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만난 후배

어제는,
15년만에 만난 대학 후배가 우리집에 와서 묵었다.
저녁을 먹고 길게 많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열정만 넘치던 대학원 시절,
학부생 1학년 기숙사 방문을 두드리며 모아서 성경공부를 만들었을때…
나 같은 사람하고라도 성경공부 하겠다고 함께 했던 착한 후배였다. ^^

이제는 30대 후반의 아이 아빠가 된 후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편 그 긴 세월을 보내면서 20년전 그 후배가 대학교 신입생일때 보여주었던 모습이 아직도 있는 것이 감사했고,
다른 한편 그 세월을 보내면서 하나님께서 그 후배의 삶에 개입하셔서 여러가지로 만들어가신 모습이 감사했다.

시카고로부터 비행기를 타고 어제 저녁에 도착해서,
오늘 아침에는 바로 비행기를 타고 떠난다.
그냥 나를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그렇게 무식한 일정을 잡았단다. 헐…

그 후배의 마음이 감사했고,
그 후배에게 좋은 선배가 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 

엘리야와 엘리사

20대에는,
나를 끊임없이 점검해주고, 나를 보살펴주는 선배가 없는 것이 정말 눈물나도록 서럽고 힘든 때가 많았다.
복음에 눈을 떠서 가슴이 뜨겁긴 한데, 이것을 어떻게 handle해야 하는지 내게 일러주는 이가 주변에 별로 없었다.
물론 일반적인 조언과 가르침은 풍성하게 많이 받을 수 있었지만, 내가 ‘멘토’로 생각할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정신없이 책을 읽기도 하고, 어쩌다 한번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무엇인가 배워보려고 갖은 노력을 하기도 했었다.
내가 엘리사가되어, 엘리야와 같은 선배를 따르고 싶은 열망이었다.

30대에는,
그런 그림들을 대충 포기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어차피 신앙은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이므로, 기도와 말씀으로부터 공급받으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제 40대가 되어서는,
내가 엘리야가 되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커진다.
물론 아직 내가 성숙하고 성장해야하는 부분이 산더미 같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20대와 30대에 경험한, 하나님과의 동행을, 전수해주어야한다는 부담감과… 어찌보면 건강하지 못하게 보이기까지하는 절박함이 내 안에 있는 것 같다.

아직 내가 엘리야와 같이, 누군가에게 무엇을 전수할 만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self-evaluation이 명확함에도,
그것에 대한 간절함이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간다.

예전에 하나님께서는…
내가 그토록 하나님 안에서 하고 싶었던 일들을, 10년 가까이 delay 시켜가면서 나를 준비시켰던 경험을 하게 하셨었다. 내가 아무리 가슴이 터져라 하고 싶은데도… 너는 아직 때가 아니다 하시며 나를 주저앉히셨었다.
40대 초반에 이런 간절함이 커져가는 것을 보아, 아마 50대가 되어서는 정말 후배들에게 무엇인가 해줄 말이 있는 사람으로 (그것이 꼭 대단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나를 만들어가시는 것은 아닐까… 그런 소망을 가져본다.

나의 후배들에게… 이런 선배가 되었으면 한다.

나의 후배들에게,
내가 이룬 것으로 인해 존경받지 않고,
내가 한 선택으로 인해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내가 이룬 것은 내게 주어진 것이지만,
그래서 후배들이 따라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내가 한 선택은 내가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배들이 그 선택의 성공 여부를 떠나 그것으로부터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삶의 방식이,
내가 무엇을 이루기 위해 살고 있는지…
그렇지 않으면 내 선택의 동기와 순수함이 내가가진 competency와 함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고 있는지…

내가 start-up company를 하는 이유 (1)

후배들에게 해줄 말을 갖고 싶었다.

내가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신앙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인 후,
내 마음 속에서 한번도 떠나지 않은 소망은,
내가 나의 삶을 통해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게되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내가 살아온 길을 후배들에게 보여주며,
내 실수와 실패, 내 성공과 성취를 통해 후배들이 살아갈 길을 보여주고 밝혀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 내 소망이었다. (나는 이것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생각이라고 믿고 있다.)

지금 나의 후배들 – 이제 막 대학생이 되었거나 대학원생이 된 이들, 혹은 그보다 더 어린 이들 -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른다.
심하게 세속화 되어 있는 세대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면서 살고 있다. 내가 그 나이에 꾸었던 세상과 사회를 향한 꿈도, 자기 자신에 대한 소망도, 자신의 삶을 던질 가치도 발견하지 못한 채… 그저 ‘생존’과 ‘성공’에 매달려 사는 모습들.
물론 그렇지 않은, 훌륭한 후배들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이야 나로부터 배울 사람이 아닐테고.

지금 내가 세속화된 세대를 살고 있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생존과 성취에 매달리지 말고 가치를 위해 모험을 선택하라는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세대의 세속화에의해 정복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인데…

MIT 졸업하고 HP labs에서 연구 잘하고 논문 잘 쓰고… 어디 교수되었고… 잘 풀렸다.
나는 이것이 그들에게 impact를 주는 life story가 될 것 같지 않았다.

내 삶의 context 속에서 나름대로 ‘모험’을 했던 경험이 있지 않다면…
내가 어떻게 후배들에게 모험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나의 이 경험들을 통해,
후배들에게 내 삶으로 해줄 story를 갖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새로운 회사에 join 하는 첫번째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