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발표!

이번 학회는,

정말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도무지 쉽게 많은 생각들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회사 일과 관련한 전략,
일을 왜 하느냐 하는 동기,
하나님 나라와 직장생활,
인간관계의 진실성과 피상성,
가치를 추구하는 것과 이윤을 추구하는 것과의 관계,
엔지니어가 된다는 것,
underdog이 되는 기쁨,
두려움과 기대감에 대한 생각,
성실함의 중요성,
리더쉽,
평가의 기준에 대한 문제…
등등…
정말 너무 많은 생각들로 정신이 없었다.
차차 이 블로그를 통해서도 그런 내용들을 좀 더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드디어 이번 학회를 통해서 우리가 세계 최초로 Roll-to-Roll fabricated flexible display를 만드는데 성공했음을 알렸다.
지난 11월 이후로,
대부분의 팀 멤버들이 연말 휴가도 반납하고… 주말과 밤에도 열심히 일한 결과이다.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

점점 매스컴은 타는데…

Economist에도 우리가 하는 일에 관한 기사가 났다.
점점 우리 그룹(HP Labs)  / 우리 회사(Phicot)이 하는 일이 소문이 나고… 매스컴도 타고 하는데..
점점 더 본격적인 게임에 돌입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딸깍 딸각 소리를 들어가며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 기분이다. 


나를 부끄럽게 한 우리 그룹 manager

지난 금요일 이었다.
아침에 우리 그룹 manager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제가 있는 장비를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내가 나름대로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이것 저것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했고,
우리 그룹의 manager는 많이 들었다. 그리고 내게 이런 저런 것을 물어보았다.

그 이야기를 하고 나서 나는 그냥 퍼져서…
내 자리에 앉아서 data 좀 정리하고…
12월 첫째주에 있을 학회 invited talk 준비하고… 그러고 있었다.
(솔직히 가끔은 이렇게 몸을 움직여서 실험하고 하는 게 귀찮을 때가 있다. ^^)

그날… 저녁 7시쯤이 되었을때,
그 manager가 땀을 뻘뻘 흘리며 내 자리로 왔다.
내가 이야기한대로 장비를 손봤더니 문제있던 장비가 안정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내게 고맙다고…

어휴…
정말 부끄럽고 미안했다.
나보다 나이도 훨씬 더 많고, 경험도 많고… 내가 하라고 지시하더라도 내가 뭐라도 할말이 없는 그런 입장인데,
이 사람은 자기가 금요일 저녁 7시가 되도록 저렇게 땀을 흘려가며…
내가 한마디 틱~ 던진 말을 가지고 그렇게 장비와 씨름을 했던 것이다.

정말… 정말… 부끄러웠다.
그리고 그 우리그룹 manager가 존경스러웠다.

우리 그룹의 기술의 가치?

지난번 블로그에서 썼던 대로,
Iowa의 회사가 HP로부터 기술 사용료를 지불하여 회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데,

그 회사가 HP로부터 우리 기술 사용권을 취득했다는 news가 나오자 그 회사의 주가가 팍~ 뛰었다. ^^ (순식간에 주가가 거의 두배로!)
(그 후에 global financial crisis 때문에 다시 많이 내려가게 되긴 했지만.)

우리 그룹이 함께 일한 기술의 가치가 그래도 이정도로 평가를 받는 듯. ^^

내가 start-up company를 하는 이유 (마무리)

내가 왜 start-up company를 하느냐…
몇가지를 정리해서 써보려고 했는데…
과연 이것이 전부일까, 혹은 이 가운데 헛된, 잘못된 이유들을 없을까.

아마 내 앞에 펼쳐진 adventure를 하나님과 동행하여 해 나가면서 그 해답들을 더 찾아야 할 듯 하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조언과 충고,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린다.

참고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구체적인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HP Labs의 우리 그룹에서 어떤 특별한 기술을 개발을 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flexible한 플라스틱 필름 위에 전자회로를 쉽고 빠르고 싸게 만들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
이 일을 하면서 Iowa에 있는 그 당시로는 작은 어떤 회사와 함께 일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회사는 이제는 직원 수백명 수준의 회사로 커졌고, 얼마전에는 유럽의 주식 시장에 상장도 했다. (미국 시장에 상장하는 것은 제약이 많아 더 힘들다고 한다. 당분간은 유럽시장에서만 거래될 예정이다.)

그러면서, 그 회사의 설립자이자 CEO, 우리 그룹의 리더, 그리고 우리 그룹의 사람들 몇몇이 함께 회사를 만들어서 이 일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모았다. (주로 우리 그룹 리더가 주도를 했었다.)

그렇게 결정한 데에는, 내가 지난 몇번의 글들을 통해 기술한 “가치”의 문제가 있었고,
HP는 지금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바로 상용화 할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지금 우리 기술의 시장은 기껏해야 수천만불 크기 정도인데…  총 매출 천억불 수준의 회사가 뛰어들기엔 지금 현재의 시장 크기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이 일을 하면서, Iowa의 그 회사가 주도가 되어,
HP로부터 기술 사용 계약을 맺었고,
미국 육군 연구소에서 제공하는 연구비를 받았다. (앞으로 2년동안, 그리고 1년 더 연장 가능)

그래서,
처음 2-3년 동안은 내 월급은 미국 육군 연구소 연구비에서 나오게 된다.
지금과 같은 나쁜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매우 안정적인 수입원인 셈이다.

