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 technology 업계 (5)

트럼프 아저씨가 깽판을 치고 있어서…
지난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국제적 분업체계가 무너져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들때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보기엔 지금의 그런 분업체계의 다른 대안이 거의 없어 보인다.
미국에서는 manufacturing을 하는게 진짜 어렵다. 미국 사람들과 일해보면 그게 무슨 소린지 안다. ㅎㅎ

그런 국제 분업 체제 속에서,
빨리빨리를 잘 하는 한국 기업이 부품이나 완성품을 만들고,
안정적인 일을 잘 하는 일본이 재로나 화학약품, 혹은 일부 부품을 만들어서 공급하고…
그렇게 하는건 꽤 안정적이면서도 합리적인 분업체계인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나는 일본의 소니가 한국의 삼성과 같이 스마트폰을 잘 만드는 일이 일어나기는 진짜 어렵다고 본다. 여기에는 빠릿빠릿함의 문화가 아주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화학업체가 일본화학업체가 만들어왔던 어떤 플라스틱 재료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은 훨씬 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런 제품관리(quality control)은 어떤 특정한 체제(system)을 잘 적용함으로써 많이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물룬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문화를 잘 enforce할 수 있는 tool들이 이미 시장에서 개발되어 있다고 보는 거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삼성과 SK 하이닉스의 반도체다.
DRAM 반도체는 소위 ‘수율(yield)라는게 아주 중요하다.
처음 시작한 wafer에서 몇개의 살아있는 반도체 소자가 나오느냐 하는 비율이다.
한때 삼성의 수율은 100%가 넘는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그도 그럴게… wafer 가장자리에 그냥 테스트 삼아서 형성해놓은 반도체 소자들도 다 작동이 된다는 거다.

이게 비전문가들에겐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정말 기가막힌 일인거다.

가령 일본 도시바와 한국의 삼성이 같은 크기의 웨이퍼에 같은 크기의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데, 도시바의 수율이 90%이고, 삼성의 수율이 99%라면, 삼성은 도시바보다 같은 품질의 반도체를 9% 싸게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한국의 제조업은 이런식으로 이미 아주 높은 수준의 quality control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왔다.
그래서 나는 일본의 꾸준함을 한국에서 구현해내는 것이 아주 불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적어도 문화적으로는.


내가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 technology 업계 (4)

반면 한국은 스피드가 장난이 아니다!

실리콘 밸리 회사 입장에서 보면 이건 정말 엄청난 advantage이다.
보통 회사에서 일할때는,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라는 정도로는 일을 할 수 없다.
아침 10시 일을 아침 11시로 미루지 말라 정도가 회사의 템포이다.
그러니 정말 후다닥 일을 해내는게 진짜 중요하다.

특히 새로운것을 개발할때는 소위 ‘fail fast’라는 개념이 있다.
뭔가를 후다닥 해서 만들어보고, 문제가 있다면 그걸 빨리 발견해서 포기할건 빨리 포기하자는 아이디어이다. – 이건 정말 완전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회사가 일본이랑 일을 하려면…..

한국은 보통 유행에도 아주 민감하다. 한국 출장을 가면 여자들의 옷차림의 트렌드가 진짜 잘 바뀐다.
그런데 일본 여성 사무직의 옷차림은 언제나 그래로이다. 검은 정장에 검은 구두에 묶은 머리.

한국 사람들은 약간 지난 시절의 것을 뒤쳐진 것으로 여기는데 반해,
일본 사람들은 약간 지난 시절의 것을 잘 지켜서 안정적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내가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 technology 업계 (3)

일본 회사와 일을 할때는 속터지는 것을 많이 참는 수련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

가령, 일본의 어떤 회사에서 10cm 길이의 플라스틱 막대를 만든다고 하자.
그리고 내가 그걸 받아서 쓰려고 한다고 하자.
내 제품이 10cm 길이의 플라스틱 막대를 요구하는 제품이라면, 이건 완전 짱이다.
일본 제품은 10cm에 길이 오차가 완전 적은… 그야말로 아주 믿음직하게 10cm 길이의 플라스틱 막대를 잘 만든다.

