 lay-off 당한게 감사한 일일수도 있겠다.
뭐 그런 기특한(?) 생각도 잠깐 들었다.

내가 늘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물론 아니고,
매우 이기적이고 욕심많고 공감못하는 부류의 인간이지만,
이 땅을 살아가면서, 잠깐이라도,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