그 이내에 기술을 더 개발시켜서 실제 대량생산 상용화를 하여 시장에 내놓고, 대외 투자도 더 받고… 그리고 아마도 상장도 하고… 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려놓는다는 것이 현재의 계획이다.

내가 start-up company를 하는 이유 (6)

나의 inadequacy를 인정해 보고 싶었다.

Do I really have what it takes?
늘 내가 내 자신에게 물어보는 질문이다.

어떤 일을 할 때, 과연 내가 그 일을 감당해낼 만한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과연,
훌륭한 연구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좋은 network을 갖고, 인격으로 학생들을 키우는 그런 교수가 될 수 있을까.

나는 과연,
학문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기여를 하면서 현세와 후세에 큰 영향을 키치는 학자가 될 수 있을까.

나는 과연,
corporate world에 들어가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인간 관계를 맺고, 내 career development를 하고, 내 조직에 긍정적 기여를 하는 그런 직장인이 될 수 있을까.

아마…
많이 stretch 하면,
다시 말하면 내 삶의 다른 많은 영역들을 희생해가면서 (가족, 말씀사역, 내 인격 수양 등) 노력을 하면 그것에 매우 근접하게 갈 수 있지는 않을까.

그러나,
과연 그것이 내가 가진 competency일까.
나와 나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희생을 강요하면서 노력해야만 내가 그 goal들을 이룰 수 있는 것이라면… 내 competency는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그 goal들을 이루는 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부터,
단 한번도 나는 inadequacy를 인정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늘 나는 할수 있다. 나는 더 잘 할수 있다….
그리고 그런 drive는 어떤 의미에서 잘 먹혔다.

그러나,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잘 cultivate해 나가는 삶을 살기 위해…
나는 내 inadequacy를 인정하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최근의 career choice를 내린 또 다른 이유이다.

내가 start-up company를 하는 이유 (5)

재화보다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내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 함께 회사를 하는 사람들이 물론 내가 생각하는 가치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작게 시작하는 회사의 일원으로서, 그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만들어가는데 좀 더 의미있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그저 cost 의 차원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 자체를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
기술(technology)은 선전효과나 자기 자랑을 위한 것이 아니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데 사용되어야 한다는 가치,
기업이 단지 이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을 넘어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위해 존재할 수 있다는 가치,
많은 돈을 소유하여 그 돈을 잘 굴려서 돈을 버는 것보다, 땀흘려 성실하게 일하여 돈을 버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이고 정당한 일이라는 가치,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그들에게 합당한 정도의 보상을 받아야 하고, 그보다 더한 보상을 받는 것은 부정직이요, 그보다 덜한 보상을 받게되는 것은 사회적 부조리임을 인식하는 가치…

이러한 가치들을 가지고도 회사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start-up company를 하는 다섯번째 이유이다.

내가 start-up company를 하는 이유 (4)

적어도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교수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내 꿈은 교수였다.
그리고 어쩌면 교수가 되는 과정을 그래도 나름대로 잘 밟아왔고 어느정도 성취도 했다.
실제로 교수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내게 주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 교수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첫째,
꿈이 없는 사람을 길러내는 일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현재는 한국도 미국도 모두 (한국은 더 심하지만) 공대를 졸업한 사람들에게 어떤 ‘꿈’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껏 졸업해야 취업에 목매야 하는 상황. 공대를 졸업했다는 사실이 좌절이고 절망이 되는 상황, 자신이 좋아하는 공학의 이상을 현실에 다 팔아 넘겨야 살아남는 상황.
내가 교수가 되어, 내가 길러낸 사람들을 그렇게 꿈이 없는 세상으로 보내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겠지만… 내가 내 제자들에게 진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르치며, 이 연구와 노력이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설명해 줄 수 없는 현실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둘째,
적어도 현재 학교에서 하는 소위 ‘뜨는 분야’의 연구는,
지극히 선정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경향이다.
자신의 연구 성과를 멋지게 포장하여 과대 선전하고,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약속하여 연구비를 따고, 그 돈으로 학생들을 고용해서 학생들의 싼 노동력으로 연구 결과를 짜내는.
물론 그렇지 않은 교수님들도 계시지만, 실제로 ‘뜨는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을지.
어떤 연구와 발명이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 그것이 사람들을 어떻게 이롭게 하는지, 진리를 밝혀내는데 어떤 기여를 하는지 하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가치들은 그저 조소거리가 되어가고 있고, 얼마나 멋져 보이는지, 얼마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지, 얼마나 많은 연구비를 따오는지, 얼마나 많은 publication을 내는지 하는 부차적인 것들을 더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환경 속에서 교수가 된다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기만이자 무책임한 선택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렇다고 교수가 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많은 교수 지망생들이 지극히 이기적인 동기로 교수를 하려고 한다는 것은 비극이지만,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된 엄청난 consequence들을 academia가 짊어지고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는 정말 교수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이미 교수가 되었거나 교수 지망생들도 있고.

적어도, 내게는, 2008년의 context 속에서,
공대교수가 되는 rational들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start-up company를 하는 네번째 이유이다.

내가 start-up company를 하는 이유 (3)

훌륭한 사람들과 일하면서 배우고 싶었다.

나는 지금 내가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참 좋아한다.
나는 이들과 일하면서 engineer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다른이들을 배려하고 세우면서도 탁월함을 가질 수 있음도 보았다.
당장의 이익보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도 배웠다.

이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매일 감사했다.
내가 가진 것들로 이들을 섬기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start-up company를 하는 세번째 이유이다.