그런데 내가 제품을 만들다보니, 이걸 10.5cm로 바꾸어야 한다고 하자.
이럴때 일본 회사는 완전 힘들어 한다. -.-;
아니, 그거 10.5cm 짜리 그냥 후다닥 만들면 될 것 같은데, 길이를 5%나 길게 만드는 것은 그렇게 쉽게 결정을 할 수 없다며 줄줄이 upper management의 결제를 받는다. 그 결제를 받는 과정도 무지하게 복잡하고 힘들다. 그까짓거 그냥 쪼금 길게 좀 만들어 주면 좋으련만… 그걸 그렇게 힘들어 한다.
게다가 내부적으로 10.5cm짜리를 만들도록 허락이 되었다 하더라도, 10.5cm에 오차가 0.01cm 이하가 될때까지는 외부에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불완전한 것을 잘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다.

뭔가를 개발할때 하루가 delay되면 거의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생각하는 silicon valley의 생리와는 완전히 잘 맞지 않는거다.

이게 내가 경험한 소위 일본의 ‘장인정신’이다.
이 사람들은 익숙한 것은 정말 잘 만든다.
아주 퀄리티를 믿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익숙한 것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정말 힘들어하고, 모든 process가 완전히 느려진다.

일본에 가면 때로 한국의 70년대가 아직 남아있는 것 같이 느낄때가 있다.
일본은 그렇게 변화를 잘 수용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
우직하게 꾸준히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이 미덕인 거다.
신속하게 하는건 이사람들 생리에 잘 맞지 않는다.

내가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 technology 업계 (2)

보통 실리콘 밸리에 있는 회사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일을 해외의 다른 업체에게 맡긴다.
가령, Apple의 iPhone은 design을 미국에서 하지만 실제 생산의 대부분은 아시아에서 한다.

내가 가령 우리 회사에서 새로운 제품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프로토타잎을 만들었다고 하자. 적을 수량의 프로토타잎은 우리 회사의 실험실에서 만들어 낸다. 그렇지만 어느정도 이 프로토타잎에 자신이 붙으면, 이걸 실제로 생산할 업체를 찾아다니게 된다.
단순히 이걸 생산할 업체만 찾는 것이 아니다. 그 생산할 업체가 사용할 부품, 그 부품에 사용될 재료등을 다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내가 미국에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를 만든다고 하자.
그러면 나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LG나 삼성, 중국의 BOE 같은 회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design한 디스플레이를 만들어 낼 만한 충분한 기술이 되는지를 점검한다.
그렇지만 그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앞면의 유리는 어느 회사 것을 쓸 것인지, 그 안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를 형성하는 기판(substrate)은 어느 회사것을 쓸 것인지, 하는 것들도 다 따지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소비재들, 화학약품들도 중요한 경우 따로 관리를 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뭐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걸 만드는 회사만 딱~ 찾아서 하면 되는게 아니라 그 제품을 만드는 여러가지 공급망(supply chain)을 다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대개는 이 물건들을 만드는 회사는 ‘빨리’ 만드는게 진짜 중요하다. 그래야 문제를 빨리 발견할 수 있고, 단 기간에 불량률이 적게 만들어야 돈을 잘 벌기 때문이다.
반면에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는 안정적인게 중요하다. 그래야 나중에 그 재료를 써서 만들었을때 몰랐던 문제가 생기는 것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빨리 만드는것을 잘 하는 한국이 완성품을 만들고,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을 잘 하는 일본이 재료를 공급하는 것이 꽤 효율적인 분업이라고 생각해왔다.

내가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 technology 업계 (1)

나는 반도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 한참 시끄러운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관련 재료에 관한 논쟁에 대해 아주 잘 알지는 못한다. (그래도 HF나 photoresist난 polyimide 같은 것들에 대해선 그래도 꽤 잘 안다. ^^ 일본에서 그것들을 만드는 회사와 직접 뭔가를 해본적도 있고… ^^)

그렇지만 이곳 silicon valley에 있으면서 한국회사와도 일을 해보았고, 일본 회사와도 일을 해 보았다.
그리고 나름대로 꽤 많은 경험들이 쌓여있다.
일본에서 그쪽 사람들과 일을 하다가 밤 늦게 이자까야 같은 곳에 가서 이야기를 나눈적도 많이 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들이 바라보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 때도 있다.

내가 일본 전체를 잘 안다고 볼수는 없고,
technology 업계 모두를 잘 아는 것도 당연히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한국과 일본의 무역전쟁을 바라보면서 내 나름대로 갖게되는 생각들이 있다.

그걸 두세번에 나누어서 한번 적어보려고 한다.

우선 적어도 내가 만난 일본 사람들은, 한국 technology의 발전을 매우 경계심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놀랍게 바라보았다고 볼수도 있고, 아니면 부럽게 바라본다고 볼수도 있겠다.
어쨌든 예전 도시바나 히타치의 반도체 산업은 이제 삼성과 하이닉스가 가지고 갔고,
샤프같은 회사에서 만들던 디스플레이는 삼성과 LG가 가지고 갔고,
예전 소니의 명성은 이제 한국의 삼성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만난 일본 사람들은,
조금 깊이 이야기를 해보면,
일본의 technology분야 산업에 대해 아주 깊은 우려와 회의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한국과 자신들을 비교하면서 더더욱.

Schweinshaxe

이번에 나와 함께 출장을 온 친구는 30대 초반의 인도 친구다.
그런데 이 친구가 고기를 무지하게 좋아한다. ^^
소고기, 돼지고기 할 것 없이 다 잘먹는다.
키는 나보다 조금 더 큰데, 팔뚝 굵기는 내 팔뚝보다 두배쯤 되는 완전 건장한 친구다.

어제 호텔에 돌아오니 저녁 8시쯤 되었는데,
이 친구가 호텔 근처를 좀 구경하고 밥을 먹자고 해서 함께 나갔다.

마리엔 광장 (Marienplatz)라는 곳을 지나서 나름 유명하다는데를 이 친구가 찾아서는 함께 가자고 해서 갔다.

나는 Schweinshaxe 라는 독일식 족발(?)요리를 먹었다.
예전에도 독일에 오면 먹어야 한다고 해서 먹었다가 완전 후회했던 음식이었다.
완전 느끼하고….. 또 느끼해서…

그래도 다른 도시에 왔으니까 재 도전을 해보자 해서 또 먹어 봤는데,
이번엔 좀 느끼하긴 했지만 훨씬 괜찮았다.
내가 느끼한걸 더 잘 먹게 되었을 것 같지는 않고, 아마 이 집이 더 잘하는 집인가보다.

나는 호텔에 오면 그냥 home office랑 연락하면서 이메일 주고 받고, conference call 하느라 바쁜데,
이 친구는 완전 에너지가 넘쳐서 빨빨거리고 자꾸 다니자고 나를 재촉한다.

출장 둘째날은 도저히 시간이 안되어서 저녁 먹으러 나가지 않고 호텔에서 일을 하다가 잠들었지만,
나머지는 매일 이 친구 덕분에 끌려 나가서 매일 저녁 구경도 하고, 뭔가 색다른 것도 먹고 그렇게 되었다.
시차도 있고, 스트레스도 받고, 할일도 많은데…
그래서 나 혼자 왔더라면 그냥 호텔방에서 있다가 잠을 잤을 텐데.

이번주나 다음주에 언제 한번, 이 친구에게 맛있는 밥이라도 한번 사야겠다.

뮌헨

나는 독일에 많이 와 보았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Dresden 에 뻔질나게 갔었고, 거기서 독일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했다고 생각했었다. 그쪽 사람들과 일하면서 독일의 문화도, 독일 음식도, 일하는 방식도 어느정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뮌헨(Munich) 근처에 와 있다.
Dresden은 Saxony 라는 지역에 있고, Munich은 Bavaria 라는 지역에 있다.

여기와서 보는 독일은, 내가 Dresden에서 봤던 독일과는 꽤 다르다.

독일은 여러 작은 왕국으로 나누어져 있다가 20세기 들어와서야 하나의 나라로 형성된 나라이다.
그리고 독일은 유럽에서 일종의 변방국가였다.
듣보잡의 나라가 게다가 나누어져 있었으니 그냥 자기들끼리 자기 문화 안에서 그렇게 살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아마 그래서 지역별로 그 특징이 더 잘 살아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금 독일은 사실상 유럽연합의 중심이다.
EU의 모든 젊은이들은 독일에 와서 일하고 싶어하고,
독일이 EU의 모든 자원을 뽑아먹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Propylaea 라고 부르는 Munich의 유명한 Gate이다. 우리 나라의 남대문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으려나. 호텔에 돌아와서 약간 늦은 저녁 먹으러 가다가 찍었다. 저녁 8시가 넘었는데 살짝 해가 남아 있다.

슈니첼(Schnitzel)이라고 부르는, 독일식 돈까스이다. 어제 저녁엔 이걸 먹었다. 근처의 꽤 큰 식당에서 먹었는데, 알고보니 거기가 Munich에서 꽤 유명한 Beer Garden이었다. 나야 술을 마시지 않으니 그냥 먹기만 했지만.
이럴땐 술을 못마시는게 좀 아쉽다. 독일에 온 김에 맥주라도 좀 즐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ㅋㅋ

Spoiled

내가 가끔 (아니면 자주) 출장 가는것에 부담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녀서,
내가 출장을 가면 무지하게 고생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좀 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보통 완전 편한 여행을 하게 된다.
비행기도 편하게 가고, 호텔도 편한데 자고, 맛있는 것도 (너무) 많이 먹고, 어떤땐 현지 회사 사람이 명소에 데리고 가 줄때도 있다.
그러니 투덜거리지 말고, 많이 감사해야 하는 건데…

물론 한편, 이렇게 출장을 오면,
home office와 이곳 현장에서 동시에 message들이 막 들어오고,
밤이고 낮이고 급하게 답을 해줘야하는 일들이 쏟아지기고 하는데다,
무엇보다 이렇게 돈 들여서 오는 출장에서 뭔가 ‘결과’를 내어야 한다는 부담이 커서 스트레스 지수가 많이 높아진다.

이번에 출장을 오면서는 그래서,
적어도 내가 오는 도중의 여정중에 특징적인 것들을 사진으로 담아보겠다고 생각했다.
(얼핏 보더라도 아주 성의없이 찍은 사진임이 확~ 드러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숙제한다 생각하고 찍어 보았다.)

SFO 공항에 있는 Polaris United Lounge / Google Photos

Polaris Lounge에서는 음식을 시키겨서 먹을 수 있다. 내가 시킨건 배추로 싼 게살 요리였다. 보기엔 근사한데 맛은 뭐 그냥 그랬다. ^^ / Google Photos

Polaris Lounge는 United에서 새로 upgrade한 lounge이다. 자리도 아주 좋다 / Google Photos

이번에 탄 비행기는 Dreamliner (Boeing 787) 였다. / Google Photos

여기가 내가 앉았던 자리. United dreamliner business seat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는 아니다. United business class중에서는 새롭게 upgrade한 777 polaris seat이 제일 좋다. / Google Photos

3-course meal 중에서 애피타이저. 샐러드와 훈제 오리 / Google Photos

Main dish는 인삼 닭 요리를 주문했다. 삼계탕 비슷하게 나올줄 알았는데 인삼 향 나는 만두국에 더 가까웠다. / Google Photos

United business는 ice cream sundae를 그 자리에서 만들어준다. 나는 초코와 카라멜, 그리고 토피를 얹어달라고 했다. 비주얼은 그냥 그런데 맛은 좋았다! / Google Photos

밤 늦게 도착한 호텔. 방이 크지는 않았는데 깨끗하고 좋았다. 나는 Marriott gold member여서 약간 방을 더 좋은 곳으로 준 것 같다. / Google Photos

투덜거리지 말고, 감사하고,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중, 혹시 제가 나중에 출장 간다고 투덜거리는 것을 보시거든, 따끔하게 혼내주십시오. 배가 불러서 그러는 거라고…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내일부터는 블로그 올리는게 살짝 쉽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

Simple life가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면

Apple watch가 처음 나왔을때 나는 그게 뭐 얼마나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내가 그 회사에 있을때 내 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그쪽 관련된 일을 벌써 하고 있었다.

그 후 내 전화를 android로 바꾸고 나니, 값싼 smart watch를 살 수 있는 option이 생겼다.
지금 내가 차고 있는 smart watch는 ebay에서 79불 주고 산 거다.

한동안 매일 시계를 충전하는게 귀찮아서 그냥 시계를 차고 다녔었다. 내 아내가 몇년전에 선물해준 그래도 살짝 비싼 (?) 시계였다.
뭐 그럭저럭 괜찮게 지냈는데, 자꾸만 여기 저기서 빵꾸가 났다.
회사에서 급하게 나를 찾는데 내가 모르고 지나기도 하고, 여기 저기서 난리가 나서 10분 간격으로 schedule이 바뀌면서 meeting이 정신없이 돌아가는데 나는 그걸 제대로 follow-up을 못하는 일들이 생겼다.
그러면 이게 정말 민폐다.
내가 무슨 말을 좀 해주어야 일이 풀리는 경우도 있는데, 내가 그 미팅에 나타나지 않으면 거기 온 사람들이 그냥 소중한 시간을 날리고 허탕을 치는 거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난주부터 다시 smart watch를 차기 시작했다.
당연히 손목에선 하루 종일 난리가 나고, 나는 훨씬 민폐를 덜 끼치는 사람이 되었다.

Simple life라는게 참 듣기 좋아보이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기도 한데…
어떤 이들에겐 그게 그냥 그림의 떡이다.

마치 고급 승용차가 보기에도 좋고, 그거 타면 편안하고, 그거 타고 싶은데…
어떤 이들에겐 그게 그냥 그림의 떡인것과 마찬가지다.

시간이라는 자원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도 그런 의미에서 돈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과 비슷한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돈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돈이 더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것을 나누는 것이 미덕으로 여기지듯이,
시간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시간이 더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것을 나누는 것도 미덕으로 여겨져야하는 것이 아닐까.

돈 없는 사람들 앞에서 돈을 쓰는 것을 자랑하며 뻐대는 것이 폭력적인것 처럼,
시간 없는 사람들 앞에서 시간 많음을 자랑하며 뻐대는 것이 혹시 폭력적인 것은 아닐까.

나는 뭐 그렇게 아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람은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시간을 받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시간을 내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해본 생각이다.

또 다시 출장

지금 하고 있는 어떤 manufacturing process에 완전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지난 3주동안 아침 6시 이전에 이메일을 꼭 봐야 했고, 밤 12시 넘어서 까지 이메일을 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처해 있었다.
내가 지금 이쪽 team의 일을 일부 하기 시작한지 이제 두주 조금 넘었는데, 나는 이 일을 시작하자마자 거의 바로 비행기표부터 알아보아야 했다,

팀 사람들은 심지어 농담삼아서…
너 거기에 네 아파트 하나 잡아야 하는거 아니냐? 고 묻기도 한다.

결국 지금 나는 독일이 와 있다. -.-;
(엄밀하게 말하면 독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해 암스테르담 공항에 와 있다)

이번에는 주일 오후에 출발해서 토요일에 돌아오니까 그렇게 긴 여행은 아닌데…
이렇게 내가 한번 출장을 가면 내 여행경비 등으로만 보통 적게는 5천불, 많이는 1만5천불 정도는 쓰게 된다.
그리고 내가 ‘현지’에 가기 때문에 그 현지의 사람들이 extra로 부담해야하는 시간과 노력과 돈등을 생각하면 지불하게되는 총 액수는 더 커진다.
한 사람이 하는 일을 위해서 일주일에 1만불을 확~ 쓰는 investment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내가 home office에 있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공백등을 고려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꽤 많은 돈을 들여서 나를 이렇게 출장을 보내는 거다.

그래서,
이번 출장에서도 아주 열심히 일을 할 예정이다. ㅎㅎ
빡빡하게 일정 짜고, 매일 home office에 있는 사람들에게 Progresso report 해주고,
아마도 밤에는 home office 사람들과 conference call도 좀 하게 되지 않을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서 열심히 일해라. … 뭐 그런 구호가 내게 맞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